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고사'라 쓰고 소풍이라고 읽는다^^

자작나무
2024-04-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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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다녀왔습니다. 화재로 조금 손상을 입은 황토방 완공을 기념해 안녕을 비는 고사를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주인장 내외,  어서 와유~~

 

이번에 처음으로 평창에 간 저로서는 이전 황토방이 어떤 모습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지금 니가 앉아 있는 곳이 예전에는 아궁이였어, 라고 말하더라구요. 황토방과 그 앞의 툇마루(?), 대청마루(?)처럼 본채로 이어지는 모습이 정겨운 평창 '공휴재'였습니다. 

 

 

*언덕 위의 첫번째 집, 손 흔들어 맞이해주는 효주샘

*툇마루 풍경, 프랑스어 공부하는 로이. 이번에 로이가 참 많은 일을 했죠~

*여기가 바로 아궁이 있던 자리였어! 

 

시간과 차를 달리 하여 평창으로 달려간 사람들이 4시에 모였습니다. 물론 중간에 무를 산다고 봉창까지 '놀다가 온' 팀도 있었고, 일찍 도착해 이미 맥주를 딴 팀도 있었습니다. 다들 완연한 봄기운에 넉넉한 얼굴로 고사에 임했습니다. 대청마루는 총 25명이 다 설 순 없어 문 바깥에서 고사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고 마음 속으로 공휴재의 안녕과 무사함을 빌었습니다. 

 

*어디선가에서 들린 훌쩍이는 소리. 푸른색 옷의 단순삶샘. 달래주는 두 어르신, "괜찮아~~"

*정군샘보다 높이 현판을 달테다!

*저녁차리기, 십시일반 비빔밥

 

고사를 지내는 동안, 작년 한 해보다 더 많은 절을 했다며 자못 절하는 게 능숙해졌다고 정군쌤은 어깨를 으슥합니다. 제관인 자누리샘의 진행 솜씨는 참석자를 들었다 놨다, 울렸다 웃겼다, 급기야는 만세 삼창까지 하게 만듭니다. 전문 제관, 샤먼 자누리샘입니다. 로이의,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한 친필 축문은 태우지 않고 현판 뒤에 붙여 미래에까지 전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의 역사로 누군가가 발견하겠지요. 많은 친구들이 기원의 말을 남겼는데, 고사 시작과 함께 훌쩍이면서 눈물을 닦고 있던 단순삶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최종 원인 제공자라며 자책하며 힘들어했다는 말에 다들 그녀의 가녀린 모습과 그간 힘들었을 마음고생에 짠해 합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군고구마가 맛있었는지... 군고구마 먹은 우리 모두, 원인 제공자입니다. 트라우마가 사라질 때까지 단순삶샘, 공휴재로 쉬러 오세요.  

 

*이 코는 내거야~ 여기에 봉투 넣을테다!

*만세삼창! 왜 하냐고? 제관이 시키니까!!

*벌 서는 정군샘, 지못미 로이, 귀여워서 올려봤어.

 

고사가 끝나고 집을 둘러 보고, 산책도 하고, 텃밭도 거닐고, 그네도 타고,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고...많은 일들을 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어진 뒷풀이(?) 자리랄까요, 그냥 찢어져서 놀기는 거시기해서 함께 모였고, 이미 5병의 와인이 아작이 났습니다. 물론 맥주와 막걸리들은 해 있을 때 이미 사라졌었죠.

 

 

*와인 5병으로는 부족해!

 

공부방 회원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와인과 맥주를 먹어 치운 겁니다. 술기운 때문일까요, 9시에 일차로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일까요, 갑자기 시작된 노래방 타임! 가마솥샘이 유튜브로 노래방mr을 깔아주십니다. 다들 홀라당 자빠질 정도로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경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의 모습들, 언젠가 다른 친구들도 함께 봤으면 좋겠네요.ㅎㅎ

 

 

*누가 누가 잘 부르나!! 코창력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 무사? 얼굴로 부르는 노래, 우현? 지금 병 나발 부시나요? 마이크를 가지고 노는 진달래샘?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텐션이 어디서 왔을까? 봄이 와서? 아니면 소풍이어서? 

아, 그렇지. 에세이 발표가 없구나! 워크샵이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다같이 '일'이나 회의가 아니더라도, 그냥 햇볕을 즐기고, 술도 즐기고, 음악과 수다도 즐기고, 친구 등도 긁어주는^^ 그런 한가한 날이 있으면 좋겠네요. 

 

 

 

댓글 6
  • 2024-04-10 05:58

    명문일세^^

  • 2024-04-10 07:53

    에구 윤경님 마음이 힘들었구나.. 토닥토닥
    이제 황토방에서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 2024-04-11 14:12

    자작님이 처음이라고 해서 놀랬습니다.
    비번은 인디언 전번 뒷자리입니다. 동서울에서 방림 면사무소까지 시외버스도 있어요..ㅎㅎ

  • 2024-04-11 15:14

    집지은 이후 가장 많은 분이 온 날이었어요
    6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까지 모여서 잘 노는 모습보니 흐뭇하더구만요
    마음 모아주신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즐거운 공휴재로 거듭나길~~^^

  • 2024-04-13 18:50

    오랜만에 다같이 시간을 보내니
    괜시리 신나버렸네여
    평창에도 긍정적인 기운들이 잘 전달 되었으면 합니다 🙂

  • 2024-04-13 19:54

    저도 이번에 처음 갔는데 돌아오기 아쉽더라고요.
    좋은 일로 또 한번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