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고전<열하처럼,강원도일기>풍경

중등고전학교
2016-01-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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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24일 2박 3일 간 중등고전학교에서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반도에 몇십년 만에 닥친 한파라나 뭐라나

재난 경보가 발령되는 막강한 겨울날씨 한 가운데였습니다.

 

중등고전학교에서는 가을, 겨울 분기에 걸쳐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으며

일찌감치 박지원처럼 여행을 갈 것이다! 계획을 세웠던 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날씨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꿋꿋이 길에 나섰습니다.

두 분기에 모인 중딩들 7명과 느티샘이 '마루글방'에서 불러 온 3명

총 10명에 교사 2명, 모두 12명이 함께 여행에 나섰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삼삼오오 집결하여 12시 청량리발 예미 도착 기차 앞에서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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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아홉인가... 원기 옆 시현 사이에 시현의 단짝 홍주가 딱 숨었습니다^^

여행 내내 카메라를 의식하더니 그 시작이 이컷이군요^^

 

기차를 타고 좌석을 마주하고 익숙한 얼굴들끼리 수근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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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올 때는 여학생들도 이렇게 마주 앉더이다.

 

예미역에 도착하니 함백산장지기님인 박옥현님이 인맥을 동원하여 차량 두대와

택시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주 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거나

예미 안에 한 대가 돌아다닌다는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도로가를 한 시간 정도 걷거나.

산장지기님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함백 산장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모여앉아 이번 여행의 주 일정을 공지했습니다.

이미 모두 알려 준 일정이지만 여전히 뭐 하나요? 를 연발하는 중딩들을 보는 것도 이제는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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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방식을 따라가보는 것이 주된 활동입니다.

고로 인물탐방, 역사탐방, 풍광탐방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고

이 활동들 사이 사이 <열하일기>의 한 부분을 낭송할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첫 날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다시 점검하고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다음은 낭송할 부분을 택하여 의견을 수렴한 후 '일야구도하기' 전체를

세 팀으로 나누어 맡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우선 팀을 나누기를 같은 방을 쓰는 팀으로 했습니다.

 

원기, 세현, 상우와 느티샘이 한 팀

재원, 윤태, 성래와 게으르니샘이 한 팀,

홍주, 시현, 보현, 예나가 한 팀이 되어

이틀 째 밤에 낭송 오디션을 보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부분으로 나뉜 낭송 부분을 어느 팀이 맡을 것인가?

낭송의 양이 조금 차이가 났기 때문에 적은 양을 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서

윷놀이에 뜻을 모았습니다.

어느 팀이 이기나 윷 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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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시현네팀이 차지하여 가장 적은 세번 째 부분을

2등은 재원네가 그래서 두번 째, 결국 가장 양이 많은 부분은 원기네가 맡고 윷놀이는 끝났습니다.

 

저녁을 해 먹고 밤에 함백산장지기 박옥현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산장지기님은 이렇게 모여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신기해 하셨습니다.

각자 준비한 질문을 하고 메모를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글쓰기를 하면서 내용 정리를 했는데

같은 시간에 모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10명의 몸을 통과하니 10개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행 중에 쓴 글들은 생각의 단초가 되어 이번 분기 에세이에 녹아들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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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역사탐방과 풍광 탐방을 계획했습니다.

지난 밤에 알아둔 시내버스 시간에 맞춰 아침을 끓여 먹고 추위에 맞서는 열혈청춘같이

버스 정류장에 모였습니다.

어서 오라는 둥 두리번거리는 둥 시시덕거리는 둥 버스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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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 째 방문지는 단종의 릉이 있는 장릉.

버스를 타고 영월까지 이동했는데, 장릉에 다 왔다고 우르르 내렸으나 알고보니 '관풍헌'

멘붕에 빠진 교사가 무작정 지구대(파출소)로 들어가 장릉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기록적인 한파에 열명이 넘는 인원이 걸어서 40분이 넘게걸리는 장릉에 가겠다니....

경찰관님들이 더 난감해했습니다.

 

멀다, 못 간다, 그럼 어쩌냐, 약도를 그려 줘라, 어쩌냐... 설왕설래 하시더만

결국 순찰차 3대를 출동시켜 우리를 장릉까지 실어다 주셨습니다.

용의자 수송용 순찰차에 얌전히 실리어 차로 5분거리 장릉 도착!

한파와 대책없음과 호의가 뭉치니 해결책이 솟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장릉에 도착해서도 이런 날씨에 걸어다니는 희귀종 대접은 여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별일아니라는 듯이 표를 끊고 해설을 부탁하고

무리지어 따라다니며 단종이 릉이 강원도 영월에 안치된 역사에 담긴

사건과 인물과 유적들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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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단종이 유배되어 두 달정도 머물렀다는 청룡포!

장릉 안내하는 분께 길을 물러 나섰습니다.

장릉에서 왼쪽으로 도로를 끼고 도니 동강지류인지는 모르겠으나

강의 지류를 따라 산과 산 사이에 툭 트인 전경이 펼쳐졌습니다.

 

큰 도로를 건너면서 길을 찾아나섰습니다.

안내 표지판을 만나우리가 가는 길이 '장돌뱅이' 길인 것을 파악하고

'밀가루터널'을 훑어본 후

한 겨울의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칼바람과 맞서 꽁꽁 언 강지류를 따라

청룡포까지 40분 쯤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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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포에 두 번정도 가 봤는데 한 겨울의 방문은 처음이었습니다.

한 겨울이나 되어야 느낄 수 있는 소나무들의 기품이 절로 탄성짓게 했습니다.

한반도의 산 곳곳이 소나무와 관련한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청룡포의 소나무들은 참으로 위풍당당했습니다.

소나무의 위엄은 한 겨울이어야 제 맛입니다!

느티샘도  소나무들이 내뿜는 정취에 한껏 취하여 녀석들을 세워두고 하늘을 보라 이끌었습니다.

사진에 담고보니 딴 짓 하는 듯 그러면서도 풍광을 느끼는 면면들이 집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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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포를 나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풍광을 즐기기는 계속되어 물수제비뜨기가 벌어졌습니다.

너도 나도 돌을 골라서 강바닥을 스치며 날아가도록 던지는 순간에는 추운 것도 잠시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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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반 차로 움직여 청룡포까지 돌아보고 나오니 12시 50분.

다시 함백까지 가는 버스가 오는 시간은 2시.

밥을 먹기는 빠듯하고 무작정 기다리자니 너무 춥고.

커피를 파는 카페가 보이길래 일단 들어가 코코아를 시키고 몸을 녹였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저녁에 있을 낭송오디션을 위해 저마다 암송 연습들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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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서 저녁에 먹을 음식 장을 보고 다시 버스를 기다려 산장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습니다.

일찌감치 저녁을 준비해서 먹은 다음 각 팀별로 집중 연습이 있었습니다.

밤 9시 <열하일기> -'일야구도하가' 낭송 오디션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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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현님과 옥현님의 손자 유겸이를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각 팀이 낭송 경연을 시작했습니다.

원기네 팀은 처음 부분이면서 가장 긴 분량이었는데 너무 중구난방으로 한다는 평을

재원이네 팀은 시작은 합이 맞는 듯 했으나 중반부터는 전혀 맞지 않는 용두사미였다는 평을

시현이네 팀은 시작도 좋고 그나마 합도 맞아서 낭송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1등은 시현이네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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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박 3일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여행내내 별 불만없이 순순하게 일정을 따르는 중딩들이었다.

물론 10인 10색을 발견하는 소소한 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행 계획에 맞추느라 추운 날씨임에도 걸어다니며 찾고 보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낭송까지 경험해 보는 일정이 별 탈없이 마무리된 것은

순전히 10명의 순한 성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0인의 중딩들이 각자 무엇을 배웠는지는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에세이를 통해 갈무리할 것이다.

 

일정을 함께 한 교사의 당부라고 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늘 함께 공존하는 것이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묵묵히 해내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그 구분조차도 사라지고 잘 살고 있는 날들이 있을 뿐이니,

우리가 보낸 2박3일도 그 과정 중에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틀 간 일정이 끝난 후 자유시간을 주면

어김없이 시작되던 '마피아 놀이'의 한 컷을 남긴다.

두 시간을 넘게 하면서도 전혀 지루한 줄 모르는 표정들을 보는 일은 많은 상념을 남겼다.

 

'마피아 놀이'의 룰이 주는 상념, 이게 왜 재밌을까?

집중하며 흥미진진한 중딩들을 보며 드는 상념, 낭송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

그 와중에도 드러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기질이 주는 상념, 서로를 보며 뭔가 배우는 게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면  이번  2박3일을기억할까 궁금해지는 상념, 으이구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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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2016-01-25 10:26

    대단허이!!

    이럴때 옛어른들이 하시던말이 있지요

    "뭐가 돼도 되겠어!!"

    걱정했는데 사진이 행복해보여서 좋네요^^

  • 2016-01-26 01:33

    이 흐뭇한 기분은 뭐죠.

  • 2016-01-26 08:19

    거참... 아무리 봐도 희안안 중딩들!

    (너무 예쁘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