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몸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생명으로 장자에 대해 내가 읽은 것이라곤 『낭송장자』와 왕보의 『장자를 읽다』가 전부이다. 『장자』는 백 명이 읽으면 백 명의 장자가 나온다는 말처럼 그 해석의 폭이 넓고 어려운 텍스트인데다, 나는 그 지난한 원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장자를 읽었으되, 장자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다 5년 만에 『장자를 읽다』를 다시 읽었다. 그동안 주역공부를 그럭저럭 이어왔고, 새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같은 공부의 지평에서 다시 장자를 읽으면, 처음 장자를 대했을 때 받았던 감동의 근거를 알 수 있을까. 이 글은 장자 내편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왕보를 따라 가면서,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자의 전체 내용을 다루는 건 어림도 없다. 여기서는 인간,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인간세>와 현실세계를 떠난 마음을 다루는 <소요유>편을 주로 다루면서 왕보가 장자를 해석하면서 발견한 특이점을 찾아내 보려 한다. 몸의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장자를 읽다』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등 총 33편으로 되어 있는 전체 내용 중에서 ‘장자 중의 장자’로 인정받는 내편 7편을 다루고 있다. 그 내편 7편도 원래의 순서와는 다르게 재배열되었다. 왕보는 왜 <소요유(逍遙遊)>로부터 시작해 <응제왕(應帝王)>으로 끝나는 원래의 차례를 무시하고, <인간세>로부터 『장자』를 풀어나갔을까? 그는 <인간세>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장자의 철학을 ‘생명의 철학’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생존’은 인간 세상 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했다....
몸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생명으로 장자에 대해 내가 읽은 것이라곤 『낭송장자』와 왕보의 『장자를 읽다』가 전부이다. 『장자』는 백 명이 읽으면 백 명의 장자가 나온다는 말처럼 그 해석의 폭이 넓고 어려운 텍스트인데다, 나는 그 지난한 원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장자를 읽었으되, 장자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다 5년 만에 『장자를 읽다』를 다시 읽었다. 그동안 주역공부를 그럭저럭 이어왔고, 새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같은 공부의 지평에서 다시 장자를 읽으면, 처음 장자를 대했을 때 받았던 감동의 근거를 알 수 있을까. 이 글은 장자 내편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왕보를 따라 가면서,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자의 전체 내용을 다루는 건 어림도 없다. 여기서는 인간,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인간세>와 현실세계를 떠난 마음을 다루는 <소요유>편을 주로 다루면서 왕보가 장자를 해석하면서 발견한 특이점을 찾아내 보려 한다. 몸의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장자를 읽다』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등 총 33편으로 되어 있는 전체 내용 중에서 ‘장자 중의 장자’로 인정받는 내편 7편을 다루고 있다. 그 내편 7편도 원래의 순서와는 다르게 재배열되었다. 왕보는 왜 <소요유(逍遙遊)>로부터 시작해 <응제왕(應帝王)>으로 끝나는 원래의 차례를 무시하고, <인간세>로부터 『장자』를 풀어나갔을까? 그는 <인간세>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장자의 철학을 ‘생명의 철학’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생존’은 인간 세상 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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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 정군 노동이 사라진다, 그리고 소비자도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갑작스러운 고금리, 통화량 긴축을 견디지 못한 은행들의 연쇄 파산일 것이다. 그 뿐인가? 이른바 ‘영끌족’들은 매수한 자산 가격 하락으로 영혼을 지불 중이다. 생물학적 전염병의 유행이 일시적으로 멈춤과 동시에 사회적 전염병으로서 빈곤은 쉼 없이 감염자 수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세계가 얼어붙을수록 이른바 선진국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이 와중에 지구를 덮친 때 이른 더위와 태풍은 이 세계의 끝이 결코 멀지 않았음을 예감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갑자기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이 세계는 마치 사람들의 ‘돈 걱정’을 연료 삼아 작동하는 기관인 듯하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돈 때문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이 체제의 ‘위기’는 워낙 만성적이어서 오늘날 닥쳐온 것과 같은, 세상이 끝장나버릴 것 같은 위기가 와도 걱정은 되지만 생생하게 위기감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체감이 그런 것과 실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 위기는 이전에 자본주의가 겪었던 몇몇 위기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를테면, 선진국 제조업의 이윤율 저하로 케인즈주의가 박살났을 때, 자본은 선진국의 산업을 기술, 금융,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공간적 대응으로 위기를 돌파했다1). 기술, 금융, 서비스와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나의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90년대, 2000년대 내내 우리 집이 왜 그렇게나 힘들었던...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 정군 노동이 사라진다, 그리고 소비자도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갑작스러운 고금리, 통화량 긴축을 견디지 못한 은행들의 연쇄 파산일 것이다. 그 뿐인가? 이른바 ‘영끌족’들은 매수한 자산 가격 하락으로 영혼을 지불 중이다. 생물학적 전염병의 유행이 일시적으로 멈춤과 동시에 사회적 전염병으로서 빈곤은 쉼 없이 감염자 수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세계가 얼어붙을수록 이른바 선진국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이 와중에 지구를 덮친 때 이른 더위와 태풍은 이 세계의 끝이 결코 멀지 않았음을 예감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갑자기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이 세계는 마치 사람들의 ‘돈 걱정’을 연료 삼아 작동하는 기관인 듯하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돈 때문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이 체제의 ‘위기’는 워낙 만성적이어서 오늘날 닥쳐온 것과 같은, 세상이 끝장나버릴 것 같은 위기가 와도 걱정은 되지만 생생하게 위기감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체감이 그런 것과 실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 위기는 이전에 자본주의가 겪었던 몇몇 위기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를테면, 선진국 제조업의 이윤율 저하로 케인즈주의가 박살났을 때, 자본은 선진국의 산업을 기술, 금융,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공간적 대응으로 위기를 돌파했다1). 기술, 금융, 서비스와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 나의 부모님을 생각해 보면 90년대, 2000년대 내내 우리 집이 왜 그렇게나 힘들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