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영화대로 42길, 4]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전당포에서 찾은 자전거로 일자리를 얻은 안토니오와 그의 아내. 그러나 부푼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자전거 도둑>(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일이 없어 구걸하듯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인 광장, 수도공급도 안 되고 변변한 도구도 없어 보이는 주방, 물건들을 맡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줄을 선 전당포가 그대로 영화 속 배경이 된다. 어쩌면 당시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은 부서진 삶의...
청량리
2021.11.07 | 조회 309
지난 연재 읽기 한뼘 양생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잡고 세미나...
기린
2021.10.26 | 조회 46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 영화입니다.     선(善)이 독선(獨善)이 되는 순간 밀로스 포만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 1975     -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제시카 랭 주연의 <여배우 프랜시스(1982)>는 193,4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실제 활약했던 여배우, 프란시스 파머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혜성처럼 나타나 큰 인기를 얻어 그레타 가르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시스템 안에서 철저하게 통제받던 여배우들과 달리 정치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이었다. 스타는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쓴 소리를 하는 그녀는 주시대상이었는데,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하면서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고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된 후 삶이 망가져 갔다.                                                                                                                 배우 프란시스 파머의...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으며, 출처는 다음 영화입니다.     선(善)이 독선(獨善)이 되는 순간 밀로스 포만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 1975     -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제시카 랭 주연의 <여배우 프랜시스(1982)>는 193,4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실제 활약했던 여배우, 프란시스 파머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혜성처럼 나타나 큰 인기를 얻어 그레타 가르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시스템 안에서 철저하게 통제받던 여배우들과 달리 정치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이었다. 스타는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쓴 소리를 하는 그녀는 주시대상이었는데,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하면서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고 전두엽 절제술을 받게 된 후 삶이 망가져 갔다.                                                                                                                 배우 프란시스 파머의...
띠우
2021.10.24 | 조회 463
    글쓴이 : 정군 (『세미나책』, 『다른 아빠의 탄생』 저자) 아이를 돌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세미나를 하는 사람. 현재는 직장인, 내년부터는 ‘프리랜서’가 될 예정.                 예전에.... ‘아주 먼 옛날’은 아니지만, 대충 20년쯤 전에(세상에...) ‘대학생 웹진’이라는 걸 2년쯤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웹진’이라니……. 그 웹진을 만들자고 모인 전원이 문과였던 데다, 모두 ‘인터넷’이라곤 이메일을 쓰고, 보내고, 받고, 가끔 블리자드 베틀넷에 접속하는 게 전부였는데, ‘우리가 웹진을? 미쳤나봐’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엔 ‘A4지에 인쇄해서 뿌리는 게 어떨까?’ 같은 일천구백팔십년대에나 나올 법한 의견도 있었다. ‘등사기는 있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는 ‘나모 웹 에디터’가 있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뭐 어쨌든 그런 사연으로 나는 길드다 친구들이 [아젠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원래 반가워했어야할 정도보다 더 반가워했다. 그런데, 이제 [아젠다] 16호 리뷰를 써야 한다니! 어쩐지 ‘리뷰 쓴 독자’라는 감투를 쓴 기분이랄까. ‘네, 저 여러분의 팬입니다’. 게다가 나는 ‘길드다’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흠모해 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코코펠리를 특히 더 흠모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뭐든지 리뷰 : 본인이 우승을 차지한 <전태일 힙합 음악제> 리뷰]에 대한 리뷰다. ‘코코펠리를 흠모’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광팬’까지는 아니고, 매달 [아젠다]를 받으면 ‘월간 김왈리’부터 클릭하는 정도의...
    글쓴이 : 정군 (『세미나책』, 『다른 아빠의 탄생』 저자) 아이를 돌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세미나를 하는 사람. 현재는 직장인, 내년부터는 ‘프리랜서’가 될 예정.                 예전에.... ‘아주 먼 옛날’은 아니지만, 대충 20년쯤 전에(세상에...) ‘대학생 웹진’이라는 걸 2년쯤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웹진’이라니……. 그 웹진을 만들자고 모인 전원이 문과였던 데다, 모두 ‘인터넷’이라곤 이메일을 쓰고, 보내고, 받고, 가끔 블리자드 베틀넷에 접속하는 게 전부였는데, ‘우리가 웹진을? 미쳤나봐’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엔 ‘A4지에 인쇄해서 뿌리는 게 어떨까?’ 같은 일천구백팔십년대에나 나올 법한 의견도 있었다. ‘등사기는 있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는 ‘나모 웹 에디터’가 있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뭐 어쨌든 그런 사연으로 나는 길드다 친구들이 [아젠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원래 반가워했어야할 정도보다 더 반가워했다. 그런데, 이제 [아젠다] 16호 리뷰를 써야 한다니! 어쩐지 ‘리뷰 쓴 독자’라는 감투를 쓴 기분이랄까. ‘네, 저 여러분의 팬입니다’. 게다가 나는 ‘길드다’를 어떤 이유에서인지 흠모해 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코코펠리를 특히 더 흠모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뭐든지 리뷰 : 본인이 우승을 차지한 <전태일 힙합 음악제> 리뷰]에 대한 리뷰다. ‘코코펠리를 흠모’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광팬’까지는 아니고, 매달 [아젠다]를 받으면 ‘월간 김왈리’부터 클릭하는 정도의...
관리자
2021.10.22 | 조회 282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영화 <노회찬 6411>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회찬 6411>이 개봉되었다. 볼까 말까 망설였다. 봐야 하는 이유는 많았다. 한때 몸담았던 진영과 옛 동지들에 대한 의리, 그와의 개인적 인연, 노회찬 재단에서 애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 그러나 걱정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격과 관련된 것. 이것은 어떤 영화일까? 회고? 애도? 질문? 회고라고 하기에는 그를, 그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다룰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공적 애도와 관련해서도 그의 죽음 직후의 거대한 애도 행렬, 신문과 방송에서의 각종 특집이 이미 있었다. 혹시 이 영화가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손석희의 그 유명한 앵커 브리핑 4분53초를 127분으로 늘려놓은 것이면 어쩌지? 이런 것들과 연결된 것이지만 노회찬 지지자들에 의한 노회찬의 재현이 노무현 지지자들에 의한 노무현의 재현, 혹은 박정희 지지자들에 의한 박정희 재현과 정말 다른 것일 수 있을까, 라는 영화적 질문도 있었다. 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나는 그 영화의 수많은 인터뷰이처럼 그와 일정 기간 사적으로, 공적으로 깊이 연루된 관객이다. 회고와 애도 없이 그를 이야기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 울지 않고 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추억과 감성을 소비하지 않는 영화 보기가 가능할까? 그런데 울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또 얼마나 웃기는 일일까?  그러나 그 모든 사려(思慮)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봉 당일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움이 모든 걸 압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려한 만큼 나쁘진 않았다. 영웅서사나 신파를 배제하겠다는...
    *영화 <노회찬 6411>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회찬 6411>이 개봉되었다. 볼까 말까 망설였다. 봐야 하는 이유는 많았다. 한때 몸담았던 진영과 옛 동지들에 대한 의리, 그와의 개인적 인연, 노회찬 재단에서 애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 그러나 걱정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성격과 관련된 것. 이것은 어떤 영화일까? 회고? 애도? 질문? 회고라고 하기에는 그를, 그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다룰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공적 애도와 관련해서도 그의 죽음 직후의 거대한 애도 행렬, 신문과 방송에서의 각종 특집이 이미 있었다. 혹시 이 영화가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라는 손석희의 그 유명한 앵커 브리핑 4분53초를 127분으로 늘려놓은 것이면 어쩌지? 이런 것들과 연결된 것이지만 노회찬 지지자들에 의한 노회찬의 재현이 노무현 지지자들에 의한 노무현의 재현, 혹은 박정희 지지자들에 의한 박정희 재현과 정말 다른 것일 수 있을까, 라는 영화적 질문도 있었다. 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나는 그 영화의 수많은 인터뷰이처럼 그와 일정 기간 사적으로, 공적으로 깊이 연루된 관객이다. 회고와 애도 없이 그를 이야기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 울지 않고 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추억과 감성을 소비하지 않는 영화 보기가 가능할까? 그런데 울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또 얼마나 웃기는 일일까?  그러나 그 모든 사려(思慮)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봉 당일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움이 모든 걸 압도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려한 만큼 나쁘진 않았다. 영웅서사나 신파를 배제하겠다는...
문탁
2021.10.20 | 조회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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