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19일차

도라지
2021-04-23 19:25
186

19.

세 칸이면 족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생각나는 한 사람, 아니 한 분 있다. 

그분이 누구냐면요. 바로 법정 스님!  _()_

 

허구많은 데 다 놔두고 왜 하필 화장실인지.

(확인을 안 하고 적고 있으니 제 기억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어느 글에선가 법정 스님은 화장실에서 화장지 딱 세 칸이면 볼일 마무리 하기 충분하다고 적으셨다.

그때 그게 가능해? 라며 깜짝 놀랬다. 어찌나 놀랬는지 그 이후  변기에 앉아 화장지를 뜯을라치면

'세 칸! 가능해?' 소리가 종소리처럼 내 귀를 울리고 간다. 매번 그랬다. 

이말의 뜻은 한 번도 세 칸으로 시도 한 적 없다는 이야기다. 

 

이제 내가 에코 챌린지 막바지에 하다 하다 별걸 다 도전한다. 

바로 오늘이 그 세 칸에 도전하는 날.  그래서 오늘도 인증 사진은 없을 예정.ㅋ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요?

 

네~

작은 볼 일은 세 칸 충~분하더라고요.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화장지를 뜯어 썼는데, 오늘 세어보니 보통 다섯 칸 쓰더라고요. 

쌤들은 몇 칸 쓰고 계셨나요? 궁금~ㅎㅎㅎ

큰 볼일은... 스님은 물론 큰 거 말씀하셨을 텐데...  아무리 접기 신공을 발휘해도 전 세칸은...

비데 있음 가능할지도요?! ㅋ

 

 

 

습관이 무섭다. 세 칸을 염두에 둬도 어느새 손이 휙휙 화장지를 감고 돌리려고 한다.

 

이 챌린지를 계속 할런지는 아직 모르겠다. 

변기에서 스님 얼굴이 더 강렬하게 떠올라서 말이다. 

스님 이제 그만... 앞으로 노력할게요 _()_

 

***글을 쓰고 검색해보니, 화장지 세칸은 서옹스님이시고. 법정스님은....

    화장지 반 칸 쓰셨다고....괜히 검색한 것 같다.... 반 칸이라니.... 망한 것 같다. ㅠㅜ

 

 

 

 

 

오늘 친구한테 갔더니 꽃씨를 선물로 준다. 에코 챌린지 막바지에 꽃씨 선물이라...

뭔가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일지를 얼추 마무리 해가는데, '노임팩트 맨'(콜린베번/북하우스)에서 읽은 화장지 이야기가 언뜻 생각나서 찾기 시작했다.

아... 내가 이런 이야기(화장실 이야기?)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구를 살리는 일이 내 손에 달렸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설교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구를 살리는 일이 내 손에 달려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화장지 없이 1년을 살면서 제대로 깨달았다. 당신의 손에 달려 있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  (p.300)

 

 

 

 

 

 

 

 

 

 

 

 

댓글 3
  • 2021-04-23 20:08

    음.... 화장지 없이는 엄두가 안나지만, 둘둘 말아대는 습관은 고쳐봐야겠네요~

  • 2021-04-23 20:19

    00샘이 화장실에서 휴지를 안쓰고 뒤처리를 하기 위해

    별도로 손수건 같은 걸 파우치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놀람과 감동이 되살아나네요.

  • 2021-04-24 18:01

    화장실 휴지로 이리들 진지하시니

    일지 읽으며 키득키득 웃은 제가 머쓱해지네요;;;;

    화장실 휴지... 한칸~한칸~ 줄여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