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 22주차]-잘가라고~ 어디로 가라는 기야?

느티나무
2017-01-09 14:10
1188

동네로 옮겨 온 후 처음 나가는 탈핵릴레이

겨울의 짱하는 추위도 없고

박무인지 연무인지 때문이라는데 오후 2시밖에 안되었는데도 날이 어둑하니 하늘이 잔뜩 내려앉았다.

북유럽 사람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는 그런 날씨가 이런건가 싶다.

 

2시 5분전 요요샘이 피켓을 들고 오시고 잠시 후 지금이 주차를 한 후 왔다.

1.jpg

 

건널목을 건너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피켓에 모이자 즐거워하는 두 분!

오늘따라 관심있게 보는 분들이 많다.

때론 유심히 보기도 하고, 때론 웃기도 하고

그런데 아뿔사!

파란색 트럭 한 대가 인도로 올라 오더니 우리 옆을 막고 주차를 시키는게 아닌가.

이것이 오늘의 파란(波瀾)의 시작이었다.

잠시 후 지나가던 어르신 한 분이 가방을 든 손을 치켜들어 박근혜의 이름에 대고

"잘가라 뭐? 지금 누구더러 감히 이런 말을 하는거냐?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 이런 버릇없는 ... ..."

지금님의 여유있고 능숙한 대응하자 아래 위로 눈을 부라리더니 가던 길을 가셨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조마조마 했다.

잠시 후 또 한 어르신이 오셔셔

"잘가라 박근혜? 어디로 가라는 기야?"

라며 언성을 높이신다. 그 옆을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의 모습에 눈을 찡긋하며 고래를 절래절래 흔들며 지나가셨다.

'날씨 탓인가 오늘따라 ... ... '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색의 경비복을 입고 아저씨 두 분이 오셨다.

 

"여기다 주차를 시키면 안된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된다. 상가에 피해가 되니 다른 데로 가서 해라. 자꾸 민원이 들어오고 건물주가 뭐라고 한다."

" 그러면 저기 길에서 해라. 이 건물 앞에서 하지 마라."

2.jpg

그래서 우리는 길 위로 나와 이렇게 뚝 떨어진 채 시위를 했다.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잠시 후  두 분이 다시 등장해서 잔소리를 하신다.

그 틈에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를 치켜들고 거들며 또 한 소리를 하고 지나간다.

우리의 시위가 마땅찮은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는지... ...

어둑한 날씨 탓인지... ...

 

하지만 꿋꿋이 서서 얼굴에 함박웃을을 짓고, 즐겁게, 피켓을 보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시위를 마쳤다.

그리고 나는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것도 날씨 탓!

그리 추울 줄 알았더라면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를 하고 갔을 텐데, 오늘따라 푸근하기에 겨울을 얕본탓이다.

 

잘가라~ 박근혜!

잘가라~ 핵발전소!

 

 

 

 

댓글 3
  • 2017-01-09 19:20

    하하 어르신들과 경비 아저씨들의 역습이 있었답니다.^^

    한동안 이런 일이 뜸해서 잠깐 잊고 있었지만

    거리는 늘 다른 의견이 부딪치는 공간이라는 걸

    새삼 확인했네요. ㅎㅎ

    느티나무샘, 몸살까지 앓았다니.. 고생하셨겠어요.

    에고고.. 모두들 따뜻하게 챙겨입고 나갑시다.~~

  • 2017-01-09 20:21

    아이고 마음고생까지..

    고생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7-01-09 21:06

    해질녁에 할 때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 시간에는 할배 할매들이 많이 오가시나봅니다.

    그나저나 지금쌤에게 능숙한 대응? 이 궁금합니다. 한 수 배우고 나가야할 것 같습니다.

    파란을 겪느라 몸고생 맘고생 하신 느티쌤 고생하셨습니다. 후기도 감사합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셨겠지만.... 손을 치켜드는 어르신을 보며 놀랬을 요요쌤과 지금쌤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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