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8 <정평천에서 만난 이들>

토토로
2023-06-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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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개구리 소리는 지나가고....

지난 번 일지에서 나는 개구리 소리를 녹음해 올렸었다. 그 무렵 나를 압도하는 건 개구리 소리였으니까.

분명 보름 전만 해도 우렁차고, 야단맞고, 시끌벅적 했던 개구리 소리였건만.. 최근엔 부쩍 그 요란함이 사그러 들었다.

언젠가부터 개구리 소리는 들리다~ 말다~ 하는데다가, 데시벨도 확 낮아졌다. 지금껏 '개구리는 여름내내 우는 거지~' 라고 그저 막연히 여겨왔던 나에겐 적잖이 당혹스런 일 이었다. 그 동안 내가 잘 못 생각해 왔던 것이었구나.

개구리는 짝짓기를 하는 기간에만 요란맞게 울어댄다는 것. 그리고 그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는 것!

슬쩍 정겨워졌던 개구리 소리가 이제 잘 들리지 않고 자동차소리, 오토바이 소리만 시끄러운 오늘 밤. 어쩐지 나는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다. 

 

 

정평천을 걸으며 만난 이들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 정평천은 나에게 헛둘! 헛둘!  '운동의 장' 이었다. 그리고 올해 이곳은 나에게 운동의 장 플러스 '생태의 장' 이 되었다. 요즘엔 한낮에는 뜨거워서 나가지 않지만 저녁 시간에는 가능하면 꼭 나가보려고 한다.

다리론 힘차게 걷고, 눈으론 하천의 풍경과 동식물을 담는다. 그리고 오래 보고 싶은 건 카메라에 담는다. 

오늘 일지에는 최근 하천에서 만난 이들을 소개해 봐야겠다.

 

 

밤 늦은 시간 걷다가 만난 사슴벌레.

하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나와있다. 재수없으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밟힐 수도 있을텐데..걱정이 되어 이파리를 뜯어서 안전하게 풀섶으로 옮겨 주었다. 지렁이는 쫌 징그러워서 못할 것 같은데 사슴벌레는 전혀 징그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사슴벌레는 보기도 힘든 곤충이니까...꼭 살려야 해!

 

하양이들 & 노랑이들

초봄부터 릴레이로 피어나는 꽃의 향연.나는 분에 넘치게도 줄곧 꽃길을 걷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 주는 꽃길은 시상식 레드카펫보다 더 고급지면서 편안함을 준다. 꽃 이름을 일일이 알지 못해 그냥 색깔별로 분류!

 

흰색과 노란색이 가장 많아 보인다. 하천의 주류는 흰꽃과 노란꽂 이다. 빨간 장미가 아니다ㅋ

 

 

그리고 엊그제 하천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 새가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 같다. 아마도...산비둘기? 아님, 이름 모르는 다른 새?

확실하지는 않다.

언젠가 다큐에서 봤는데, 날이 심하게 가물어지자 새를 잘 아는 한 남자가 손수 물 웅덩이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자 정말 새들이 찾아와 돌아가면서 목욕을 하는 장면이 티비에 나왔다. 물에서 날개를 파닥거리는 행동은 새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때 다큐를 신기하게 봤었는데 실제 내 눈앞에서 비슷한 장면이 벌어진 것이다!

어머머! 이건 찍어야 해!를 외치며 급하게 겨우 순간 포착하였다.

 

(목욕하는 동영상은 파일로 첨부합니다. 파일이 크다고 해서 자르고 압축하여 겨우 첨부 했어요.

점점 영상 편집술과 노출시키는 기술이 요구되는 군요^^;;;;)

 

예전부터 자주 걷던 하천길인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신기하다!

(제가 잘 모르는 건 생태지수 높은신 샘들께서 알려 주세요~~ㅎㅎㅎ)

 

댓글 7
  • 2023-06-12 10:29

    사.슴.벌.레. 가 있군요. 정평천에..
    20여년전 집에서 제리뽀 먹여가며 키우던 아련한 기억이 나네요

    우리 성복천에도 있으려나
    눈 크게뜨고 찾아봐야지

  • 2023-06-12 17:57

    와 토토로의 생태맹 탈출기가 이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보이다니요.
    저 새는 꼬리로 보아서는 비둘기 같지는 않고, 오리도 아니고, 가마우지도 흰색이 있었나 싶고
    까치의 꼬리를 닮았는데 흰색이라니... 어떤 물새인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 2023-06-12 19:07

    헛둘 헛둘~ 운동의 장을 넘어서 리드미컬한 생태의 장이 되어가는군요~
    가벼운 발걸음 같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잘 읽었어유

  • 2023-06-12 21:58

    토토로의 생태감성기르기, 정말 재밌네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멈추자 섭섭해지고, 사슴벌레 꼭 살려야 해! 하양이와 노랑이,
    어느 것 하나 감성을 부르지 않는 부분이 없어요.
    찍고, 생각하고... 멋있어요

  • 2023-06-12 22:23

    토토로샘의 한껏 예민해진 감각들에 놀랍니다. 이제 곧 동식물들 이름 부르며 친구하자고 하실 거 같은데... ㅋ
    근데 저는 사슴벌레 옮겨주신 게 지렁이보다 훨씬 대단해 보여요. 저는 날개 있는 곤충들이 돌발행동을 더 많이 하니까... 좀더 무섭던데 말이에요....ㅎㅎ
    여튼 이 프로젝트 덕분에 생태감수성도 많이 생기시고 덕분에 많이 걷기도 하고 비인간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일석 몆조인가요? ㅋㅋㅋ
    늘 응원합니당~

  • 2023-06-13 01:49

    지렁이 귀엽지 말입니다. 다음엔 지렁이도…ㅎㅎ
    사진에 꽃들 이름을 다 알겠는데.
    정답은 만나서 알려드리는 걸로~🤭

  • 2023-06-14 23:05

    하양이와 노랑이라니...ㅋㅋㅋㅋ
    나도 한때 그랬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