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6 세미나 후기 (나만 모르거나 나만 궁금하거나)
누룽지
2021-05-13 10:02
271
나만 모르거나 나만 궁금하거나
당연하게도 세미나에서 나만 모르는 게 99%이고 나만 궁금한 건 1%이다.
한번 쯤 후기로 이런 게 뭔지 올려도 되죠?
안 궁금해도 궁금한 척 해 주세용~
鼎자가 서경에 자꾸 나오는 거예요. 우왕 때부터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에 툭하면 나오는 거죠. 심지어 조리도구면서 글자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긴건지...
박물관에 가서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보며 ‘저기에 끓여 먹으면 흙냄새 나서 맛 없겠다. 요새 태어난 게 다행이지’ 라고 생각한 건 저만은 아닐거예요.
공자가 길을 가는데 어느 노파가 보리죽을 바치자 몹시 기뻐하며 후하게 사례하고 그 죽을 드셨다 해요. 제자가 끓인 죽은 싸구려 요리인데 어찌 그리 정중한 사례를 하시냐 하니 뜻이 존귀해서 그리하셨다네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저는 ‘으~ 아직도 지금의 뚝배기 같은 도자기가 없네’라고 생각했죠. 철이 농기구로 쓰인 것이 한 대이니 평범한 노파가 부엌에서 무쇠솥으로 능숙하게 끓이기에도 이른시기겠죠.
그러고보면 우왕 때부터 청동 솥에 뭔가를 끓여먹었다는 건 어마어마한 호사인거죠. 권력이 무얼 누렸는지 정확히 보여주더라고요. 딱 鼎자 같이 생긴 솥 사진을 발견하고는 ‘이 글자는 태생부터 화려하고 요란할 수 밖에 없구나’ 했어요.
봄철의 매화가 군자라면 소인은 복숭아 오얏 이래요.
‘아니 봄에 피는 꽃이 한둘이 아닌데 왜 얘네하고만 비교하는 거야?’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고 원산지를 열심히 찾아봤지요. 예상하신 대로고요. 섬서성, 사천성, 감숙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명이 나오더라고요. 지천에 널린 게 이런 것이니 매화랑 비교했겠죠. 매화는 남방계라 회하 남쪽에서 왔고요.
단언컨대 우리 세미나팀에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들이죠.
언젠가 문장을 해석하는데 言曰이 나오는 거예요. ‘아니 言만 써도 알겠다고요. 왜 曰까지 붙여 쓰는데요?’
세미나 시간에 여쭸더니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曰이 따옴표 역할이라 하시네요. 이런 게 저만 모르는 것들입니다.
천자문을 봤더니 맨 마지막에 ‘謂語助者는 焉哉乎也라’라고 써 있더라고요. 얼마나 대표적이고 중요하면 천자문에도 나올까 해서 이 어조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잘 살펴보고 있답니다. 그래도 어떻게 쓰이는지 모를 때 많아서 슬퍼요.
위안을 삼는 건 글자 한자한자 해석에 급급하다 한 눈 파는 걸 보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거예요.
유자들의 사상을 배우며 논하는 자리에 이런 잡다한 저를 끼워 주신 걸 보면 유가사상의 깊음과 유연함도 대단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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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긴긴 우공편을 읽으면서 우임금의 치수사업을 경이롭게 봤잖아요? (나만 그런가?) 물길을 다스려 9개의 州로 나누고 그 9주에서 모은 금속으로 주조한 9개의 큰 솥이 바로 九鼎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구정은 은나라, 주나라로 전승되면서 천자의 권력을 상징하게 되죠.
제가 몇 년전에 대만 국립박물관을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청동 기물들과 거기에 새겨진 銘文이었어요. 군주의 책명이나 기록으로 남겨야할 중요한 것들을 청동 용기에 새겨놓은 것이죠. 보통 큰 솥(鼎)은 의례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누룽지샘이 요리사라서 솥에 관심이 가셨나봐요 ㅋㅋ
그리고 샘의 궁금증 덕분에 저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궁금한 것들 많이 질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