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교> 시즌1 마지막 수업 후기!

경덕
2023-05-01 02:34
301
 
 
 
불교학교는 학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기말시험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습니다. 시험 범위는 붓다의 생애, 초기불교의 역사, 기본 개념에 관한 것이었어요.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배부받고 답안을 작성하고 점수를 확인하며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는 보통의 시험장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요요샘은 일주일 전에 시험 문제를 미리 오픈해주셨거든요! 그리고 서술형은 집에서 각자 작성해오는 홈테스트였습니다. 이것은 과제인듯, 시험인듯..슬로우 테스트랄까요? 문제는 단답형 20문제, 서술형 10문제였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단답형인데 서술형에 가까운 문제가 많았고, 서술형은 대부분 논술형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덕분에 배운 걸 알차게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샘들의 서술형 답안은 불교학교 게시판에 올라와있습니다^^)
 
단답형 문제는 세미나 시간에 모두가 함께 풀었어요. 화이트보드를 공동 시험지로 생각하고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1번 문제부터 자발적으로 한 사람씩 나가서 아는 만큼 적고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다음 사람이 나가서 적는 식으로요. 학인들은 눈치게임을 하듯 주위를 살피며 다음 작성자를 기다렸고, 왠지 그 상황이 웃겨서 중간 중간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한 문제 한 문제 적어나가다 보니 화이트보드를 가득 메울 수 있었습니다. 칠판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이 개념 지도처럼 그려졌어요. 같이 작성한 공동 답안지여서 더 뿌듯했습니다. 이후에는 작성해온 서술형 문제를 같이 읽으며 답안 내용을 공유했고, 이어서 시즌 1의 메인 텍스트였던 <숫타니파타> 중 가장 와닿는 경을 골라 함께 낭독했어요. 부처님 말씀이 몸과 정신을 깨우고 모두의 음성으로 교실 밖에까지 울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숫타니파타>에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무소의 뿔의 경'이 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번뇌를 일으키는 모든 것을 여의고 자유를 찾아서~~)
 
 
 
 
처음 불교학교를 신청할 때의 마음을 다시 돌이켜보았어요. 불자는 아니었지만 몇 년 전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명상이나 경전 공부를 드문 드문 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1년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왠지 신청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청했지요. 어쩌다보니 올해 꽤 버거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불교공부가 길을 잃지 않게 해 줄 것 같았거든요. 불교학교도 다른 세미나 못지 않게 많은 텍스트를 읽어야 했지만요. 근데 경전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잠시 멈춰서서 산만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부와 활동의 방향을 살피게도 되는 것 같습니다. 쌓여가는 지식이 아집이 되거나 사견에 빠지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크고 작은 번뇌에 빠지는 건 어찌할 수 없지만... 아주 심하게 균형을 잃지는 않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불교학교는 요요샘의 세미나 바깥 활동과도 접점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샘은 북앤톡 불교 에세이를 연재중이시고, 10일 동안 위빠사나 명상을 다녀오셨고, 한 달 동안 대반열반경 강의도 병행하셨습니다. 위빠사나 명상 후기도 인문약방 에세이<침묵과 명상의 열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 자세히 써주셨고, 강의 중에는 아버지 돌봄과 나이듦에 관한 지혜를 부처님 말씀과 연결해주셔서 마음에 더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반장 도라지샘께서 매번 교실 세팅해주시고 수업 공지 해주시고 과제 독려해주신 덕분에 힘 내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라지샘, 감사드립니다!
 
함께 공부하는 샘들도 처음에 다양한 계기로 불교학교에 입학하셨는데, 시즌1을 마치는 이 시점에 어떤 마음이실지도 궁금합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원이어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영샘, 미리내샘, 초빈샘, 효주샘, 유샘, 인디언샘, 도라지샘, 요요샘,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열 번째 학인으로 유님과 함께 방문해주신 반짝이는 작은 보살님! 엄청난 집중력으로(사띠!) 진지하게 자기 작업을 하며 열기를 더해주셨어요^^ 함께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사성제와 팔정도로 시작합니다. 부처님 성도 후에 5비구에게 처음으로 설하신 내용이기도 합니다.
불교학교 샘들 모두 또 뵙기를 희망하며:)
댓글 7
  • 2023-05-01 07:02

    아침 일찍 올라온 후기를 읽다보니 밤새 뒤척인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제가 붙잡고 있는 망상이 너무 많네요.
    후기 읽으면서 몇 개 떨궈냅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세미나 시간에 쌤들이 이해하고 나눠주시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아! 나랑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시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고 한편 그런 자극이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짧은 방학동안 세미나는 안 그리워도 쌤들은 궁금하고 보고싶을 것 같아요. ㅎ

    그리고 유쌤~ 다음에 기현(맞나요?)이 또 데리고 오세요! 반짝이는 작은 보살님 간식을 준비하겠어요~^^

  • 2023-05-01 15:12

    오랜 만에 하는 공부에다 세미나는 처음 같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살짝 긴장했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두 달이 참 빠르게 지나갔어요.
    칠판을 가득 채운 개념들을 보니 새삼스럽네요.

    제게도 불교공부는 산만하게 떠도는 일상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이자 흔들리지않게 잡아주는 든든한 닻같았답니다^^ 덕분에 흔들리는 날씨 속에서도 올 봄 건강하게 잘 지냈네요. 시작이 반이라는데 좋은 출발했으니 끝까지 잘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좋은 출발을 함께 한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은 소망입니다. 물론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더욱 좋겠지요~
    그럼 방학 잘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뵈어요.
    ♡유님과 애기 보살님도 또 봐요. 저도 달달한 간식 준비해볼게요

  • 2023-05-02 11:43

    세미나 형식으로 공부하다보면 다 아는 것 같지만 느낌적인 느낌만 남거나 기본적인 개념이 자칫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에세이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시즌을 갈무리해보고 싶었는데.. 샘들이 질문 하나하나 너무 열심히 준비해오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도 좀 느긋하게 소회도 나누고 해야 하는데.. 별도의 뒤풀이 시간을 갖지 못해서 댓글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중간에라도 꼭 시간을 만들어봅시다!!ㅎㅎ

  • 2023-05-03 00:34

    앗 제 이름 잘못 들어갔어요!ㅋㅋ(제 이름은 초빈입니다)
    저도 불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거기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리란 느낌은 받았지만... 생각보다 큰 게 기다리고 있었네요. 불교의 이야기들이 제 마음을 많이 헤집어 놔 하루하루 많은 문제들을 감당하느라 방학에도 휘청거리고 있네요...ㅎㅎ 이 구간을 돌파하면 많은 게 변할까요?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망망대해에 내쳐지는 기분이라 책 읽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시즌2도 기다려봅니다...

    • 2023-05-03 13:54

      헐 참회합니다ㅠ 시즌 2도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초빈님!!!^^

  • 2023-05-03 10:48

    요요샘식 세미나 마무리도 좋은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이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다시 한번 찾아보며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금방 날아가버릴지도 모르지만 ㅋ

    오영샘 미리내샘 오랫만에 같이 하니 참 좋았어요
    초빈님 효주님과는 세미나를 처음 같이 했는데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고요
    흔들리는^^ 유님도 함께 공부해나가니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우리 반장님
    요즘 부모님일로 몸 만 아니라 마음이 많이 번거로울텐데 기운내시기 바래요!

    시즌2에 만나요~~

  • 2023-05-06 20:40

    버거운 일정 속에서 불교 공부가 길을 잃지 않게 해준다는 말이 공감되네요.. 샘들 이야기 듣고 읽다보면 다들 비슷하구나.. 저만 너무 툴툴거리나싶다가도.. 일단 할일에쫓겨갈때는 좀 멈추고싶다는생각이들기도했다가… 지루함을 견디지못하는 저를 보다가… ㅎㅎㅎㅎㅎ
    후기 감사합니다~ 작은 보살님과 언제 또 갈지 모르겠지만 ㅎㅎ 기현이는 소리내어 함께 읽는것이 인상싶었나봐요 ㅎㅎ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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