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20주차] 비가 와도 합니다!

히말라야
2016-12-22 21:15
930

어제 오후부터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오늘 낮까지 그치지를 않습니다.

며칠 전부터 청량리가 만들어 준 '관둬라'포스터를 대형으로 뽑을까 말까

고민을 한 이유는... 만만치 않은 비용 18,000원!

A3까지는 일반적인 복사기를 사용하지만 대형사이즈는 더 복잡하고 

더 고가인 기계를 사용해야 해서 인쇄가격이 무려 20배 이상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럴 정도는 아니지...라는 생각에 안하려다가 어제밤 빗소리를 듣다가... 

마음을 바꾸어 그냥 대형출력 주문을 했습니다.

크기변환_IMG_20161222_144708.jpg

그런데 막상 대형으로 번쩍거리면서 나온 포스터를 보니...

지난 주, 작게 인쇄한 포스터에 우리가 '관둬라'라고 누더기처럼 기워 써 넣은

그 소박한 포스터가 훨씬 더 정감있고, 인간적이고, 사람들에게 친근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역시! 포스터도 그냥 반성장스러운 우리의 직접적이고 투박한 손길을 거치는 것이

고가의 복잡한 장비를 거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름엔 더워서 쓰지 못했던...열혈녹색다방원인 다인님께서 사주셨던 

진짜, 전쟁용! 방독면을 오늘 써 보았습니다.  

숨쉬기 편하게 필터 전부 빼고 목을 하도 조르길래 고무줄에 칼집도 냈습니다.

저걸 뒤집어 쓰고 있으니 따스하니 좋긴한데

날은 차고 제 숨이 방독면 안에 가득차...

눈 앞에 하얗게 김이 서려 점점 시야가 아득해집니다. 몽환적이랄까. ^^ 

눈은 뜨고 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방독면 안으로 제 숨소리만 들립니다....들이쉬고 내쉬고...

갑자기 제 호흡에 집중하면서 저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명상'에 들었습니다.

잠이 오려고 해서...문득 매일매일 방독면을 쓰고 일을 하는 ...

그런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세상과 그 사람사이엔 늘 어떤 막이 하나 있는 것, 참, 답답하겠구나 

제 옆에 서 계신 분은 용인에 사는 녹색당원이신 윤건원님이십니다.

지난번 총선 때부터 줄곧 파지사유에 출몰하시는 분이세요~

오늘 함께 하자고 제안드렸더니 기꺼이 와주셨습니다.

저를 보시자마자 "비오는데도 하나요?" 라고 물으셨죠..

그럼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해야죠~ ^.^

혹시라도, 파지사유에서 보시면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오늘 달팽이샘과 뚜버기샘도 함께 해주셨어요~~

시위 끝나고 뚜버기샘께서 따스한 커피를, 

달팽이샘께서 달콤한 담쟁이 베이커리를 사주셨어요~ 

덕분에 윤건원샘이 담주에 러브 영화전에 오실 것 같아요.호호.

뚜버기 샘 사진은 윤건원 샘한테 있으신데...받는데로 올릴께요~

크기변환_IMG_20161222_144641.jpg

어제밤에 새로운 찌라시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첨부해요~)

오늘 비가 와서 사용하지 못했지만 50장 출력해서, 찌라시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거기에 적어 넣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마지막으로 함께 하고 싶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삐까한 포스터를 찍어 낸 것 또한 반성하면서!

대지에 뿌리박은 나무들처럼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은

길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너무 많은 길들이 나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멈춰야한다

놓아야한다

살아야한다

 

지금 바로 사랑하고 지금 바로 나누고

지금 바로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는다면

유보된 삶은 미래로 흩어져 사라지고 말 것이니

 

대지에 뿌리박은 나무들처럼

나의 우선순위를 바로 하며

서로 언 손과 언 손을 굳게 잡는 것이다

                                         (박 노해)

댓글 4
  • 2016-12-22 23:08

    앗! 오늘은 녹색당 우산이 예뻐 보이네@@

    녹색당 우산은 겨울비 전용이었구나...

    이런 깨달음을 친구들 사진을 보며 해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고가 많으십니다!!!

  • 2016-12-23 07:45

    왜 히말라야가 하는 건.... 모두 웃기지?

    방독면 안에서의 몽환 졸음 명상이라!!

     

    정말 웃겨!!

  • 2016-12-23 09:09

    윤건원샘, 탈핵릴레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음.. 포스터가 크니까.. 글자가 확실히 잘보이는군요.

    (이건 방독면 안에 갇혀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히말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씀ㅋㅋ)

    관둬라!! 노후원전 폐쇄하라!

    지진 이후 멈췄던 월성1호기~4호기 얼마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 정말 겁대가리 없지요? 

    아니, 아니.. 낡은 원전에서 마지막 이윤까지 짜내려는 돈문제이겠지요?

    겨울비 오시는 날

    함께 한 달팽이와 뚜버기도 좋아요~~

  • 2016-12-25 16:31

    비오는날 혹시 히말라야 혼자 나가나? 싶어...서 같이 나갈 준비를 하고 나갔었는데

    친구들이 많이 간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네요.. 친구들이 같이 가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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