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35. 화지진괘 - 땅에서 해가 솟아 오르니 새 날이 밝는구나

우연
2019-04-29 23:23
467

<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땅에서 해가 솟아 오르니 새 날이 밝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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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晉은 나라를 편안히 하는 제후에게 말을 하사下賜하기를 많이 하고 낮에 세 번 친견親見하도다.

(晉 康侯 用錫馬蕃庶 晝日三接.) 

초육은 나아가거나 물러감에 정하면 길하고 믿어주지 않더라도 여유로우면 허물이 없으리라

(初六 晉如摧如 貞 吉 罔孚 裕 無咎).

육이는 나아감이 근심스러우나 정하면 길하리니큰 복을 왕모王母(祖母)에게 받으리라

(六二 晉如愁如 貞 吉 受茲介福于其王母)

육삼은 무리가 믿어주니 뉘우침이 없다

(六三 衆允 悔亡)

구사는 나아감이 서서鼫鼠(쥐의 일종)이니 정고貞固하면 위태로우리라

(九四 晉如鼫鼠 貞 厲) 

육오는 뉘우침이 없을진댄 잃고 얻음을 근심하지 말 것이니 감에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

(六五 悔罔 失得 無恤 往吉 無不利)

상구는 뿔에 나아감이니 오직 을 정벌하는데 사용하면 사나우나 길하고 허물이 없거니와 정도엔 부끄럽다

(上九 晉其角 維用伐邑 厲 吉 無咎 貞 吝)

 

 

 BC 11C 무왕이 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을 벌하고 주나라를 세웠다. 무왕은 혼란했던 은나라를 바로잡아 공자가 그리도 찬미해 마지않은 주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니 세상은 바야흐로 땅 위로 해가 솟아오르는 화지진火地晉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주역의 35번째 괘인 화지진火地晉은 나아감-彖曰 晉進也-을 뜻한다. 허나 단순 전진前進이 아니다. 땅 위로 밝음이 걸려있으니 세상의 광명성대光明盛大함이다. 밝음이 땅에서 나와 순하게 대명大明에 걸려있는 -明出地上 順而麗乎大明- 상이니 세상에 형통하지 않음이 없다. 공자가 생각하는 주나라의 개국은 화지진 시대의 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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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왕의 아들들

 


무왕은 옛 은 땅에 주왕의 아들 무경을 봉하고 은나라 유민을 다스리고 은의 제사를 잇도록 한다. 무경이 주 왕실에 불복하는 기미가 보이자 아우 관숙과 채숙을 무경에게 보내 무경을 보필하고 관찰하게 하였다. 허나 주나라가 안정되기 전에 무왕이 죽고 그의 아들 성왕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여 주공 단이 섭정한다. 관숙과 채숙은 자신들을 제치고 주공이 혹 왕이 되려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 반란을 일으켰다. 주공이 이들을 무찌르고 그 땅에 어린 아우 강 숙을 봉하니 이가 위나라의 시조이다.


위衛나라 시조 강숙은 형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할 때 봉함을 받지 못하였다.(처음에는 하남의 강 땅에 봉해졌다는 설도 있다.)허나 그는 서운해 하거나 왕을 원망하지 않았다. 왕 앞에 나아가게 될 때도 혹은 물러나 홀로 생활할 때에도 언제나 올바름을 행하려 하였고 왕이 자신의 능력과 충심을 믿어주지 않더라도 마음에 두지 않고 오히려 받은 임무가 없어 정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처지를 여유롭게 생각하였다.(初六) 삼감의 난 이후 관숙과 채숙이 옛 은땅에서 벌해지고 강숙이 후로 봉해져 그 곳을 다스리니 강숙은 어린 나이로 맡은 책임에 근심이 많았다. 그 곳은 은나라 유민이 많은 곳으로 강한 반발 또한 크게 존재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강후는 주공의 뜻을 받들어 유민들에게 강압 정책을 쓰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회유책으로 나갔다. 은나라 어진 군자와 나이든 사람을 찾아가 민심을 물었다. 은땅의 백성들을 사랑하고 형벌을 삼가는 선왕 문왕의 명덕지치明德之治를 본받아 은 유민들의 믿음을 이끌어내어 자신의 정치에 뉘우침이 없도록 하였다(六三). 또한 그는 관숙과 채숙의 과오도 깊히 새겼다. 높은 자리에 처하여 아랫사람이 순히 따른다고 탐욕을 부림은 위태롭다.(九四) 강후는 자신의 역량이 크지 않아 다스림에 근심이 많은 초기 시절에도 바름을 유지하여 황제에게 복을 받았다(六二). 기틀을 다져 진정한 제후가 된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위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려 노력하였다. 사사로운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은 다스림을 펼치니 그의 덕망은 점점 높아지고 나라가 안정되어 갔다(六五).


주 황실도 관숙, 채숙의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았다. 마음으로 복종치 않는 은의 유민이 살고 있어 언제나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은땅을 다스리는 위나라의 강후를 자주 불러들여 말과 많은 하사품으로 그 노고를 치하하니 세상은 점점 주의 치하治下에 안정되고 발전되어가는 화지진火地晉의 시대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일출_구름+바다-1.jpg


한 나라의 시조로 백성을 다스림은 명덕明德으로 하여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무력으로 강하게 사용함은 부끄러운 일이다. 화지진의 시대이기에 강한 힘이 뻗어 나간다. 황실이 믿어주기에 강숙은 자칫 더 큰 욕심이 나기도 했을 것이다. 내 위나라가 조금만 더 크고 강대해진다면. 허나 그는 알고 있었다. 힘으로 나라 안을 다스리는 것도 위태롭거니와 무력으로 이웃 국가를 정벌하는 것은 더욱 더 위험한 일임을(上九). 위나라의 위상은 한낱 제후국, 주 황실의 광대光大함에 복종하는 것이 순리인 시대였다.  



삼감의 난 - 무왕이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은에 봉한 무경을 감시하기 위해 주변국에 자신의 동생 관숙, 채숙, 곽숙을 봉하고 이들을 삼감이라 불렀다. B.C. 1043년 무왕이 병사로 사망하여 주공 단이 섭정하게 되니 이들이 불복하여 일으킨 난을 말한다

댓글 1
  • 2019-05-15 22:26

    강숙의 스토리가 효사에 딱딱 들어맞는군요.

    이렇게 하나의 괘의 효사를 가지고 역사적인 사실을 대입하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인 것 같네요.

    은을 멸하고 새 정권을 세웠던 나라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일은 언제나 그냥 그런저런 '승자의 무용담'이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숙의 덕은 높이 살만한 것 같아요.

    잘 읽었어요.

    덤으로 우연님의 글 속에 자주 보이는 표현이 뭐게요?

    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바로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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