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의 수수께끼> 1부 후기 - 잔잔하고 거대한 증여의 강?

2015-07-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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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후기 아래 댓글 쓰기 위해 이 방을 들락날락 거리신 분들이 있을까요? ㅎㅎㅎ

시간은 어찌 이리도 빨리 흐르는지 이제야 컴앞에 앉았습니다.

빨랑 빨랑 올리지 못한 점, 먼저 손들고 반성하며 너무나도 먼(?) 기억같은 지난주 금요일의 이야기들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들리에는 증여론은 읽고서 "나는 갑자기 거대하고 잔잔한 강 기슭에 올라선 느낌을 받았다. 그 강은 태평양의 섬에서 인도까지,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중국까지 다양한 사회에서 건져 올린 수많은 사실과 관습을 품고, 고대 로마에서 모스가 알고 있는 현재까지 매우 광범위한 시대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

고들리에가 이야기하듯 지금 우리는 시장과 국가라는 두 거대한 체제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이해타산의 관계(시장)와 법을 강조하는 비인격적체제(국가)의 두 시스템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들리에의 말처럼 모스는 인간 삶의 전부인냥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재의 체제가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길지 않은 시간임을

드러내고 오히려 오랫동안 인류의 삶을 지탱하고 삶의 원리가 되었던 '증여-선물 경제'를 민족지적 자료를 통해 밝혀내지요. 시장과 국가체제 너머 인간의 '사회'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점에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를 강조했던 칼 폴라니와 겹져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거대하고 잔잔한 강 기슭'에 올라선다는 말의 의미는 그가,  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모스의 <증여론>에서 받았던 감동이자, 지금 우리가 그의 책을 읽고 있는 이유이겠지요.

그러나 고들리에가 보기에 모스가 제시한 '증여-교환 체계'는 증여하기 - 수증하기 - 답례하기라는 연속적 고리에서 답례의무에 대한 이유를 밝혀내기는 했지만 최초의 '증여하기', 자발적이면서도 강제적인 이 '증여'의 수수께끼는 잘 그려내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또 그 역시 모스가  사물의 '인격성'을 강조하며 답례의 강제적 의무를 '영적 문제'로 안이하게 풀었다고 본 레비스트로스의 지적에 동감합니다.

철학에서 인류학으로 전환한 고들리에는 뉴기니의 바루야족을 연구하며 자명해 보였던 모스와 레비스트로스의 가설과 이론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빅맨의 포틀래치가 그에게 명예를 주지만 그것이 권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 오히려 권력은 인간이 아닌 신성한 존재가 조상에게 전해준 '신성재' 속에 있다는 것에 주목하지요. 증여경제에서도 모든 것이 증여의 연속 고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건은 증여되지 않고 팔 수도 없다는 것! 그는 증여되는 사물들보다 양도불가능한 사물의 원리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모스가 제시한 세가지 의무 외에 언급되지만 제대로 부각하지 않았던 네번째 의무를 강조합니다. 이것은 인간들 사이의 증여가 아닌 숲의 정령과 신, 혹은 신의 대리인들에게 증여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신에 대한 인간의 증여는 파괴하는 방식으로 실현되는데 이에 사용되는 사물 또한 양도불가능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지요.

원시 사회의 고찰을 통해 고들리에는 사회에는 계약적 교환과 비계약적 계승이라는 두 가지 토대가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비계약적 계승에서 사용되는 가치재가 '신성재'인 것인데 고들리에는 모스가 신성재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교환이 사회 생활 전체라는 환상을 만들어 버렸고 이것이 사회는 삼중의 교환-여성, 부, 언어의 교환으로 단순하게 환원시킨 레비스트로스에게 초석이 되었다고 비판합니다.

앞으로 2부 3부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더 진전시키겠지만

1부의 '모스의 유산' 부분을 통해서도 고들리에는 서문에서도 밝혀듯이 '증여되는 사물에서 보조되는 사물로 분석의 중심을 이동'시켰습니다. '증여'의 기원에 대한 탐구가 현실적 실천에서 어떤 차이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해 달팽이님은 의문을 가졌지만

신성재의 '양도불가능성'를 통해 교환되지 않고 보존되는 사물의 존재의 의미를 통해 고들리에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모든 것이 교환되는 시장체제에서 교환되거나 교환 하지 못하는 보존되는 사물... 그것은 어쩌면 자연과의 관계?  토지 혹은 노동은 아닐까요?

올 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라고 합니다. 저성장의 시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경직화를 내세우며 경제 성장을 위해 좀 더 유연한 노동시장 체제가 필요하다고  새로운 법을 만들려고 하지요.

그러나 뉴스통계에서는 경제 인구 1900만 중 월 200만원 이하가 960만이고 경제인구중 30%가 1년 미만의 취업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노동유연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고용의 불안과 소비시장 위축의 악순환에 대해 복지와 재분배 문제가 어느때보다 이슈가 되지만 성장과 재분배는 합류하지 못하는 두 강인냥 성장중심이냐 분배중심이냐라는 선택적 문제로 강요되고 있습니다.

국가는 복지와 재분배의 문제를 여전히 자본가의 이해타산에 맞춰  그저 그들의 선심에 기댈 뿐이고

시민사회는 이 이슈들을 물리적 힘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여의 핵심은 의무가 아니라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

교환은 비인격적 행위가 아니라 인격적 행위라는 것!!!!

그렇게 본다면 불평등의 양극화라는 사회 현상 속에서

우리가 살려내야 할 사회적 가치 혹은 원리는 분명하지 않을까요?

저성장의 경제에서 '공생'은 착취와 수탈의 연속 고리를 어디서 끊어낼지...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들리에의 '증여의 수수께끼'를 통해 실천의 힌트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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