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텃밭이야기 - 휴가 간 꾸러미

고마리
2021-08-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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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심었던 채소들이 사라질 때 쯤.

6월 작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서 꾸러미가 풍성해지는가 싶었는데 ~

뜨거운 칠 팔 월의 태양이 잎채소들을 소환해 가 버렸다.

사람도 더위를 피해 휴가를 가는데 이것들도 가뭄과 해충들을 피해 잠시 어디론가 떠났나보다.

나도 떠나고 싶다.

어디로? 노동의 무게에서. ㅋ

노동의 가치를 아는 문탁 회원님들이 있기에 이 무모한 일은 시작이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느티나무의 꾐이다.)

3개월 동안 꾸러미를 가지고 파지사유 문지방을 넘나들며 든 생각은 에코랩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건강한 먹거리들이 그들의 몸을 만들거라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 식물이 갖고 있는 이로운 점들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을 배치해서 키우고 준비했다.

 

‘여름이 오는 문턱에는 열무가 필요해! 왜?’

‘더운 열(熱), 없을 무(無) 더위를 식혀주는 음식이니까.’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그래서 혈액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욕을 높여주는 식재료잖아!’

‘꼭 꾸러미에 넣어야지!’

 

이런 식으로 사고하고 꾸러미에 넣었다.

문제는 이것을 받는 회원들은 각자 좋아하는 식재료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예상은 했었던 일이다. 각자 싫어하거나 양이 많은 채소들은 이웃들과 나누면 될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한번이 아닌 매주 받아야 한다면? 아~악 괴로운 일이다.

선택의 폭이 그들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았다.

‘이건 텃밭지기의 폭력이지!’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참에 여울님과 참님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게 되었어요.

참님은 아이들과 생태 공방의 100% 활용한 교육을 하고 계셨고

여울님은 식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셨다고 하셔서 자신의 몸을 잘 돌보시는 계기가 될 듯 싶어 보였어요.

텃밭지기의 폭력이 폭력 아닌 폭력이 되길 바라며~~~

 

 텃밭 회원님들!

지금 텃밭은 옥수수 밭에 유기질비료와 퇴비를 뿌려 밭을 엎고 뒤집는 중이랍니다.

가을 수확을 위해 겨울배추와 무를 꾸러미에 넣으려는 폭력을 행사하러요^~^

   한 주를 쉬는 동안 수확한 토마토들! 

  생태 공방을 움직여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만들었어요.

맛은 장담못하지만 8월 2째주 꾸러미에 넣어 갑니다.

(아쉽게도 찰토마토는 완숙하는 시기가 휴가와 맞물려서 2주 동안 모두 익어버렸어요.ㅠㅠ)

 

댓글 5
  • 2021-08-11 09:22

    텃밭 채소들은 휴가 

    왠지 짠한 느낌이 드네요 

    텃밭농부님 휴가도 마음까지 쉬지못하고 늘 이런저런 생각에 바쁘시고요 ㅎ

    폭력이라는 말을 이렇게 쓰시면 아니되옵니다

    폭력이 좋을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절대아니잖아요? ㅎㅎ

    텃밭지기의 마음이 담긴 어여쁜 채소들 감사히 잘 먹고있으니 맘편히 가지시길요~~~♡

  • 2021-08-11 09:22

    텃밭지기의 폭력 ㅋㅋㅋ 덕분에 몸도 마음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나느라 고생하셨어요. 가을에도 텃밭 지기님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 2021-08-11 09:27

    고마리님^^ 복 받으실 거예요~~

    제가 친구한테 들었는데 보시중에서도 밥보시가 최고의 보시랍니다~~ 각종 야채로 올해 고마리님이 저희에게 해주신 건 밥보시였어요~~ 늘 고맙습니다 ^^ 꾸벅 

  • 2021-08-11 09:28

    생각지도 못한 재료가  들어있을때

    저는 오히려 좋아요.

    언젠가 알타리가 담겨왔을때

    제가 어쩔수없이?^^;;;알타리김치 담갔는데.....

    나름 성공^^이었어요.

    공심채는......힛.. 망했어요ㅠㅠ

  • 2021-08-11 09:36

    흑흑 감동.

    전 아직 손톱이 아파 고마리 꾸러미를 잘 이용하진 못하지만

    꾸러미를 나눌때의 그 광경은 매번 봐도 경이롭습니다

    이 많은 종류를 다 길러서 오시다니...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며 잘먹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