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통신> 1월 9일 점심 밥당번 후기

자누리
2015-01-11 14:42
612

학이당이 방학 중이지만 이 날은 주학의 <교육강좌><밀란쿤데라 읽기>세미나가 시작하는 날이라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풍경과 저는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 사람이 많아 약간 당황했지만 풍경이 워낙 솜씨꾼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요.

먼저 찬거리를 꺼내 놓고 메뉴를 정했습니다. 인디언 쌤이 순두부를 얼른 먹어야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순두부국으로 결정했습니다.

남아있던 비지찌개도 넣고 김치도 잔뜩 넣어서 정체불명의 국을 만들겠다고 하니 풍경은 놀랍지도 않다고 합니다

문탁쌤과 요요쌤 섞는 신공들을 워낙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고보니 요즈음 문탁의 각종 매니저들이 할 일이 섞고 또 섞어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중입니다

매니저의 칭호를 바꾸고 싶어하시는 쌤들, ‘딜러어떠세요?


제가 국을 하나 끓이는 동안 풍경은 호박볶음, 버섯볶음, 유채나물겉절이를 휘리릭 해놨더군요

, 전처리는 제가 했습니다.(많은 분들이 제가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여기길래 사족을 답니다.)

메뉴를 정하면서 우리는 기초식품군을 생각했습니다. 반찬에 단백질이 부족하더군요

골다공증을 조심해야할 신체들인지라 멸치를 볶고 싶었는데 없더군요. 멸치는 주메뉴로 정해야 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잊지 말고 선물해야겠습니다~

 

12시 반에 딱 맞추어서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스렌지 묵은 때를 닦고나니 문득 밥매니저로서 뭘 할지가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분들이 식사를 시작했더군요.ㅠㅠ


고대 부족사회나 중세 도시 길드의 생활 중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게 공동식사입니다그리스 철학을 공부할 때 뿔옹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던것이기도 하지요

민주주의와 같은 대의제 형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회성을 유지하는 마을에서 공동식사는 아마도 공통감각을 유지하는 문화이자 정치의 역할을 했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식탁은 매일매일 그 공동식사를 여는게 아닐까요?

공동식탁에서 친목과 우정도 나누고 사소한 소문도 확인하고 진중한 논의의 시발점을 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기왕이면 더 적극적으로 공동식사의 내용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날 새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밥매니저로서 더 친밀하게 인사를 나누는 기회를 드려야 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보통 세미나팀끼리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 데 그도 나쁘지 않으나 가끔은 더 섞여도 좋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고나서도 한서에게 정신이 팔려 두루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밥매니저가 그런 역할을 하면 웃길까요? 그러나 형식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하면 밥상문화가 새로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동식사를 하나의 문화적 형식으로 여긴다면 식사 전후 약간의 긴장이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밥먹기전 다 같이 청결한 식탁을 준비하고 밥먹은 후 식탁을 뒤돌아보는 긴장 말입니다.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점심을 식당에서만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점심시간에 터전의 모든 공간은 밥먹을 장소로 변형되곤 합니다

특히 OA실 책상은 늘상 밥을 먹게되는 자리인데도 세미나 책과 간식접시등으로 어지러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냥 밥만 빨리 먹어치우는자리가 되면 우정의 식사자리로는 빈약하지 않을까요? 스탬플러 등도 치워져 누구나 식판을 들고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이상은 식사 뒷정리를 하면서 든 생각들입니다.


청소기를 들고 마지막 정리를 하면서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다른 곳들도 가봤습니다.

어떤 방은 들어가니 반찬냄새가 그냥 있더군요. 창문에는 커튼이 쳐 있구요

음, 밥 먹은 다음 창문을 열어놓는 센스?! 필요하겠지요?  당번이 정리하면서 닫구요겨울이라 추우니 아무래도 환기를 잘하기가 어려운거 같습니다

어떤 방은 전기판넬이 그냥 켜 있더군요. 우리 정신이 그렇지요~~ 그러니 습관을 들여야 할 거 같습니다

뒤를 한번 돌아보고 옆도 돌아보고 자꾸 돌자, 돌자. 이렇게요!!


공동식탁을 갖고서도 공동식사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쨋든 우리는 매일매일 공동식탁에 앉고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더 찐~하게 표현해보아요~~

---------

청소하다가 밥당번 후기 써주세요라는 글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설마 밥당번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라고 비난하는 맘들을 품으시진 않겠지요? 그러시면 안됩니다.

작년엔 어깨가 아파서, 집 이사문제로, 여의치 않았습니다.(요건 콩세알을 염두에 둔 말임^^)


밥매니저들 항상 고맙습니다.yellow_emoticon%20(8).gif

 

댓글 3
  • 2015-01-11 15:35

    그날 공부방에서 밥 먹고 창문 안 열어 놓은 사람

    바로 저입니다. 자수~~

    다음부터 환기에 신경쓰겠습니다.^^

  • 2015-01-12 00:15

    "그러시면 안됩니다" ㅎㅎ 자누리샘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제가 토욜에 먹었던 김칫국이 금욜 샘께서 끓이신 것이었나 봅니다. 완전 맛있던데요.

    전 밥당번도 후기 써야 되는 줄, 오늘 첨 알았습니다.

    문탁은 후기를 좋아하는 곳이군요. 더불어 댓글도.

  • 2015-01-12 06:32

    자누리, 만세! 만세! 만세!

    1월 주방지기인 저 문탁, 자누리샘의 자발적이고 멋진 후기에 감읍하고 또 감읍할 따름이옵나이다.rabbit%20(28).gif

    하여, 

    밥당번 최초로 이렇게 멋진 후기를 써주신 자누리님께 주방지기의 권한으로 식권 다섯장 쏩니다.!! rabbit%20(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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