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진달래
2024-04-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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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기림샘이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인 "걷.친.초"에서 양평 물소리길을 걸었습니다. 

 

지금은 길이 좀 바뀌어서 강을 따라 걷지 않고 안쪽으로 걷게 되어 있습니다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음~ 걸을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온다고 하진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다행이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 몰라서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쓰던 우비와 우산을 챙겨 나갔습니다. 

저희 집에서 양평역까지는 경의중앙선을 타고 한 번에 가는데도, 1시간반이나 걸렸습니다. 기린샘은 집에서 양평역까지 2시간 반 걸렸다고 하더군요. 

결국 비가 내렸습니다. 그것도 적지 않은 비가. 그것도 딱 10시부터 내렸습니다. 

걸어야 하나 어쩌나 하다, 다들 준비해온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걷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걸을 길은 물소리길 4코스 입니다.  저는 이 길을 경기옛길의 하나인 평해길로 알고 있었는데 양평군에서 따로 만들어 이름을 붙인 길이 물소리길인 모양입니다. 이 두 길은 조금 다르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나 봅니다. 경기옛길은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이 집필한 ‘도로고’(道路考)의 육대로(六大路)를 토대로 길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역사문화 탐방로라고 합니다. 총 6개가 있는데 강화길(김포옛길·아라김포여객터미널~강화대교·52㎞), 삼남길(과천~평택·98.5㎞)과 의주길(고양~파주·60.9㎞), 영남길(성남~이천·116㎞), 평해길(구리~양평·133.2㎞), 경흥길(의정부~포천·88.8㎞) 입니다. 

그 중 평해길은 남한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로 봄에 걷기에 좋다고 해서 눈여겨보고 있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걷게 되었습니다.  공부방에서 토용샘이 함께 걷자고 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토용샘은 전날 몸이 아파서 참석을 못했습니다.  11명이 걸었는데 대부분 인문약방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자전거 길과 함께 있어서 올해부터 걷는 길이 조금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냥 원래 강을 따라 걷는 길을 걸었습니다. 월요일 오전이기도 하고 비도 오고, 가는 내내 자전거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걷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길을 다 전세 낸 듯이 걸었습니다. 양평역에서 원덕역까지 3시간여에 이르는 길이 모두 벚나무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전날 답사를 왔던 기린샘이 벚꽃이 많이 지긴 했어도 아주 예뻤다고 하더군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길에 꽃잎이 가득해서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합니다.  한 시간 남짓 걷다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싸온 도시락을 펼쳐 놓고, 다 먹고 나서는 자기 소개도 하고 '설렘'이라는 주제 맞추어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

 

     

새봄님과 코난님이 의정부 중앙시장(?)에서 공수해 오신 닭발편육 등등으로 막걸리도 한 잔씩 마시며 

 

 

선거가 끝나고 기분이 좋으신 단순삶샘, 서해샘, 스프링샘, 그리고 스프링샘 친구분(달이라는 닉네임을 쓰셔서 달팽이님이 오는 줄 알았다는), 시소샘과 새봄샘, 코난샘(가족 모임에 우리가 끼어 온 듯한 기분이라는...) 무사샘, 여성글쓰기로 처음 문탁에 오셨다는 유유샘까지, 좁은 처마 아래 옹기 종기 모여 앉아 강 건너 물안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린샘은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참석자가 없을까 많이 걱정하셨나봐요. 계속 "우정으로 참석한....."을 이야기하시는 걸로 보아 ^^

걷는 길 내내도 무슨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다 까먹었습니다.~ 

 

 

 

 

아침에 우비를 챙기면서 너무 오래 되기도 해서, 어쩔까하고 있는데, 식구들이 펴보고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귀찮기도 하여, 가서 못쓸 것 같으면 버리고 오겠다고 하고 가져갔는데,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색이 너무 화사한 핑크라 좀 놀림을 받긴했지만 쌀쌀한 날씨에 보온도 되고, 가방도 안 젖고. 해서 집에 잘 가져와서 잘 빨아서 말려 두었습니다. 

벌써 다음달 기획도 끝나셨던데 5월의 "걷.친.초"도 기대가 되긴 합니다. 참석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 오는 벚꽃길, 정말 '벚꽃 엔딩'이었습니다. 

 

 

댓글 6
  • 2024-04-18 08:09

    멋지네요

  • 2024-04-18 08:28

    그날 집에서 계속 창밖만 바라보며 아쉬워했어요 ㅠㅠ

  • 2024-04-18 09:26

    비가 와도 걷는 걷.친.초, 시작이 좋군요!

  • 2024-04-19 06:48

    핑크우비 탐난다ᆢ

  • 2024-04-20 07:06

    비가와도 좋네요. 벚꽃은 져도 좋은 듯...

  • 2024-04-20 18:01

    기린샘이 문탁네트워크로 가서 좋은점중 하나를 그날 발견했습니다. 같이 세미나를 하지 않는 분들과의 만남이라니....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같이 많은 분들을 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모임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