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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과 청년
‘청년 루쉰’, 그리고 ‘청년과 루쉰’ (1) 1. 청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아이 낳고 독박육아를 경험한 후 페미니스트 맘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 늘 딱했고, 한편으로 기특했고,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이었는데 얼마 전 그 후배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 자기 세대들이 이렇게 힘들어 진 것은 나 같은 선배들이 가부장제와 제대로 싸우지 않고 적당히 타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이 부당한 현실을 절대, 절대 좌시하지 않고 계속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뭣이라? 싸우질 않았다고? 아니 내가 얼마나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였는데... 운동권 내에서 계급 이슈를 넘어 젠더 이슈를 처음 제기한 것도,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실험한 것도, 여성들 간의 연대를 위해 물심양면, 불철주야 발로 뛴 것도 우리 세대였는데.... 그런데 우리가 싸우지 않았다고? 하지만 난 속에서 우글거리던 이 모든 말들을 그냥 꿀꺽 삼켜 버렸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말야 ~~”라고 입을 떼는 순간, 자신들이 젊었을 때는 청춘을 다 바쳐 산업화를 일구었다고 말하는, 심지어 그러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우리 부모 세대와 별 다를 바가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그 말들, 약간은 억울한 그 속내를 우리끼리 모여서 뱉어내고 풀어낸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모임에서 나는 무슨 대단한 봉변이나 당한 냥 앞의 이야기를 토로했고, NGO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친구 한명은 젊은 간사와 소통하는 게 너무...
‘청년 루쉰’, 그리고 ‘청년과 루쉰’ (1) 1. 청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아이 낳고 독박육아를 경험한 후 페미니스트 맘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후배가 있다. 늘 딱했고, 한편으로 기특했고,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이었는데 얼마 전 그 후배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 자기 세대들이 이렇게 힘들어 진 것은 나 같은 선배들이 가부장제와 제대로 싸우지 않고 적당히 타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이 부당한 현실을 절대, 절대 좌시하지 않고 계속 투쟁하겠다고도 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뭣이라? 싸우질 않았다고? 아니 내가 얼마나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였는데... 운동권 내에서 계급 이슈를 넘어 젠더 이슈를 처음 제기한 것도,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을 실험한 것도, 여성들 간의 연대를 위해 물심양면, 불철주야 발로 뛴 것도 우리 세대였는데.... 그런데 우리가 싸우지 않았다고? 하지만 난 속에서 우글거리던 이 모든 말들을 그냥 꿀꺽 삼켜 버렸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말야 ~~”라고 입을 떼는 순간, 자신들이 젊었을 때는 청춘을 다 바쳐 산업화를 일구었다고 말하는, 심지어 그러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우리 부모 세대와 별 다를 바가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그 말들, 약간은 억울한 그 속내를 우리끼리 모여서 뱉어내고 풀어낸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모임에서 나는 무슨 대단한 봉변이나 당한 냥 앞의 이야기를 토로했고, NGO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친구 한명은 젊은 간사와 소통하는 게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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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20대의 탄생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16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을 넘어! 글 : 김지원 (길드; 다) 천재는 27살에 요절한다던데, 스스로 천재라 믿고 산 나는 28살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목수 일을 해왔다. 그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Smells like teen spirit 십대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학교에 대한 기억보다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것이 주로 생각난다. 그런 기억들은 교실 안의 기억들보다 역동적이다. 밤에 엄마 몰래 집을 나가 친구들과 술 마시고, 건물 지하에 락카 스프레이로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쌈질하고, 한 평 남짓 좁은 연습실에 대여섯 명이 모여 Nirvana의 곡을 몇 번이고 합주하고,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와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하던 기억들. 그야말로 smells like teen spirit이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지루한 수업, 똑같은 일상, 내가 학생이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주어진 일들로부터 말이다. 난 똑똑했다. 공부를...
다른 20대의 탄생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우리들의 이야기. 학교를 관두라는 말, 직장을 관두라는 말은 많지만 어떻게 살라는 말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20대의 탄생’은 세 명의 20대가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질문들을 던지고 길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은 글이다. 다른 20대의 탄생 #16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을 넘어! 글 : 김지원 (길드; 다) 천재는 27살에 요절한다던데, 스스로 천재라 믿고 산 나는 28살이 되어버렸다. 대학졸업장도, 자격증도 없다.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목수 일을 해왔다. 그 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보려 한다. Smells like teen spirit 십대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학교에 대한 기억보다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몰려다니던 것이 주로 생각난다. 그런 기억들은 교실 안의 기억들보다 역동적이다. 밤에 엄마 몰래 집을 나가 친구들과 술 마시고, 건물 지하에 락카 스프레이로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쌈질하고, 한 평 남짓 좁은 연습실에 대여섯 명이 모여 Nirvana의 곡을 몇 번이고 합주하고,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와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하던 기억들. 그야말로 smells like teen spirit이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지루한 수업, 똑같은 일상, 내가 학생이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주어진 일들로부터 말이다. 난 똑똑했다. 공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