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11회] 폭군에 대하여, '안녕 주정뱅이' -『국가』 9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음주의 법칙, 쉽게 끝나지 않는다     잠자코 앉아 있는 규 대신 훈이 소주 한병을 더 시켰다. 소주가 오자 주란이 턱을 받친 손을 내려 소주잔을 집었다. 나도 줘. 훈이 주란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 규와 자기 잔도 채웠다. 셋은 잔을 부딪치고 그대로 비워냈다. 다시 한순배가 돌았다. 이번에는 규가 잔을 채웠다. 눈은 내리고, 술은 들어가고, 이러고 앉아 있으니까 말야, 규가 초조하게 술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우리 다시는 서울로 못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지 않냐? 그들은 말없이 소주잣을 비우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굵어진 눈발이 쉼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옅은 취기로도 그들은 위태했다. -권여선, 「삼인행」, 『안녕 주정뱅이』, 72~73쪽     해가 한낮의 쨍한 높이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속도로 숲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들은 주종을 소주에서 맥주로...
[플라톤이 돌아왔다 11회] 폭군에 대하여, '안녕 주정뱅이' -『국가』 9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음주의 법칙, 쉽게 끝나지 않는다     잠자코 앉아 있는 규 대신 훈이 소주 한병을 더 시켰다. 소주가 오자 주란이 턱을 받친 손을 내려 소주잔을 집었다. 나도 줘. 훈이 주란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 규와 자기 잔도 채웠다. 셋은 잔을 부딪치고 그대로 비워냈다. 다시 한순배가 돌았다. 이번에는 규가 잔을 채웠다. 눈은 내리고, 술은 들어가고, 이러고 앉아 있으니까 말야, 규가 초조하게 술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우리 다시는 서울로 못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지 않냐? 그들은 말없이 소주잣을 비우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굵어진 눈발이 쉼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옅은 취기로도 그들은 위태했다. -권여선, 「삼인행」, 『안녕 주정뱅이』, 72~73쪽     해가 한낮의 쨍한 높이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속도로 숲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그들은 주종을 소주에서 맥주로...
새털
2019.06.04 | 조회 650
지난 연재 읽기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1]     갭투자도 모르는 내가 경제를 공부한다니                 글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친구들과 마을작업장을 열어 이런 저런 작당모의를 하고 ‘마을경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나는 이 실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다. 먹고 살 만 사람들의 한가한 소리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함께 작업장을 꾸려온 몇몇 친구조차 도대체 마을경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을경제는 허황된 소리고 나는 뜬구름만 잡고 있는 걸까. 사람들과 ‘마을경제’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말이 되는 소린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경제를 생각해 보는 것을 노리고 있다. 환영이든 반발이든 다양한 생각과 만날 때 마을경제는 분명 질기고 생생한, 구체적인 우리 삶의 개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삶을 흔드는 괴물일까?     일의 발단은 9년 전 용인 수지 동천동의 <인문학 공간 문탁네트워크> (이하 문탁)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문탁의 주변경관은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다. 한적한 변두리 마을의 동네 텃밭 자리엔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나는 9년을 변함없이 뻔질나게 문탁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늘...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1]     갭투자도 모르는 내가 경제를 공부한다니                 글 : 뚜버기             나는 글 쓰는 게 하나도 재미없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려고, 그것도 재미없는 경제로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건 ‘마을경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친구들과 마을작업장을 열어 이런 저런 작당모의를 하고 ‘마을경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나는 이 실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정했다. 먹고 살 만 사람들의 한가한 소리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함께 작업장을 꾸려온 몇몇 친구조차 도대체 마을경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을경제는 허황된 소리고 나는 뜬구름만 잡고 있는 걸까. 사람들과 ‘마을경제’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말이 되는 소린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경제를 생각해 보는 것을 노리고 있다. 환영이든 반발이든 다양한 생각과 만날 때 마을경제는 분명 질기고 생생한, 구체적인 우리 삶의 개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삶을 흔드는 괴물일까?     일의 발단은 9년 전 용인 수지 동천동의 <인문학 공간 문탁네트워크> (이하 문탁)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문탁의 주변경관은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다. 한적한 변두리 마을의 동네 텃밭 자리엔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나는 9년을 변함없이 뻔질나게 문탁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늘...
뚜버기
2019.05.31 | 조회 501
지난 연재 읽기 사기-인생극장
  [사기, 인생극장 / 1회]    주지육림(酒池肉林)은 현재진행형             글 : 기린      ______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나는 위대(胃大)한 편이다. 그 위가 포만감을 느끼자니 먹는 것도 좋아하고 잘 먹는다. 잘 먹으면 살이 찐다. 그래서 다이어트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작심삼일로 실패하기가 습관이 되었다. 실패할 때마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될 대로 되라고 마구 먹기 일쑤였다. 요즘 들어 나 말고도 마구 먹는 이들을 보았다.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먹방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먹으면서 죄책감이 들기 일쑤였는데 저들은 너무 즐겁게 먹는 것이었다. 이건 뭐지?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紂王)은 술과 음악과 여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왕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렸다. 어느 날은 그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보기로 작정을 했다. 정원의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뭇가지에는 고기를 걸어 놓았다. 누대 위에서는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했다. 자신은 애첩 달기와 함께 누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주지육림, 최초의 먹방?     누대 위에는 산지에서 진상한 온갖 진미들이 올라온 상이 차려져 있었다. 상 앞에는 왕의 명령으로 참석한 후궁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이 멎자 주왕과 달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이 자리를 잡자 다시 음악이 연주되었다. 달기가 유난히 탐스런 포도에 눈길이...
  [사기, 인생극장 / 1회]    주지육림(酒池肉林)은 현재진행형             글 : 기린      ______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나는 위대(胃大)한 편이다. 그 위가 포만감을 느끼자니 먹는 것도 좋아하고 잘 먹는다. 잘 먹으면 살이 찐다. 그래서 다이어트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작심삼일로 실패하기가 습관이 되었다. 실패할 때마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될 대로 되라고 마구 먹기 일쑤였다. 요즘 들어 나 말고도 마구 먹는 이들을 보았다. 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는 먹방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먹으면서 죄책감이 들기 일쑤였는데 저들은 너무 즐겁게 먹는 것이었다. 이건 뭐지?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紂王)은 술과 음악과 여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왕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렸다. 어느 날은 그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보기로 작정을 했다. 정원의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뭇가지에는 고기를 걸어 놓았다. 누대 위에서는 악사들이 음악을 연주했다. 자신은 애첩 달기와 함께 누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주지육림, 최초의 먹방?     누대 위에는 산지에서 진상한 온갖 진미들이 올라온 상이 차려져 있었다. 상 앞에는 왕의 명령으로 참석한 후궁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음악이 멎자 주왕과 달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이 자리를 잡자 다시 음악이 연주되었다. 달기가 유난히 탐스런 포도에 눈길이...
기린
2019.05.22 | 조회 467
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
둥글레
2019.05.14 | 조회 626
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10회] 출구없는 사회의 EXIT,  화살표를 따라가세요 -『국가』 8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은유로서의 질병, 폐소공포증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글항아리, 2019년)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까닭은. 요즘 나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나이는 많고 돈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지고 철학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울, 분노, 자책의 감정도 요동쳐 예술가가 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약사인 친구는 내가 간기능이 떨어져서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종종 영양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제와 간장약을 복용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의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평온한 호흡을 가로막는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상관없이 숨을 쉬기 힘들다. 다니엘...
[플라톤이 돌아왔다 10회] 출구없는 사회의 EXIT,  화살표를 따라가세요 -『국가』 8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은유로서의 질병, 폐소공포증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글항아리, 2019년)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까닭은. 요즘 나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나이는 많고 돈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지고 철학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울, 분노, 자책의 감정도 요동쳐 예술가가 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약사인 친구는 내가 간기능이 떨어져서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종종 영양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제와 간장약을 복용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의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평온한 호흡을 가로막는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상관없이 숨을 쉬기 힘들다. 다니엘...
새털
2019.05.14 | 조회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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