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토용
2024-04-2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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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아버님을 뵈러 갔습니다. 

93세이신 아버님은 몇 년 전부터 심장판막이 안좋아져 약을 드셨는데, 이제 더이상 약도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호흡이 힘드시고 자연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3주 전부터는 미음조차 드시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물, 뉴케어, 영양주사로 버티고 계십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셔서 간단한 대화도 힘들지경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독일에 있는 애들 잘 있냐고 챙기시네요.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아 할아버지 뵈러 오라고 애들을 불렀습니다.     

 

급하게 비행기를 알아봤는데 다행히 비수기라 표를 구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들은 수요일에 도착해서 지금은 할아버지 곁에 있습니다. 

아들 얼굴을 1년 반만에 봤습니다. 

반가우면서도 이별을 위해 온 모습을 보니 짠하네요.

독일에서 출국하는 날도 맘을 졸였습니다. 

뮌헨-인천은 루프트한자 직항이 있습니다. 근데 하루 전날 사니까 표값이 너무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경유하는 핀에어를 샀어요. (뮌헨-헬싱키-인천)

그런데 헬싱키에 눈보라가 친다고(4월에 ㅠ) 뮌헨에서 지연 출발을 해서 한국행 비행기를 놓치게 되었지요.

졸업에 필수인 실습이 예정되어 있어서 겨우 5박6일 일정으로 오는데 하루를 까먹게 생겼지뭐예요. 

너무 안타까워서 어쩌나했는데 핀에어에서 루프트한자로 바꿔줘서 오히려 직항으로 오는 행운이 있었네요. 

아들 말이 그날 네*버 운세가 '기세등등'이었다고^^

 

 

아들은 이제 월요일에 가고  딸이 토요일에 옵니다. 

아들은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딸은 오기도 전부터 눈물바람이네요. 

가족과의 이별이 쉽지는 않지만 이 또한 삶의 과정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합니다. 

 

 

댓글 9
  • 2024-04-28 08:37

    아고~~
    토용 힘내세요

  • 2024-04-28 20:28

    토용님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살뜰히 며느리를 챙기시는 어르신의 소식을 함께 한지도 한참이 되었네요.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남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편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2024-04-29 08:58

    아들 오고 가고 딸 오고 가고.. 만나고 헤어지고..

  • 2024-04-29 09:54

    내가 쓴 댓글은 어디로 갔느뇨? 쩝
    아마... 이 시기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정도로 쓴 것 같은디....

  • 2024-04-30 16:38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은 늘 슬프지만 또한 감당하지 않을 수 없는 슬픔이지요.
    그래도 그 마음을 주고받고 어루만질 수 있는 할아버지-손주관계가 부러웠어요.
    토용님도 잘 정리하시고 공부방에서 다시 만나요~

  • 2024-04-30 21:33

    저희집 애들도 외할머니 임종을 지켰습니다. 애기때부터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받고 컸기에 꼭 함께 하겠다고 병원으로 달려왔지요.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손도 잡아드리고, 같이 엉엉 울고....
    죽음의 과정을 본 것이 무섭지 않았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하더라구요.
    애들이 그렇게 크나봅니다. 더이상 할머니를 만날 수 없지만 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슴에 품고...

    토용님께 위로를 전합니다.

  • 2024-05-01 13:30

    저도 위로를 전합니다.
    아카시아 하얗게 핀 봄날.
    좋은 곳으로 편히 가셨기를.
    🙏

  • 2024-05-01 20:22

    지난 불교학교 에세이 발표 때 곁에서 아버님과 이별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손주 얼굴 보고 가셨군요. 귀히 여기는 손녀딸을 못보신 게 안타깝군요. 잘 모르지만 귀동냥으로 듣기에도 멋진 분이셨던 것 같네요. 이렇게나마 위로를 전합니다.

  • 2024-05-02 13:27

    손주들을 그리 아끼셨다는 할아버님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토용샘도 남편분도 재현이 문정이도 할아버님 잘 보내드리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