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로 지구와 연결되기> #5 땀 한 사발 흘린 장마 전 밭매기

블랙커피
2023-06-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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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를 앞두고 그야말로 쨍하게 더웠던 6월 마지막주 토요일.

PDC 6차가 진행되었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5월 13일에 밭에 심은 작물들은 잘 자라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하여 밭으로 달려갔다.

6주 동안 밭의 작물들은 잡초들과 사이좋게 자라고 있었는데, 문제는 무엇이 잡초고, 무엇이 심은 작물인지 잘 알 수 없다는거...... ㅎㅎㅎ

 

 

소란샘은 오늘 우리가 뽑을 잡초을 몇 가지로 지정하여 알려주셨다.

먼저 바랭이와 쑥, 쇠뜨기.

얘네들은 맨땅이 보이면 가장 먼저 자라는 식물들로 줄기만 자르면 다시 또 올라오기 때문에 뿌리째 뽑아주어야 한다.

또.... 뽑아야 할 잡초 중 아메리카 뭐시기, 뭐시기가 있었는데 기억력의 한계가... ㅠㅠ

암튼 난 바랭이와 쑥을 위주로 뽑아주었다.

 

 

 

 

풀 뽑기 작업을 한참 하고 난 뒤에는 점심시간에 해먹을 들풀 요리에 필요한 풀들을 뜯으러 돌아다녔다.

오늘 점심 메뉴는 ‘괭이밥 살사소스 또띠야’, ‘들풀 들꽃 샐러드’, ‘들풀 부르게스타’, ‘들풀 페스토 스파게티’, ‘들풀 비빔밥’~~~

요리명만 들어도 기대가 너무너무 되는 오늘의 풀요리!

소란샘은 밭 주변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오늘 먹을 풀들이 무엇이 있는지, 그 맛은 어떤지, 효능은 어떤지 등을 설명해주셨고, 우리는 요리에 필요한 풀들을 열심히 채취했다.

 

 

같은 조가 된 달팽이샘과 나는 환삼덩굴 페스토를 만들어 파스타 요리를 해야 했기에, 환삼덩굴을 채취하러 다녔는데, 아주 실한 환삼덩굴 밭을 발견하여 “삼봤다”의 심정을 진심 느끼며 신나게 환삼덩굴 잎을 한소쿠리 땄다.

느티나무샘은 ‘들풀 들꽃 샐러드’에 들어가는 신맛이 나는 들풀을 채취해야 했는데, 마침 신맛을 가진 며느리 밑씻개를 발견하여 얼굴에 미소가 활짝~

 

 

 

조별로 맡은 요리에 필요한 들풀과 들꽃을 채취한 우리는 모여서 씻고, 다듬고, 자르고, 빻고, 끓이고, 볶아서 다섯가지 요리를 완성했다.

괭이밥 살사소스 또띠아는 또띠아가 준비되지 않은 관계로 급히 샐러드로 변경해 만들었다.

 

그리하여 짠~~~~~~~~~~~~

 

 

너무너무 예쁜 요리들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

소란샘의 얘기로는 이렇게 들풀을 이용한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와일드 푸드 리스트’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소란샘의 ‘와일드 푸드 리스트’ 얘기를 들으니, 몇 년 전에 TV로 즐겨보던 방랑식객 임지호님의 요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암튼 자연요리, 들풀요리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다.

 

점심식사 후에는 식재에 대한 이론 공부를 했다.

백합과, 산형과, 십자화과, 가지과, 콩과, 벼과 등 작물이 속한 과를 익히고, 각 과 식물의 특징, 또 같이 식재하면 안되는 과(콩과, 가지과, 십자화과)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란샘은 밭에 질소를 공급해주는 콩과식물과 토끼풀, 알파파, 자운영, 루피너스, 자주개자리, 골담초 등의 녹비작물을 설명해주셨다.

다음으로 퍼머컬처에서 권장하는 먹거리 숲밭(edible forest gardening)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먹거리 숲밭은 맨땅에서 출발해 빨리 자라는 선구종(쑥, 쇠뜨기 등)을 거쳐 성숙한 생태계(숲)로 나아가는 천이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간 천이 정도의 과정을 유지시키는 숲밭을 말한다.

 

 

먹거리 숲밭은 7개의 층(큰나무층, 작은나무층, 관목층, 허브층, 멀칭층, 뿌리층, 덩굴층)으로 식물을 식재하여 생물다양성, 먹이사슬의 복잡성, 토양 비옥도, 공간효율성 등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

또한 숲밭은 식물들의 여러 역할(곤충유인, 질소고정, 서식지 제공, 먹거리 제공 등)도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서로 작용하게 하여 더 건강하면서 생산성도 높은 먹거리밭을 만든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로 먹거리 숲밭은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있어 탁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어서 7개의 층에 속하는 식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숲밭을 만드는 기본인 길드(guild :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조화롭게 짜인 식물과 동물의 모임으로, 그 그물망에 인간이 포함되어 있음/ 하나의 주된 종을 중심으로 주변에 조성됨)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숱밭 만들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오후에 가끔 불어오는 바람 외에는 더위를 식혀줄 것이 공간에서 우리는 더위에 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연신 물을 마셨다. 이날 나는 2리터 이상을 마신 것 같다.

 

이론 수업을 마치고, 다시 밭으로 나가 우리 밭에 심어진 작물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전에 잡초와 섞여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잡초를 뽑고 찬찬히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작물들이 밭에 잘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오전에 다소 믿음이 부족했던 나를 급반성~ ㅋㅋ

 

 

그리고는 다시 잡초 뽑기.

원예가에게 등짝은 구부린 허리를 곧게 펼 때 “하이고 등짝이야!”하며 투덜댈 때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원예가가 자연선택에 의해 천지창조 시점부터 진화해왔다면 무척추동물의 일종으로 진화했을 거라는 카렐 차페크(1890~1938/체코 출신의 작가).

정말 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등뼈없는 지렁이가 부러워진다.^^

 

근데 이날 나는 장마 직전 밭매기는 등뼈도 등뼈지만, 땀과의 고투임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었다.

썬글라스는 땀 때문에 연신 흘러내리고, 구부린 얼굴과 목에서 땀은 땅으로 수직으로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오전 밭매기부터 시작해서 오후 밭매기까지 땀을 한 사발은 흘렸는데, 이 말은 결코 과장의 표현이 아니다.

점심도 양껏 먹고, 물도 2리터 이상을 마시고, 수박까지 먹고 왔는데도, 샤워를 하고 몸무게를 재니 1Kg이 빠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지난 4월 이후 PDC는 매번 내 평생 경험한 노동의 강도와 내용을 갱신해오고 있는데, 이번 6회차는 땀으로 노동의 경험을 또다시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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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하지를 통과하면서 맘껏 풍성해진 나의 2년차 테라스 텃밭을 자랑해본다.

다년생 텃밭은 2년 차부터라는 말이 있듯...

역시 날이 갈수록 쭉쭉 뻗어가는 작물들의 기세와 꽃의 화려함이 작년 텃밭의 모습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왼쪽 화단의 쥐똥나무와 오른쪽 화단의 산철쭉 나무를 포함하여 테라스텃밭에서 자라는 종이 27개를 넘는데, 하나하나가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 화단의 경우 오레가노와 바질이 함께 자란다. 이 둘은 같이 심어주면 서로의 향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 뒤로 서양톱풀(야로우)이 기세등등하게 자라고 있고, 그 옆으로 1년차 민트류(페퍼민트, 쵸코민트, 박하)가 씩씩하게 크고 있다.

 

 

가운데 텃밭의 경우 벽쪽으로 올 해 버베나 파라솔과 머들 마편초를 심었다. 그 옆으로 병풀, 차이브, 세이지, 로즈마리, 레몬그라스, 타임, 램즈이어, 오레가노, 당귀, 레몬밤, 세인트 존스 워트, 라벤더, 스테비아 등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작물들 사이사이에 작년에 심었던 매리골드의 씨앗이 퍼져 잡초처럼 자라고 있다.

 

 

오른쪽 화단에는 아래쪽 벽쪽으로 애플민트가, 그 위로는 베르가못과 스피아민트가 기세등등하게 자라고 있다.

 

테라스텃밭은 내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다락방과 연결되어 있다.

다락방에 앉아 책을 읽다가 바로 앞에 펼쳐진 텃밭을 바라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날아오는 새들이 텃밭 한쪽 가에 있는 대야에서 물을 먹고, 텃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테라스로 나가 잡초를 뽑기도 하고, 허브에 살짝 손을 스쳐 향기를 맡기도 한다.

해가 진 저녁에는 텃밭 앞 데크에 테이블을 놓고 맥주 한잔을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달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2년차 테라스 텃밭은 이렇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나에게 선사해 주고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 이전 삶과는 다른 숨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댓글 8
  • 2023-06-29 15:32

    진짜 멋져요! 정리글도 베란다 텃밭도...
    아메리카가막살이? 일걸요~ㅎㅎ

    • 2023-06-29 20:19

      아~ 맞아요~~
      아메리카가막살이!
      잊지 않으려고 '감옥살이'로 외웠는데, 그새 그것도 까먹어 버렸네요.ㅋㅋ
      또 잡초 중 아메리카 뭐시기가 있는데...
      아시는분이 계실까요?

  • 2023-06-29 20:15

    와우~ 언제 글이 올라올까 궁금해하며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한낮 무더위에도 꺽이지 않는 참가자들의 에너지,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 2023-06-29 20:22

      중요한건 꺽이지 않는 마음!! ㅎㅎㅎ
      힘들어도 밭일이 주는 에너지가 참 좋네요~^^

  • 2023-06-30 07:49

    내가 가서 배워야 하는디...뼈가 문제로소이다...ㅠ

  • 2023-06-30 08:19

    오! 블랙님 텃밭에서 요즘 파지에서 자주 만난 베르가못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안면이 무섭군요.하하하
    환삼덩굴 맛은 어떨까? 정말 궁금해요.

    • 2023-06-30 19:01

      환삼덩굴을 딴 후 생으로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바로 페스토를 만들기에 바빠서... ㅎㅎ
      다음에 가면 환삼덩굴 맛을 보고 알려드릴게요~^^

  • 2023-07-08 06:25

    그날(?) 돌나물을 전하며 이걸 어디에 어떻게 심으실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이런 정원을 가꾸고 계셨군요!

    언제나 '언젠가'만을 외치며 미루기만 하고 있는 제게 야심을 또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정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