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2일차 <맑스 강의> 후기

청량리
2016-12-0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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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2 맑스 미니강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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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맑스와 동고동락 했던 학우들의 강의가 있는 날이기에 오전일만 급하게 처리하고 문탁으로 향했다.

강의자는 모두 세 명. 지원, 새털, 오영. 사회는 2학기 반장인 뿔옹. 조금 늦은 탓에 지원의 강의는 듯 지 못했고,

질의 응답부터 참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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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글은 문탁이 시국선언에 서명하지 않은 것,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와 문탁과의 괴리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되었다. 당연히 여러 반응들이 오고 갔다. 맑스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국가라는 법적 지반의 근거들이 다르지만, 지금도 유효한 맑스의 질문은 유의미한 것은 아닌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법적기반의 철폐 라기 보다는 법적기반의 테두리 안에 있는 질문인 것 아닌가. 왜 지금의 광화문 집회는 질서와 평화적 태도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잠시 휴식 후 새털과 오영의 강의가 이어졌다. 맑스는 부의 학문인 자본주의 경제학이 사실은 체념과 궁핍, 절약의 학문임을 밝히면서, 그러나 맑스의 예측은 절반은 맞았지만 절반은 빗나갔음을 새털은 지적했다. 이어서 철학은 그러며 어떻게 해야하는가로 내용을 이어갔다. 오영은 맑스 '자본론'의 특징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 많은 부분은 '그들'의 논리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상이나 개인, 소유, 공리 등등. 그러나 우리가 물어야 하고 알아야 하는 것은 당대의 흐름에 맞선 맑스의 의지처럼, 지금의 현실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의지를 되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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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강의를 들으며, 미니라는 말을 앞에 붙였을까 생각해 봤다. 강의를 하고 싶으나 아직 덜 갖춰짐에 대한 생각에 미니라는 말을 붙였을 것이다. 이건 사실 맑스에게 꿀밤 맞을 태도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는 늘 공공연함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단한 맑스 강의라고 명명했어야 했다. 우리가 먼저 미니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들에게 강의내용을 사소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강의내용이 전혀 미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점과 한계를 파악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새털은 강의에서 맑스가 강조하고 싶었던 에피쿠로스의 철학적 결단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모순을 기피하거나 은폐하려는 조작의도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인식에서 비롯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점을, 문제의식을 강의처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자리가 우리에게는 더 많이 필요하다. 맑스를 들었던 학인이 더 많았던지라 개념 자체에 대한 강의를 했던 오영에게는 질문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나 역시 맑스 개념 자체보다 강의를 들으며 일상과 혁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감수성의 변혁에 대한 문제의식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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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에게 있어 프랑스 내전은 어느 순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역시도 짧은 기간에 불과한 코뮨이었으나, 맑스는 실패로 보지 않았다. 2월 혁명에서도, 6월 봉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맑스는 그 의미들을 되새김질 했고 그것이 앞으로 무엇으로 나타날지를 희망했다. 우리가 일상을 수행으로 잡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행을 혁명으로 봐야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번 강의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감각을 갖고 있는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짚었고, 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감각이 아니라, 공통감각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다양한 공통감각의 발명, 그리고 그것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감각의 경험들.


겨울에는 파지사유의 강의보다 터전 2층의 강의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하나는 엉덩이가 따뜻해서. 그리고 실제로 그렇지는 않더라도, 옹기종기 모여 같은 책을 읽는 느낌이 좋아서. 그러나 이제 이 강의가 끝나면 에세이를 올려야 하는데, 어쩐다.



댓글 1
  • 2016-12-05 23:26

    미니 강의가 아니고 대단한 강의? ㅋㅋ 

    미니강의는 이미 지나갔으니 이름을 고칠 수도 없고..

    그렇다면! 대단한 맑스 에세이 기대하면 되나요?

    음.. 공공연한 피드백이 쌍으로 따라올 것 같아 좀 으시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