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와 불교산책
모든 형성된 것은 부서지고야 만다   “수행승들이여, 참으로 지금 그대들에게 당부한다. 모든 형성된 것은 부서지고야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었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   얼마전 나는 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2년 전 고관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 55키로 가까이 되었던 어머니는 33키로의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팔다리는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뻣뻣하게 굳은 마른 나무막대기로 변했다. 누공이 생겨서 장루 수술까지 해야 했던 어머니는 남이 비워 주어야 하는 배변 주머니를 찬 데다가 병원에서 얻은 욕창마저 심각한 상태이다. 게다가 요양시설에서 앓은 옴의 후유증 때문인지, 피부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그런지 밤낮으로 쉬지 않고 가려움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 퇴원을 결정하기 전에 어머니는 자주 염증 수치가 올랐다. 그때마다 의사는 어머니가 면역력이 저하되었다고, 언제 잘못되셔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면회는 불가능했다. 2주에 한 번꼴로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나날이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 상태가 관리인지 돌봄인지, 연명인지 치료인지, 감금인지 요양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희미하게라도 우리를 알아보실 때 어머니를 만지고 먹이고 씻기고 싶어서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24시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형제들이 돌봄을 나누고 있지만 벌써부터 고단하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승리의 목표는 없고 오로지 분투만이 있는 전쟁같이 느껴지는...
모든 형성된 것은 부서지고야 만다   “수행승들이여, 참으로 지금 그대들에게 당부한다. 모든 형성된 것은 부서지고야 마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훈이었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   얼마전 나는 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2년 전 고관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 55키로 가까이 되었던 어머니는 33키로의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팔다리는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뻣뻣하게 굳은 마른 나무막대기로 변했다. 누공이 생겨서 장루 수술까지 해야 했던 어머니는 남이 비워 주어야 하는 배변 주머니를 찬 데다가 병원에서 얻은 욕창마저 심각한 상태이다. 게다가 요양시설에서 앓은 옴의 후유증 때문인지, 피부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그런지 밤낮으로 쉬지 않고 가려움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 퇴원을 결정하기 전에 어머니는 자주 염증 수치가 올랐다. 그때마다 의사는 어머니가 면역력이 저하되었다고, 언제 잘못되셔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면회는 불가능했다. 2주에 한 번꼴로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나날이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 상태가 관리인지 돌봄인지, 연명인지 치료인지, 감금인지 요양인지,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희미하게라도 우리를 알아보실 때 어머니를 만지고 먹이고 씻기고 싶어서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24시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형제들이 돌봄을 나누고 있지만 벌써부터 고단하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승리의 목표는 없고 오로지 분투만이 있는 전쟁같이 느껴지는...
요요
2022.10.18 | 조회 669
지난 연재 읽기 다른 20대의 탄생
    1. 엄마와 작은 이모      외가는 강원도의 깊은 시골에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유학길에 올라야 했던 탓에 오 남매 모두가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다. 두 삼촌은 대학교까지 마쳤지만, 이모들은 일찍 생활전선에 올랐다. 엄마는 자매 중 오직 자신만이 우여곡절 끝에 학업을 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작은 이모와 밥을 먹다가 엄마가 어떻게 학업에 계속 할 수 있었는지 듣게 되었다. 작은이모는 당신의 동생인 나의 엄마가 학업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 뜻을 피력하기 위해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결국 할머니가 두 손 두 발을 드셨기에 엄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찾아와 설득해도 꿈쩍하지 않던 할머니는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자신을 따라 생업에 동참한 작은 이모의 말을 쉽게 모르는 척할 수는 없으셨을 것이다.     작은이모는 종종 당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중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단골 소재인데,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10살 때부터 작은이모와 가까이에서 살았던 나는 그녀의 포용력과 다정함이 총명함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모만큼 곤란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무슨 말을 듣든 그 요지를 곧바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런 이모의 단식투쟁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모는 당신 앞에 있는 두 조카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는 이모의 선견지명(?)에 따라 집안에서 가장 좋은 학벌을 갖게 되었는데, 그 첫째 조카딸인 나는 대학을...
    1. 엄마와 작은 이모      외가는 강원도의 깊은 시골에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유학길에 올라야 했던 탓에 오 남매 모두가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다. 두 삼촌은 대학교까지 마쳤지만, 이모들은 일찍 생활전선에 올랐다. 엄마는 자매 중 오직 자신만이 우여곡절 끝에 학업을 이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얼마 전 작은 이모와 밥을 먹다가 엄마가 어떻게 학업에 계속 할 수 있었는지 듣게 되었다. 작은이모는 당신의 동생인 나의 엄마가 학업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 뜻을 피력하기 위해 며칠 동안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결국 할머니가 두 손 두 발을 드셨기에 엄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찾아와 설득해도 꿈쩍하지 않던 할머니는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자신을 따라 생업에 동참한 작은 이모의 말을 쉽게 모르는 척할 수는 없으셨을 것이다.     작은이모는 종종 당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중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는 단골 소재인데, 나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10살 때부터 작은이모와 가까이에서 살았던 나는 그녀의 포용력과 다정함이 총명함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모만큼 곤란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무슨 말을 듣든 그 요지를 곧바로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런 이모의 단식투쟁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이모는 당신 앞에 있는 두 조카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는 이모의 선견지명(?)에 따라 집안에서 가장 좋은 학벌을 갖게 되었는데, 그 첫째 조카딸인 나는 대학을...
고은
2022.10.08 | 조회 422
여울아의 알지만 모르는
"내가 아는 줄 알았지만 몰랐던 이야기" 여.알.모. 세 번째 순자 이야기     성악설이 아니라 욕망론이다     1. 욕망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욕망을 갖는다. (人生而有欲) 『순자』「예론」   유학자 최초로 인간의 욕망을 긍정한 사람은 순자이다. 그에게 욕망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추우면 따뜻하길 바라고 배고프면 배부르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될 만한 일을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될 만한 일은 싫어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는 욕망이야말로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산 사람은 욕망할 수밖에 없지만 죽은 사람은 욕망할 수조차 없다. 그는 욕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늘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겼다.   전국시대는 전쟁으로 점철된 혼란의 시기였다. 이런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제자백가의 학자들은 저마다의 사상을 펼쳤다. 이 가운데 송견(宋銒)은 “사람의 욕망은 적다(欲寡)”고 주장했다. 그의 과욕(寡欲)론은 사람이 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욕망을 부추기는 세태 때문에 세상이 혼탁해진다는 것이다. 순자와 마찬가지로 그도 욕망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눈으로 좋은 것을 보고, 귀로 좋은 소리를 듣고, 코로 좋은 향내를 맡으며, 입으로 맛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누구나 갖는 욕망이다. 송견은 사람이 이 정도를 욕망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순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기만이 아닌지를 묻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 순자에게 욕망은 생존욕구부터 인정욕망까지...
"내가 아는 줄 알았지만 몰랐던 이야기" 여.알.모. 세 번째 순자 이야기     성악설이 아니라 욕망론이다     1. 욕망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욕망을 갖는다. (人生而有欲) 『순자』「예론」   유학자 최초로 인간의 욕망을 긍정한 사람은 순자이다. 그에게 욕망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추우면 따뜻하길 바라고 배고프면 배부르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될 만한 일을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될 만한 일은 싫어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는 욕망이야말로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산 사람은 욕망할 수밖에 없지만 죽은 사람은 욕망할 수조차 없다. 그는 욕망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늘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겼다.   전국시대는 전쟁으로 점철된 혼란의 시기였다. 이런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제자백가의 학자들은 저마다의 사상을 펼쳤다. 이 가운데 송견(宋銒)은 “사람의 욕망은 적다(欲寡)”고 주장했다. 그의 과욕(寡欲)론은 사람이 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욕망을 부추기는 세태 때문에 세상이 혼탁해진다는 것이다. 순자와 마찬가지로 그도 욕망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눈으로 좋은 것을 보고, 귀로 좋은 소리를 듣고, 코로 좋은 향내를 맡으며, 입으로 맛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누구나 갖는 욕망이다. 송견은 사람이 이 정도를 욕망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순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기만이 아닌지를 묻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 순자에게 욕망은 생존욕구부터 인정욕망까지...
여울아
2022.10.04 | 조회 860
논어 카메오 열전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마을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그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 일을 증언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마을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줍니다. 정직은 바로 그 가운데 있습니다.” (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논어』 「자로」18   마지막 유랑지   공자는 노(魯)나라에서 쫓겨난 후 자기를 등용해줄 군주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주유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위(衛)나라에 잠깐 희망을 가졌으나, 곧 후계 계승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陳)나라와 채(蔡)를 지나며 공자는 초(楚)나라 소왕(昭王)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초나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공자는 섭공을 만났다. 섭공은 『논어』에 세 번 등장한다. 한 번은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고, 다음엔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섭공이 공자와 ‘정직(直)’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다. ‘정직(直)’에 대한 공자와 섭공의 이 대화는 이후 『논어(論語)』 안에서도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섭공과 만난 공자는 그 길로 초나라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공자는 초나라에 들어가지 못했다. 초 소왕이 전투 중에 갑자기 죽었고 이후 초나라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공자는 다시 발길을 북쪽으로 돌렸다. 공자의 그의 제자들은 위나라로 가던 중에 노나라에서 돌아와도 좋다는 명을 받고, 14년의 긴 유랑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공자는 긴 유랑 생활 중에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굽힌 적이 없었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마을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그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 일을 증언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리 마을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줍니다. 정직은 바로 그 가운데 있습니다.” (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논어』 「자로」18   마지막 유랑지   공자는 노(魯)나라에서 쫓겨난 후 자기를 등용해줄 군주를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주유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위(衛)나라에 잠깐 희망을 가졌으나, 곧 후계 계승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陳)나라와 채(蔡)를 지나며 공자는 초(楚)나라 소왕(昭王)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초나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공자는 섭공을 만났다. 섭공은 『논어』에 세 번 등장한다. 한 번은 자로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고, 다음엔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섭공이 공자와 ‘정직(直)’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다. ‘정직(直)’에 대한 공자와 섭공의 이 대화는 이후 『논어(論語)』 안에서도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섭공과 만난 공자는 그 길로 초나라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공자는 초나라에 들어가지 못했다. 초 소왕이 전투 중에 갑자기 죽었고 이후 초나라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공자는 다시 발길을 북쪽으로 돌렸다. 공자의 그의 제자들은 위나라로 가던 중에 노나라에서 돌아와도 좋다는 명을 받고, 14년의 긴 유랑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공자는 긴 유랑 생활 중에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굽힌 적이 없었다....
진달래
2022.09.18 | 조회 743
지난 연재 읽기 다른 20대의 탄생
* 한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세계를 엿보는 것이 재밌고 즐겁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도 한자의 세계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2022 청년 책의 해'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자를 통해 바라보는 계절과 절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재글입니다.                 1.       살아가면서 가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도대체 왜 등산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등산에 재미를 느끼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산의 풍경 때문이다. 똑같은 산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지겹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피어나는 봄, 강렬하게 푸르른 초록색을 느낄 수 있는 여름,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고요한 침묵을 느낄 수 있는 겨울. 계절마다 바뀌는 그 풍경을 거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등산을 좋아하지도, 산의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가까운 친구는 날씨와 계절이 일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그저 사계절의 단점이 모두 모여있는 것으로 보였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만큼 계절의 변화를 재미있게 생각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부정적으로...
* 한자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세계를 엿보는 것이 재밌고 즐겁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도 한자의 세계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는  '2022 청년 책의 해'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자를 통해 바라보는 계절과 절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연재글입니다.                 1.       살아가면서 가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도대체 왜 등산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등산에 재미를 느끼는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산의 풍경 때문이다. 똑같은 산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다른 모습 때문에 지겹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피어나는 봄, 강렬하게 푸르른 초록색을 느낄 수 있는 여름,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고요한 침묵을 느낄 수 있는 겨울. 계절마다 바뀌는 그 풍경을 거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등산을 좋아하지도, 산의 풍경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가까운 친구는 날씨와 계절이 일정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그저 사계절의 단점이 모두 모여있는 것으로 보였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만큼 계절의 변화를 재미있게 생각할 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부정적으로...
동은
2022.09.16 | 조회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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