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명상 친구 만들기
요요
2024-01-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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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문탁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화두다
<일상 명상> 연재를 시작하며
작년 1월에 ‘요요의 월간명상’을 시작했는데, 6개월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셋이다. 지난해에 불교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새로 리뉴얼한 <일상명상>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요의 월간명상’ 3회차 글에서 나는 문탁에서 함께 명상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밝혔다. 그런데 정말로 명상 친구가 만들어졌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코너는 이제 요요, 오영, 도라지,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쓴다. 아마 3인 3색의 명상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우리가 어떻게 명상 친구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사띠 수행을 공부하다
지난해 가을 불교학교에서 우리가 공부한 것은 사띠(sati) 수행이다. 팔정도 중 여섯 번째가 정념(正念)인데, 정념은 ‘바른 사띠’를 말한다. 그만큼 불교 수행에서 사띠가 중요한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띠에는 ‘기억한다’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핀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수한 주의집중(bare attention), 알아차림(awareness, noting) 등을 쓰기도 한다.
우리말 번역어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최초로 니까야를 한글로 완역한 전재성님은 사띠를 ‘새김’이라고 번역했다. 마음에 새긴다고 할 때의 새김이다. 새김은 사띠의 첫 번째 의미인 ‘기억한다’, ‘잊지 않는다’의 뉘앙스가 좀 더 강하다. 각묵스님은 ‘마음 챙김’으로 옮겼다. 새김 보다는 좀 더 직관적이다. 새김이나 마음 챙김이 사띠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마음 지킴, 주의집중, 알아차림 등으로 풀기도 한다.
그런데 사띠에 대해 가르치는 경전에서는 언제나 사띠 즉 정념(正念)은 언제나 정지(正知)와 함께 붙어있다. 정지는 팔리어 삼빠잔나(sampajāna)를 옮긴 것으로 분명하게 아는 것, 바르게 알아차리는 것을 뜻한다. 사띠가 확립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둔 대상에 대해 선입견이나 판단과 해석의 필터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앎이 생겨나는데 그것이 바로 삼빠잔나다. 그러므로 명상 수행을 할 때 정념과 정지, 사띠와 삼빠잔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짝이 되는 것이다.
사띠는 지금 여기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바르게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숨을 길게 내 쉴 때는 길게 내 쉰다는 것을 알고, 짧게 내 쉴 때는 짧게 내 쉰다는 것을 안다.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면 즐겁다고 알고,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싫어한다고 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나는 대로 바라볼 뿐, 좋다고 붙들려고 해서도 안 되고, 싫다고 밀어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분명히 보이게 되면 저절로 습관적으로 작동하는 마음의 패턴도 보이거니와, 우리 자신과 우리에게 보이는 대상이 그저 흐름과 변화일 뿐이라는 것도 지적인 앎이 아니라 직접적 앎으로 깨닫게 된다.
50일간의 명상입문
불교학교에서는 사띠 수행을 가르치는 경전과 해설서를 읽어 나가면서 직접 명상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개념을 아는 것은 책으로도 가능하지만, 명상의 맛을 알려면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점심을 먹기 전에는 잠시 좌선 실습을 하고, 먹은 후에는 경행을 했다. 좌선은 앉아서 명상하는 것을, 경행은 걸으며 명상하는 것을 말한다. 좌선할 때는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과 호흡을 관찰하는 명상법을 배웠다. 경행은 걸을 때 다리와 발의 움직임에 마음을 둔다. 발을 뗄 때는 발을 뗀다고 알아차리고, 발이 바닥에 닿을 때는 닿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텍스트 이해를 통해서는 명상의 개념과 원리를, 실습을 통해서는 방법을 익히는 한편, 매일 30분 명상을 과제로 삼고, 각자 명상일지를 올리며 어떻게 명상하고 있는지 공유했다. 처음에는 30분 동안의 좌선도 힘들어 못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다리가 아파 앉아있기가 힘들다, 앉아는 있는데 머리 속에서 정신적 수다가 끊어지지 않는다, 내가 하는게 망상인지 명상인지 잘 모르겠다 등의 이야기였다. 그러는 사이에 천천히 각자의 일상 속에 명상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7주가 지난 뒤 명상센터에서 2박 3일의 집중 명상을 했다. 집중 명상에서는 묵언과 오후불식을 지키며, 지도 스님의 안내로 새벽부터 밤까지 1시간 좌선, 1시간 경행을 반복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각자 자신만의 느낌으로 명상의 맛을 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것을 묻는 시간도 가졌다. 인터뷰 시간에 지도 스님은 그룹으로 온 우리를 격려하며 담마 사하야(법의 도반)이라는 모임명까지 지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50일의 명상 입문과정^^을 마쳤다.
담마 사하야, 법의 도반
공부도 수행도 좋은 벗(善友)이 있어야 서로에게 의지하며 갈 수 있다. 명상 커리큘럼은 마쳤지만 불교학교의 겨울 시즌에도 명상 일지는 계속 공유되었다. 명상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친구가 올리는 명상 일지를 읽으면 다시 마음을 내게 된다. 내가 겪는 어려움을 친구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알면 힘이 된다.
만일 어질고 단호한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들도 극복하리니, 기쁘게 새김(사띠)을 확립하여 그와 함께 가라.(『숫타니파나』 「무소의 뿔의 경」)
우리는 왜 어려운 텍스트를 읽고 쓰는 공부를 하는가? 앎의 기쁨과 자신의 습속을 깨는 깨달음의 순간이 우리를 계속 공부하게 한다. 명상도 그렇다. 명상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기까지 신체적인 고통도 피할 수 없고, 진전을 가로막는 정신적 장애물들도 적지 않다. 몸과 마음을 가라앉게 만드는 혼침과 해태, 반대로 몸과 마음을 동요시키는 탐심과 성냄, 들뜸과 산만함과 같은 것이 정신적 장애물이다. 그런데 신체적 고통을 비롯한 정신적 장애물들은 의지만으로 제압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띠를 하며 명상을 계속하다 보면 희한하게도 애쓰지 않아도 장애물들이 사라지고 기쁨과 희열, 고요와 평화를 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고요와 평화가 명상 수행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명상에서 키운 집중과 통찰의 힘은 일상의 삶을 변화시킨다. 내 마음의 평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존재를 향한 자비심으로 확장된다. 그렇게 나아가는 과정에서 공부와 수행을 함께 하는 좋은 벗의 지지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일상 명상> 릴레이 연재를 통해, 몸과 마음을 바꾸고, 일상을 바꾸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바꾸는 사띠와 알아차림의 장에 더 많은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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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글을 읽으며 지난 일 년간의 시간을 돌아봅니다. 조금씩 알게 모르게 우리 각자에게 새겨진 것들- 몸과 마음을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것들-이 잘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기를...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잘 가꾸어갈 수 있기를 ~ ^^
일상 명상 화이팅!!!
마음에 새기고 마음을 챙기고 고요와 평화를 느끼고 습속을 깨닫고 일상을 바꾸고... 등등 몸소 체험하신 '명상의 맛'을 기꺼이 나누어 주신다니... 세 분의 명상 이야기 정말 기대됩니다.^^
명상 친구! 새로운 공부가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요즘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를 읽고 있는데, (참고로 이 책 강추입니다. 비교적 최근 정보가 잘 업데이트되어있고, 재밌고, 쉽고 아주 유용함. 생물책 사실 아주 싫어하는데 이 책은 매우매우 재밌었음) 그 책을 보니 '좋은 경험'은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위한 DNA 발현 과정에 거의 약물(?)과 동등한 수준의 효능을 발휘한다더군요. 근데 그 '좋은 경험'으로 저는 왠지 명상을 가장 먼저 떠올렸었거든요. 뭐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명상, 혹은 명상에 관한 이야기에 좀 관심이 가네요...
오! 추천한 책 보고 싶군요. 명상이 제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 좋은 경험인 거 확실합니다! 명상모임 만들면 세션님도 오세요~
명상모임 만드시면 저에게도 꼭 알려주세요!
퍼가요.
릴레이 연재라기에 얼결에 해보겠노라 했지만,
어쩐지 올 해 지구가 여느 때보다 빨리 돌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
그러나 쌤들 뒤꽁무니에서 함께 명상하다 보면 나자빠지지는 않겠지요.
저도 은근 명상에 소질이 있지는 않을까 짐작하는 일인입니다. 조만간 혹은 조금 먼 미래를 기약하겠습니다. 그때 가르침 부탁드려요.
방학기간동안 살짝 느슨하게 보냈더니 세미나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어렴풋 해지더라고요, 요요샘의 글을 읽으니 기억이 하나둘 올라옵니다^^ 매일같이 명상일지 올려주시는 일상명상 샘들 덕분에 저도 느리게 따라가고 있어요.
올한해도 일상명상 화이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