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1. 어쩌다 공무원     여성가족부 폐지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 국면마다 반복되는 양상이긴 한데 이번에는 유승민, 하태경, 이준석 이 세 남성이 선봉에 섰다. 앞의 둘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이고 뒤의 한명은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북 신세인 여가부를 보며 갑자기 나는 타임 슬립을 한 듯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 때 나는 여성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다. 새벽 6시에 용인에서 출발하여 7시에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고, 매일 아침 8시 반에 시작하는 국장급 회의에 참석했고, 장관이 출근하면 그때부터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평균적으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는데 국정감사기간엔 퇴근이 더 늦어졌고, 정부예산안 통과 마감을 앞두고는 새벽에 퇴근했었다. 내 기억에 2004년 12월31일 제야의 종소리는 국회 근처(어쩌면 광화문 어디쯤일수도 있다)에서 장관과 함께 들었던 것 같다. 맞다, 나는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약 8개월 동안 별정직 3급의 여성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     물론 나는 공무원 같은 걸 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여성부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응원의 마음 이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당시 여성부 장관이었던 지은희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고, 뭐에 홀린 듯이 국가를 내부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서 당시 몸담고 있던 수유너머 친구들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딱 1년만 ‘어공’을 해보겠노라며 ‘광화문’으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관 정책보좌관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관료(‘늘공’)에게 밀리지 말고 일해보라는, 대통령의...
    1. 어쩌다 공무원     여성가족부 폐지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 국면마다 반복되는 양상이긴 한데 이번에는 유승민, 하태경, 이준석 이 세 남성이 선봉에 섰다. 앞의 둘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이고 뒤의 한명은 국민의힘 당대표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네북 신세인 여가부를 보며 갑자기 나는 타임 슬립을 한 듯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 때 나는 여성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었다. 새벽 6시에 용인에서 출발하여 7시에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고, 매일 아침 8시 반에 시작하는 국장급 회의에 참석했고, 장관이 출근하면 그때부터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평균적으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는데 국정감사기간엔 퇴근이 더 늦어졌고, 정부예산안 통과 마감을 앞두고는 새벽에 퇴근했었다. 내 기억에 2004년 12월31일 제야의 종소리는 국회 근처(어쩌면 광화문 어디쯤일수도 있다)에서 장관과 함께 들었던 것 같다. 맞다, 나는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약 8개월 동안 별정직 3급의 여성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     물론 나는 공무원 같은 걸 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여성부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응원의 마음 이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당시 여성부 장관이었던 지은희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고, 뭐에 홀린 듯이 국가를 내부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서 당시 몸담고 있던 수유너머 친구들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딱 1년만 ‘어공’을 해보겠노라며 ‘광화문’으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관 정책보좌관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관료(‘늘공’)에게 밀리지 말고 일해보라는, 대통령의...
문탁
2021.08.20 | 조회 260
요요와 불교산책
  건너가기 위하여 너희 비구는 나의 설법을 뗏목의 비유처럼 알아야 한다. 법도 응당 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금강경』)   뗏목의 비유 여행자가 있다. 길을 가다가 큰물이 넘치는 강을 만났다. 위험하고 두려운 이편 언덕에서 안온하고 두려움 없는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려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를 도와줄 나룻배도 없고 다리도 없다. 여행자는 나뭇가지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강을 건넜다. 계속해서 길을 가야 하는 여행자는 생각한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만든 뗏목을 놓아두고 가려니 아깝다. 뗏목을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메고 가는 건 어떨까?”   불교경전에 나오는 뗏목의 비유다. 이 비유가 설해진 배경은 이렇다. 수행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어떤 수행자가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았다. 의견차이로 논쟁하는 것은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나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도 없으니 수행자들은 서로의 주장의 근거를 대며 네 생각은 틀렸고 내 생각이 옳다고 옥신각신 하지 않았을까?   상황을 들은 붓다는 수행자들을 불러 모아 먼저 자신의 가르침이 어떤 뜻이었는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그런 뒤 이 비유를 설했다. 그리고 수행자들에게 물었다. ‘여행자가 어떻게 뗏목을 처리해야 하겠느냐?’고. 모두 ‘뗏목을 버려두고 길을 가야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강물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두고 길을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를 밝히고 승자의 손을 들어주면 그만일 텐데 붓다는 왜 ‘뗏목을...
  건너가기 위하여 너희 비구는 나의 설법을 뗏목의 비유처럼 알아야 한다. 법도 응당 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금강경』)   뗏목의 비유 여행자가 있다. 길을 가다가 큰물이 넘치는 강을 만났다. 위험하고 두려운 이편 언덕에서 안온하고 두려움 없는 저편 언덕으로 건너가려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를 도와줄 나룻배도 없고 다리도 없다. 여행자는 나뭇가지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강을 건넜다. 계속해서 길을 가야 하는 여행자는 생각한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만든 뗏목을 놓아두고 가려니 아깝다. 뗏목을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메고 가는 건 어떨까?”   불교경전에 나오는 뗏목의 비유다. 이 비유가 설해진 배경은 이렇다. 수행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어떤 수행자가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았다. 의견차이로 논쟁하는 것은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나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는 보장도 없으니 수행자들은 서로의 주장의 근거를 대며 네 생각은 틀렸고 내 생각이 옳다고 옥신각신 하지 않았을까?   상황을 들은 붓다는 수행자들을 불러 모아 먼저 자신의 가르침이 어떤 뜻이었는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그런 뒤 이 비유를 설했다. 그리고 수행자들에게 물었다. ‘여행자가 어떻게 뗏목을 처리해야 하겠느냐?’고. 모두 ‘뗏목을 버려두고 길을 가야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강물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두고 길을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를 밝히고 승자의 손을 들어주면 그만일 텐데 붓다는 왜 ‘뗏목을...
요요
2021.08.12 | 조회 534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와 무더위 때문만이 아니라 이것을 견딜 수 있는 나의 체력, 면역력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본투비 저질체력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적절히 관리하면서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한번 놓친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 몸의 회복탄성지수가 거의 제로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제발 좀 쉬라고,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의사들은 산책도 등산도, 그 어떤 운동도 멈추고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처럼 남아있는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움츠려 있으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어떻게? 잡혀진 강의, 회의, 세미나는 다 어쩌구? 함께 모시고 살며 돌봐드려야 하는 어머니는 또 어쩌구?        동생은 강의 따위가 대수냐고, 죽을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중단하고 쉬어야 제대로 쉴 수 있다고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이사 갈 집에 페인트칠한 게 아직 마르지 않았다며, 또 짐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자잘한 수리들이 아직도 남았다면서 우리 집에서 한 달 넘게 게기고 있었다. 웬수가 따로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그래, 네가 집에 있는 동안 엄마 좀 돌봐드려. 장도 보고, 간병인 아주머니 업무 지시도 하고, 엄마 짜증도 받아내. 그리고 어디론가 확 떠나고 싶었다. 사실 휴식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카피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2000년대 초 모 카드회사 광고가 아니었던가?        당장의 과업들을 중단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과업들을 중단한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늘어난 휴식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도 좀 애매했다. 평상시 같으면...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와 무더위 때문만이 아니라 이것을 견딜 수 있는 나의 체력, 면역력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본투비 저질체력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적절히 관리하면서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한번 놓친 리듬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 몸의 회복탄성지수가 거의 제로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제발 좀 쉬라고,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의사들은 산책도 등산도, 그 어떤 운동도 멈추고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처럼 남아있는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움츠려 있으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어떻게? 잡혀진 강의, 회의, 세미나는 다 어쩌구? 함께 모시고 살며 돌봐드려야 하는 어머니는 또 어쩌구?        동생은 강의 따위가 대수냐고, 죽을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중단하고 쉬어야 제대로 쉴 수 있다고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이사 갈 집에 페인트칠한 게 아직 마르지 않았다며, 또 짐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자잘한 수리들이 아직도 남았다면서 우리 집에서 한 달 넘게 게기고 있었다. 웬수가 따로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그래, 네가 집에 있는 동안 엄마 좀 돌봐드려. 장도 보고, 간병인 아주머니 업무 지시도 하고, 엄마 짜증도 받아내. 그리고 어디론가 확 떠나고 싶었다. 사실 휴식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카피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2000년대 초 모 카드회사 광고가 아니었던가?        당장의 과업들을 중단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과업들을 중단한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늘어난 휴식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도 좀 애매했다. 평상시 같으면...
문탁
2021.08.10 | 조회 390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는 집 근처에 있는 백운호수였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는 이 코스가 청계산으로 바뀌었다. 청계산은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야 해서, 백운호수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청계산은 주말에 등산객들이 몰려올 때 빼고는, 어느 시간대에 가도 사람이 적고 한적했다. 아니 사람이 적다기보다는 산자락이 넉넉해 아파트 평수나 따지는 우리의 눈에는 언제나 널찍하고 텅 비어 보였다. 나 하나쯤 왔단 간 흔적조차 남지 않을 만큼 청계산은 ‘쏘쿨’했다.   올해 초, 나는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고 있었다. 소금이 덜 들어간 식단은 입에 맞지 않았고, 하루 일과 가운데 1만보씩 걷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넣는 일도 쉽지 않았다. 낮에 바빠서 걷지 못한 날에는 하는 수 없이 달밤에 산책을 했다. 이런 강박이 스트레스가 되고 피로가 되었는지, 4월과 5월 검사결과가 좋지 못했다. 한다고 하는데도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오니 실망이 컸다. ‘한 번 나빠진 신장은 돌이킬 수 없다더니, 진짜구나!’, ‘이제는 더 나빠지는 일만 남은 건가?’. 다시 식단조절을 하고 운동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름만 들어봤던 청계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을 때, 나는 의욕부진과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산에 가는 일에 대해 나는 TV프로그램 ‘자연인’을 떠올리며 썩 내켜하지 않았다. ‘아재’나 ‘루저’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큰둥한 마음과 달리, 청계산에 도착했을 때 내 발걸음은 빨라졌다. 코는 벌렁거리며 산 냄새를 맡고, 폐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은 단박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는 집 근처에 있는 백운호수였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는 이 코스가 청계산으로 바뀌었다. 청계산은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야 해서, 백운호수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일까? 청계산은 주말에 등산객들이 몰려올 때 빼고는, 어느 시간대에 가도 사람이 적고 한적했다. 아니 사람이 적다기보다는 산자락이 넉넉해 아파트 평수나 따지는 우리의 눈에는 언제나 널찍하고 텅 비어 보였다. 나 하나쯤 왔단 간 흔적조차 남지 않을 만큼 청계산은 ‘쏘쿨’했다.   올해 초, 나는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고 있었다. 소금이 덜 들어간 식단은 입에 맞지 않았고, 하루 일과 가운데 1만보씩 걷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넣는 일도 쉽지 않았다. 낮에 바빠서 걷지 못한 날에는 하는 수 없이 달밤에 산책을 했다. 이런 강박이 스트레스가 되고 피로가 되었는지, 4월과 5월 검사결과가 좋지 못했다. 한다고 하는데도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오니 실망이 컸다. ‘한 번 나빠진 신장은 돌이킬 수 없다더니, 진짜구나!’, ‘이제는 더 나빠지는 일만 남은 건가?’. 다시 식단조절을 하고 운동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름만 들어봤던 청계산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을 때, 나는 의욕부진과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산에 가는 일에 대해 나는 TV프로그램 ‘자연인’을 떠올리며 썩 내켜하지 않았다. ‘아재’나 ‘루저’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큰둥한 마음과 달리, 청계산에 도착했을 때 내 발걸음은 빨라졌다. 코는 벌렁거리며 산 냄새를 맡고, 폐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은 단박에...
겸목
2021.07.27 | 조회 452
봄날의 주역이야기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 주역공부 4년차. 여전히 해석도 어렵고 뜻을 알아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읽을 때마다 나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추동하는 주역은 매력적인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그 감동을 함께 나누려 용기내어 글을 쓴다. 봄날이 픽(pick)한 주역의 말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수(需)가 믿음이 있으면 밝게 형통하고 곧으면 길하여,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린다. 일정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구이는 모래사장에서 기다림이다. 약간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니, 도적이 옴을 초래할 것이다. 六四, 需于血, 出自穴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나 구덩이로부터 나올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 구오는 술과 음식으로 기다리니 바르면 길할 것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은 구덩이에 들어가는데, 불청객 세 사람이 오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기다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는 탁구를 좋아한다. 운동삼아 시작한 것이 십 년이 넘었으니 구력(球歷)으로 치자면 고전 공부보다도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나의 탁구 실력은 지지부진하다. 나의 탁구가 신통찮은 가장 큰 원인은, 무게 2.7g, 지름 4cm에 불과한 그 작은 공을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볍고 작은 공은 나의 기다림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그 가볍고 작은 공에 늘 진다. 굳이 위로삼아 말하자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같은 운동을 하는...
봄날
2021.07.26 | 조회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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