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입문 12회차 후기

우현
2023-06-05 16:39
203

 

어느덧 시즌 1 마지막 시간이었네요..! 유독 시간의 빠름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다음주에는 내부적으로 에세이 발표가 있어요! 간단하게 두장 이내로 시즌1때 배운 걸 정리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번 시간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질문의 비율도 그렇고 '덕' 파트가 인상깊지 않았나 해요. 철학공부의 근본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면서, 현대와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혜란샘의 덕을 가지기 위해서는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노력이 필요한 게 맞냐는 질문도 그러합니다. 덕은 타고난 것인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인가? 정군샘은 '코라'를 언급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노력으로 얻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만은, 덕을 마음에 품고 계속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교과서 같지만, 그런 가능성과 희망을 지니며 사는 게 덕이라는 개념의 핵심인 것 같아요. 『개념-뿌리들』 481쪽 주석에 보면 피타고라스는 몸의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을 비켜가는 경우가 많지만 영혼의 건강, 마음의 건강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높여갈 수 있다고 해요. 건강 말고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참 많은 세상이지만,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높여갈 여지가 있다면, 덕, 쌓아볼 법도 한 것 같습니다.

 

 토용샘은 덕을 쌓는다는 건 개인의 의지 뿐 아니라 사회의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구절에 대해 질문하셨어요.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자고로 '덕'이라고 하믄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아야하지 않나 라는 맥락의 질문이었죠. 다시 읽어보니 토용샘의 '덕'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중대한 무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군샘도 언급하셨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맥락이 유효할 것 같아요. 덕은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라 시대나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하나의 '경향성'이라는 걸요. 토용샘이 말씀하신 덕은 동양고전의 맥락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군자의 덕?ㅎ 잘 모르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면 저희는 주로 고대 그리스에서 이야기되는 덕을 많이 마주한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덕은 뭘까요? 

 

 저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개념-뿌리들』 508쪽에서 저자는 덕을 '~다움'으로 설명하는데요, 이는 그리스 사유와 동양고전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유라고 합니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고... '~로서'의 일을 잘 해내는 힘이 영혼의 힘이며, 덕이라는 것이죠. 저는 이에 대해 현대에는 '~다움' 앞에 붙는 직위나 관계의 정의 자체가 해체됨에 따라 ~답다는 개념 자체도 없어진 것 같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버지도 N개의 아버지가 탄생했고, 모두가 각각의 개인으로 파편화됐다는 거죠. 결국 남은 건 개인들의 '나 다움' 밖에 없지 않나? 이에 대해 정군샘은 '나 다움'이라는 워딩자체가 자본주의적 마케팅용어라고 짚었어요. 이미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관계에 편입된 '나'는 가짜고, '진짜 나', '진짜 욕망'은 따로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현대의 흐름이 있는 거죠. 그게 유효하게 먹히는 이유는 기존의 관계들이 해체되는 현대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로 인해 소비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짜 나'를 찾는 여행 상품, '진짜 욕망', '나만의 개성'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의 옷, 도구 등의 상품 소비... 자본주의의 그물은 촘촘해서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말이 인상깊었어요.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싶기도 해요. 정군샘은 한국사회에서의 '나 다움' 유행에서는 다른 요소가 같이 포함되어있는 것 같다고 하셨죠. 이를테면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정말 유행이기 때문만에 가는 건 아닐 거라는 이야기예요. 정말 떠나있는 시간 동안 무언가를 얻기는 하겠죠. 다만 그게 '진짜 나'일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요.(정군샘은 그 출구는 없을 거라고 단언하셨습니다^^.. 비관적인 시각이지만 충분히 동의도 돼요.) 

 어쨌든 '나 다움' 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 시대의 '덕'은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파편화된 개인에게 '덕'을 논하며 간섭하지 않는 것?ㅎ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가 고전 속 '덕'을 상기하는 것?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뵙고 온 아버지가 저의 벌이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돈 잘 버는 게 덕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아무튼...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말이 좀 길어졌네요. 근대 이후의 철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현상들을 해석하고 바라봤을지 더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 다움'에 자유롭지 못한지라 어떠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욕구가 요동치네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다들 에세이 화이팅입니다~

댓글 5
  • 2023-06-06 23:18

    ~다움을 고정된 무엇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아내, 엄마, 자식, 며느리, 공부하는 사람, 아무개의 친구 등등 여러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이 속에서 나 다움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요...
    나 다움은 그 때 그 때 상황과 현실에 따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중용이겠지요.

  • 2023-06-07 17:01

    텍스트에서 많이 여러차례 벗어나기는 했지만, 세미나 자체는 꽤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아무말 대잔치로 간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죠 ㅎㅎㅎ
    그래도, 그 모든 게 '입문'이어서 '괜찮'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제 막바지군요! 기말 에세이 올리는 시간을 말씀 안 드렸는데, 토요일 정오까지 올려주셔야 읽고 올 수 있습니다.

  • 2023-06-09 15:41

    우현의 아무말 대잔치, '주저리주저리' 넘 좋네요~~

  • 2023-06-10 09:20

    저는 지난 시간에서 '외연의 확장'이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사의 맥락에서, 시대가 변하면서 개념 또한 고정될 수가 없다는...역시 고인 물은 안되나 봅니다 ㅎ

  • 2023-06-10 12:33

    저도 '~다움'과 자본주의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내용 중에 "한국 사회에서의 '나다움' 유행에서는 다른 요소가 같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다른 요소가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뜻이겠죠? 음... 다시 한번 책을 뒤적거려야겠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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