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왈 수행---- 릴레이⑦

콩땅
2016-11-20 05:04
277

 하필 왈 수행을 쓰라는 자누리샘의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그 많은 사람 중 하필 나인가?

이런 된장....간장....고추장...... 물론 글쓰기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나에게 수행이라는 말은 불편하다. 수행이라는 말은 육체를 훈련하여 생리적 욕구가 일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자각적인 행위라는데, 나의 마음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2016년 축제의 핵심어로 수행이 정해지고 나서부터 문탁에서 하루에도 쉬지 않고 들리는 말이 수행이다. 처음에는 구경꾼처럼 누군가는 유리 닦고, 누군가는 108배하고, 누군가는 중용 암송하고, 누군가는 화장실 청소하고, 또 누군가는 논어 암송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또 수행에 대해 누군가 내게 물으면 문탁에 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수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깨알샘의 적극 권유로 논어 암송을 하게 되었고, 이어가게 회의하다가 작업장 매니저로서 뭔가를 하자라는 압박에 유리창 닦기를 자처했다. 나도 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수행을 해야 했다.


  수행은 종교인들이 하는 어떤 행위라고만 알고 있던 내가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과 같았다. 뭔지도 모르고 누군가 오른쪽을 만지라고 하면 만지고 왼쪽을 만지라고 하면 만지는 엉거주춤한 모습이랄까... 그 모습이 어떨지 생각하지 않고 며칠은 그냥 의욕적으로 행했다. 하루에 논어도 2문장씩 외우고 유리창도 열심히 닦았다. 그러나 첫 끝발이 개 끝발이라고 했던가! 길어지는 논어 문장에 쓰러졌고, 창문은 창문이 아니라 벽이었다. 화욜 점심직후 만나는 논어 암송팀을 만나기 부담스럽고, 이어가게 매니저 하는 날 커다란 창을 째려보기 일쑤였다.


  급기야 깨붓다’(스스로 깨어난자 붓다) 게릴라 세미나에 튜터로 들어가란다. 파지 인문학에서 2달 속성으로 들은 불교 강의를 가지고 팔정도니, 자비희사니, 육바라밀이니, 요가란 무엇인가라든지, 계속 횡설수설했다.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머리가 복잡했다. 공부가 부족했음에 창피해서이기도 하지만 깨붓다는 일상의 나의 행동들을 면밀히 살펴보게 만든다. 내가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의식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일상의 내가 아Q정전의 아Q처럼 끊임없이 정신승리법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 스스로!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나를 보는 것은 괴롭다.


  논어 수행과 창문 닦기 수행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나는 처음부터 수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외우고 닦는 그 순간만 수행이고 그 하루의 나머지는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은 수행이랄 수가 없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을 자러 들어가기까지 온전한 하루의 시간에 나를 바쳐야한다. 나의 몸짓, 눈빛, 표정, 말투 이 모든 것이 함께 논어를 만나고 창문과 만나야 수행이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마음에도 훈련에 의한 근육이 생겨 불합리함에 수동적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일어나기를 희망해본다.

댓글 3
  • 2016-11-20 12:22

    왜 하필 콩땅이냐면 깨붓다 게릴라셈나하면서

    도라지쌤과 콩땅쌤 두분의 성실함에 감동했었거든요^^

    텍스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자신의 문제로 설정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감사해요

  • 2016-11-21 01:33

    육체를 훈련하여 생리적 욕구가 일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자각적인 행위


    진짜 이게 수행이라규? 아닌것 같은데...ㅋㅋ

    지금 콩땅하는거..가 수행이 맞는거 같은데...ㅎㅎ

    (나도 뭔가 잘 못 알고 있다고...누군가 혼내러 오기전에..휘리릭~~)

  • 2016-11-22 16:30

    논어 암송을 몸으로 하고 계신 콩땅님...

    논어공부에 발동기를 다신 듯 쭉쭉 나아가고 계시니

    축제 끝나도 논어 암송은 계속 되면.... 좋지 않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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