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7월 9일     작년 여름, 새벽이 잔디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2022년 7월 9일. 그날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첫 돌봄을 며칠 앞두고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 다가오는 7월 9일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입니다! 새벽이는 종돈장에서 구조되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새벽이와 같이 태어난 돼지들은 생일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새벽이 역시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생일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돼지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새벽이의 삶은 매일매일이 투쟁입니다. 그 매일의 시간이 쌓여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새벽이가 살아낸 날들을 기억하며 이 땅에 사는 돼지들도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사전에 새벽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 크루'가 결성되었다. 크루들은 감자 케이크와 미강 미역국을 비롯한 음식들로 새벽이의 생일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일날 이른 아침, 크루들은 새벽이생추어리에 가서 생일 축시를 낭송하고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다. 나는 같은 날 저녁에 처음으로 새벽이, 잔디와 만났다. 처음 본 새벽이의 모습은 위엄이 넘쳤고, 식사를 마치고는 더위를 피해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갔다. 잔디는 만나자마자 슬금 슬금 다가왔고, 나는 미리 준비한 토마토를 잔디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그렇게 돌봄이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매주 새벽이, 잔디를 만나왔다.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 봄....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7월 9일     작년 여름, 새벽이 잔디와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2022년 7월 9일. 그날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첫 돌봄을 며칠 앞두고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 다가오는 7월 9일은 새벽이의 세 번째 생일입니다! 새벽이는 종돈장에서 구조되어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새벽이와 같이 태어난 돼지들은 생일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새벽이 역시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생일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돼지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새벽이의 삶은 매일매일이 투쟁입니다. 그 매일의 시간이 쌓여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새벽이가 살아낸 날들을 기억하며 이 땅에 사는 돼지들도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사전에 새벽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 크루'가 결성되었다. 크루들은 감자 케이크와 미강 미역국을 비롯한 음식들로 새벽이의 생일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일날 이른 아침, 크루들은 새벽이생추어리에 가서 생일 축시를 낭송하고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다. 나는 같은 날 저녁에 처음으로 새벽이, 잔디와 만났다. 처음 본 새벽이의 모습은 위엄이 넘쳤고, 식사를 마치고는 더위를 피해 진흙탕에 몸을 풍덩 담갔다. 잔디는 만나자마자 슬금 슬금 다가왔고, 나는 미리 준비한 토마토를 잔디 입에 쏘옥 넣어주었다. 그렇게 돌봄이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매주 새벽이, 잔디를 만나왔다.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 봄....
경덕
2023.06.20 | 조회 387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아찔한 동거     어느 날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정체불명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돌봄 일지에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보듬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울음소리는 한 두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많은 인원들이 호롤ㄹㄹ- 호롤로ㄹㄹ- 하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에서 무언가 폴짝 뛰는 움직임이 보였다. (헉..!)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무언가가 땅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 저기요?) 손을 내밀어 꽁무니를 슬쩍 건드리니까, 폴짝!     새벽이생추어리에 개구리가 나타났다. 경칩이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기였다. 올해 경칩은 3월 6일이고 내가 개구리 소리를 들은 날은 3월 9일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지 며칠밖에 안 된 날이었다. 개구리는 특히 겨울잠을 깊이 자는 동물이다. 곰의 경우엔 겨울잠 중간에 깨기도 하는데, 개구리는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는 가사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자다가 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는 것이다. 요즘은 온난화 때문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깼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얼어 죽는 개구리가 많다고 한다. 제때 개구리 소리를 듣는 건 점점 귀한 일이 되고 있다.   호롤ㄹㄹ- 호롤로ㄹㄹㄹ- (...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아찔한 동거     어느 날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정체불명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돌봄 일지에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보듬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울음소리는 한 두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많은 인원들이 호롤ㄹㄹ- 호롤로ㄹㄹ- 하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에서 무언가 폴짝 뛰는 움직임이 보였다. (헉..!)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무언가가 땅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 저기요?) 손을 내밀어 꽁무니를 슬쩍 건드리니까, 폴짝!     새벽이생추어리에 개구리가 나타났다. 경칩이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기였다. 올해 경칩은 3월 6일이고 내가 개구리 소리를 들은 날은 3월 9일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지 며칠밖에 안 된 날이었다. 개구리는 특히 겨울잠을 깊이 자는 동물이다. 곰의 경우엔 겨울잠 중간에 깨기도 하는데, 개구리는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멎는 가사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자다가 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는 것이다. 요즘은 온난화 때문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깼다가 갑작스런 추위에 얼어 죽는 개구리가 많다고 한다. 제때 개구리 소리를 듣는 건 점점 귀한 일이 되고 있다.   호롤ㄹㄹ- 호롤로ㄹㄹㄹ- (...
경덕
2023.05.10 | 조회 524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똥 냄새, 땅 냄새         냄새 공동체   새벽이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고기 냄새’와 ‘새벽이 냄새’가 동시에 감각되어 혼란스러웠다, 고 지난 글에 적었다. 하지만 새벽이를 만날수록 새벽이 냄새는 n가지 냄새로 확산되었다. 식단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냄새라고 딱 구분 짓기 어려운 다양한 냄새를 풍겼다.   새벽이생추어리를 오가며 새벽이 이외의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할수록 새벽이 냄새와 새벽이 아닌 냄새는 마구 섞여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익숙하고 공유된 냄새가 점차 우리 안에 스며들고, 흐르고, 쌓이는 것 같았다.   (새벽이생추어리의 인간-비인간 존재들은 서로의 신원을 냄새로 알아볼 수 있을까? 킁킁.. 저기 혹시?)       똥과 부식토학   새벽이생추어리의 냄새들 중에서 새벽이가 갓 배출한 응가 냄새는 꽤 강렬했다.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응가 냄새를 처음으로 맡았을 땐 숨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흐읍-) 근데 맡으면 맡을수록 우리의 관계가 점점 더 끈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맡다 보니 또 익숙해졌다. 사람 똥과 비교하면 구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숨을 참지 않았다. (후-하-, 후-하-)   새벽이는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조금 걷고 뛰다가 일정한 장소에 볼일을 본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똥 냄새, 땅 냄새         냄새 공동체   새벽이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고기 냄새’와 ‘새벽이 냄새’가 동시에 감각되어 혼란스러웠다, 고 지난 글에 적었다. 하지만 새벽이를 만날수록 새벽이 냄새는 n가지 냄새로 확산되었다. 식단에 따라,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또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어떤 냄새라고 딱 구분 짓기 어려운 다양한 냄새를 풍겼다.   새벽이생추어리를 오가며 새벽이 이외의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할수록 새벽이 냄새와 새벽이 아닌 냄새는 마구 섞여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익숙하고 공유된 냄새가 점차 우리 안에 스며들고, 흐르고, 쌓이는 것 같았다.   (새벽이생추어리의 인간-비인간 존재들은 서로의 신원을 냄새로 알아볼 수 있을까? 킁킁.. 저기 혹시?)       똥과 부식토학   새벽이생추어리의 냄새들 중에서 새벽이가 갓 배출한 응가 냄새는 꽤 강렬했다.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응가 냄새를 처음으로 맡았을 땐 숨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흐읍-) 근데 맡으면 맡을수록 우리의 관계가 점점 더 끈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맡다 보니 또 익숙해졌다. 사람 똥과 비교하면 구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숨을 참지 않았다. (후-하-, 후-하-)   새벽이는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조금 걷고 뛰다가 일정한 장소에 볼일을 본다....
경덕
2023.04.20 | 조회 442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존재들과 긴밀해진다. 그 존재들이 땀샘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온 노폐물과 섞이고 반응하면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진다. 돌봄 후 귀갓길 지하철에서 하차하려고 일어난 줄 알았던 내 옆자리 사람이, 나와 멀리 떨어진 좌석으로 이동(피신)해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땀으로 젖은 셔츠를 살짝 들어 코에 가져다 대었더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부끄러움보다는 어떤 사이-존재(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로서 새로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존재들과 긴밀해진다. 그 존재들이 땀샘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온 노폐물과 섞이고 반응하면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진다. 돌봄 후 귀갓길 지하철에서 하차하려고 일어난 줄 알았던 내 옆자리 사람이, 나와 멀리 떨어진 좌석으로 이동(피신)해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땀으로 젖은 셔츠를 살짝 들어 코에 가져다 대었더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부끄러움보다는 어떤 사이-존재(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로서 새로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경덕
2023.03.20 | 조회 553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우다다, 우다다       잔디는 새벽이생추어리의 두번째 입주자다. 나는 잔디가 실험용 돼지로 키워지다가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새생이(운영활동가)로 오래 활동해온 무모의 목소리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고은   새벽이는 2020년 여름 종돈장에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잔디는 언제 <새벽이생추어리>에 오게 되었나요? 무모   잔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20년 가을이었어요. 새벽이가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데 그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의약 회사에 있었던 실험 동물 돼지가 탈출하려다가 기구 같은 게 쓰러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요. 병원에서 잔디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 회사에 할당된 예산이 있었겠죠? 수술하고 나서도 빨리 회복이 안 되니까 병원에서 안락사시켜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데려가 줄 수 있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잔디가 <새벽이생추어리>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잔디가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2020년 가을, 겨울 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가 2021년 2월 에 <새벽이생추어리>에 왔어요. 그때는 잔디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이빨도 더 많이 튼튼 해지고 그랬던 상황이었어요.   - 김고은, 『함께 살 수 있을까』 무모 인터뷰 중                   돼지와 돼지   작년 7월에 처음 만난, 무더운 여름 날의 잔디가 떠오른다. 하우스 문을...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우다다, 우다다       잔디는 새벽이생추어리의 두번째 입주자다. 나는 잔디가 실험용 돼지로 키워지다가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새생이(운영활동가)로 오래 활동해온 무모의 목소리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고은   새벽이는 2020년 여름 종돈장에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잔디는 언제 <새벽이생추어리>에 오게 되었나요? 무모   잔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20년 가을이었어요. 새벽이가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데 그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의약 회사에 있었던 실험 동물 돼지가 탈출하려다가 기구 같은 게 쓰러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요. 병원에서 잔디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 회사에 할당된 예산이 있었겠죠? 수술하고 나서도 빨리 회복이 안 되니까 병원에서 안락사시켜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데려가 줄 수 있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잔디가 <새벽이생추어리>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잔디가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2020년 가을, 겨울 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가 2021년 2월 에 <새벽이생추어리>에 왔어요. 그때는 잔디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이빨도 더 많이 튼튼 해지고 그랬던 상황이었어요.   - 김고은, 『함께 살 수 있을까』 무모 인터뷰 중                   돼지와 돼지   작년 7월에 처음 만난, 무더운 여름 날의 잔디가 떠오른다. 하우스 문을...
경덕
2023.02.20 | 조회 94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