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리는 나날들...

우현
2023-11-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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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요즘 축구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주말엔 해외 축구 경기를 보고, 틈틈이 축구 게임을 하고, 이제는 실제 축구 경기를 뛰러 나가기에 이르렀죠.(요즘은 실제 축구를 줄여 '실축', 해외 축구를 줄여 '해축'이라고들 부릅니다) 

 왜 갑자기 축구?

 그러게요... 체대생인 형을 둔 덕에 운동은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저에겐 게임이라는 주종목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뭐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정모씨의 영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축구 게임을 같이 하게 되고, 축구 게임을 하다보니 해축을 보게 되고, 정모씨와 만나기만 하면 "어제 축구 봤어요?!" 라며 떠들고... 그래도 정모씨는 실축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제가 실축까지 하게 된 영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최근 북드라망에서 열린 <청년 말하다 만나다> 북콘서트가 있었죠. '공부방'이라는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었고, 그 소문이 퍼져 공부방에도 이야기가 자자했던... 사실 그 행사는 인문학 공동체에서 지내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그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공동체 속 '남성'들이 모였다는 것이죠. 남자들끼리 모여서는 공부 이야기보다 더 즐겁게 한 게 축구 얘기였습니다. 규문의 민호는 강의 초반에 축구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축구 팬이었고('크랙'이라는 용어였습니다. 한 명의 선수가 상대 진영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예요.), 현재는 규문에서 나온 건화도 굉장한 축구 팬이었습죠. 알고보니 둘은 몇 년 전부터 축구모임을 진행하고 있었고, 규문의 규창, 강학원 출신의 하늘, 문빈 등이 함께 모여 매주 축구(실축)를 해오고 있던 거예요! 그들에게 저는 '포획 대상'이었고, 결국 밀양 농활을 같이 간 건화 손에 이끌려 서울까지 가서 축구의 맛을 보고 왔던 겁니다...

 

 

 아니 근데 이게, 뽕맛이 장난이 아닙니다. 성균관대 축구장에서 볼을 차는데, 성대 중국인 유학생들과 같이 차거든요. 할 줄 아는 중국어는 좋다는 뜻의 '하오' 하나 밖에 없는데도, 연달아 하오를 외쳐가며 공을 주고 받는 느낌이 아주 재밌습니다. 비유하자면 처음 보는 연주자들이 즉흥 합주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뭐 대단한 연주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축구화를 주문하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축구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더랩니다. 아쉽게도 이 축구 모임은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하는데, 일요일 오후에 세미나가 있는 저는 참여할 수가 없어서 을매나 아쉬웠는지... 내년에는 축구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세미나를 조정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지체육공원을 기반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축구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아침 6시 50분 부터 7시 50분까지 하는 가혹한 시간대이지만, 결국 오늘 처음 짐을 싸서 나갔다 왔어요. 엄마가 봤으면 분명 미쳤다고 혀를 찼을 거야...

 

저의 단골 카페 마마우스(통칭 '깡통'). 새벽 2시까지 하는 카페라 이 카페가 문을 닫은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날씨도 너무 추워서 잠바에 표면에는 이슬이 얼고, 쉬는 시간엔 모두의 머리 위로 뿌연 김이 솟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재밌었습니다..!

 

오늘의 경기
1골
3 빅찬스 미스
2 클린 시트 기록...
 

 

댓글 11
  • 2023-11-14 16:34

    와우~~~
    담 자작곡은 '실축'이 되는겨?

  • 2023-11-14 17:28

    오호! 좋네 조아...
    뜀박질이면 다 좋아하는 일인

  • 2023-11-14 20:19

    헉! 수지 축구 동아리? 수지 마당발 되겠네.^^ㅎㅎ
    분투하는 플레이어 우현, 화이팅!!

  • 2023-11-14 21:53

    아니 아니 철학세미나가 축구에 밀리는건가요?
    그냥 평일에 수지에서 쭉 하셔요^^ 뭘 힘들게 서울까지 가고 그러시나.

  • 2023-11-14 22:51

    그래서 약국에서 왕큰 밴드를 샀군요?! ㅎㅎ
    다행이네요. 우현이 내 아들이 아니라서… 저는 혀를 차는 대신 응원을 할게요! ^^

  • 2023-11-15 01:41

    운동 뽕굴에 입굴하심을 축하...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이 또한 중독에 가까운지라 헤어나기 어려운데....

  • 2023-11-15 07:39

    운동한다는데 엄마가 왜 그러실까? 안그러실꺼야... 문탁엄마왈...ㅋㅋㅋ

  • 2023-11-15 07:41

    그러게 왜 밴드와 테이프를 사는 줄 몰랐네… 우현 너의 나와바리는 얼마만한 거니? ㅎㅎㅎ

  • 2023-11-15 19:56

    정모씨에게 받을 영향이 그것만은 아니었을텐데....(한숨).... ㅋㅋㅋㅋ

  • 2023-11-20 10:55

    WOW....
    저 사진만 보면 저곳 성대 운동장이 흙바닥이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명륜FC의 역사가 떠올라 그저 울컥할 뿐입니다...
    코코펠리가 온다는 사실에 버선발로 나가서 뛰놀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기세를 몰아 수지체육공원 조기축구회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희 어제도 한 게임 했습니다. 어서 세미나가 마무리되어 범-인문학 공동체 + 범-아시아적 화합의 날을 기다립니다.
    "그대는 나날이 나아가십시오. 저희도 나날이 나아가겠습니다."

    • 2023-11-21 15:29

      12월 중순쯤 세미나가 끝나는대로 매주 출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