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방> 3분기 1회차 후기

세콰이어
2016-07-28 17:29
285

2주간의 짧은 방학이 끝나고 3분기 첫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첫 세미나는 리쩌허우의 <학설> 메모를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학설>을 언제 처음 읽었는지 더듬어 보니 6월 초 더군요.

얇은 책이라 만만히 보고 덤볐다가 유학4기가 어쩌구 저쩌구 나오는 통에

골이 아프고 읽어도 뭔 말인지 몰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어제 낮에 문탁 홈피에 들렀다 각자 한장짜리 메모를 들고 오라는 문탁선생님의 주문에

머릿속이 더욱 엉키는 느낌이었습니다. ㅜㅜ

부랴부랴 책을 다시 더듬어 읽고, 메모를 쓰는데...역시 처음 읽을 때보다는 더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책이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만 어려운 책이 아니었던지,

오늘 세미나 시간에도 어렵다, 리쩌허우의 문제의식이 명확하지 않다, 특히 송명유학에 대한 리쩌허우의 해석이

책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다른 것 같다...등등 의견이 나왔습니다.

책을 읽은지 어느덧 두달이 된데다,

2주간의 방학으로 머리에 기름칠이 덜 돌았는지

다른 세미나 시간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그래도 동학들의 공부가 대단한 것이

맑스, 니체, 스피노자, 사사키 아타루 등등의 이름과 이론이 거론되며 해석해 내려는 모습에 경이감을 느꼈습니다. *.*

이하는 오늘 세미나 시간의 주요 쟁점들.

우선 이 책은 '새로운 중국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심성론을 바탕으로 한 송명리학을 수정, 보완해서 새로운 중국을 열어야 한다는 모종삼(유학3기)의 의견에

리쩌허우가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송명유학이 아닌 공자, 맹자의 원시유학과 무사(巫史)전통으로 돌아가 신중국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쩌허우가 보기에 유학은 '밥 먹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즉, 처음부터 윤리적인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송명리학은

원시유학의 정치, 사회적 질문을 놓치고 '개인의 자각'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 그의 문제의식의 출발인 송명유학의 비판 지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쩌허우의 비판은 결과론적인 비판이 아닌것인가, 우리는 그의 문제 제기에 과연 동의할 수 있는가?

송명유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을 도덕적 주체로 만든 것은 이성이다. 인간은 누구든 도덕적 주체이자, 인격을 완성한 성인이 될 수있다는

송명유학의 논리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로 돌아왔을 때, 과연 몇 명의 사람이 실제 성인이 되는가?

양명의 주장대로 "거리의 모든 사람은 성인이다"라고 하지만 인간에게 도덕적 이성이 있다는 자각을 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성인의 경지다. 그런데 개인의 깨달음이라는 것도 일부 지식인에게 국한되는 문제이니 모든 사람이 성인이라는 이론과

상당한 거리가 벌어지는 것이 한계이다.

반면 리쩌허우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깨달음이 아닌, 정감을 바탕으로 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감을 가진 사람들은 '禮''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제사와 같은 공동체 의례에 함께 참여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敬), 덕(德)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미학(美學)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1980년대 정치적으로 경직되었던 시대에 학자들은 상대적으로 탄압을 덜 받을 수 있는 학문 영역인 '미학'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

문탁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오호. 그렇군. 그나저나 재작년쯤 리쩌허우의 <미의역정>, <화하미학>을 밑줄쳐가며 읽었는데

지금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가 그 책들을 왜 썼는지, 뭘 말하려고 했는지...ㅜㅜ.

드문드문 재밌었고,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 리쩌허우가 책을 어렵게 쓰나????

아, 곁들여 문탁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푸코는 윤리적주체-미학적 주체라고 주장한 반면

리쩌허우는 송명유학이 가진 칸트적 주체(도덕적 주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미학적 주체'라고 말씀하셨다.

흠...알듯모를듯. 여하튼 '미학'이라는 주제가 끌리긴 하다. 씀샘의 말처럼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를 읽어봐야 하나? ㅎㅎ

또하나 나온 이야기는 개체-공동체의 관계이다.

어제 메모를 정리하느라 가장 재밌었던 <무사의 전통을 말하다> 부분만 열심히 읽어서...솔직히 이 부분에 관한 리쩌허우의

문제의식과 핵심은 잘 모르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누리 샘이 말한 밥 먹고 사는 활동에 열중하다보면 개체의 욕망과

공동체의 욕망이 부딪히게 마련인데 이것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었다.  써오신 글 중

"씨족이나 부족의 정체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하늘은 보다 사회 정치적인 성격을 띠었고, 전쟁의 시대나 결핍의 시대에는 오히려 개체의 윤리를 고양하여 공동체를 존속시켰다:" 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반면 게으르니샘은 개체와 공동체의 관계 속의 모순을 돌파하는 해결책으로 결국 '개체를 지운다'는 말을 해서 솔직히 좀 놀랐다는...ㅎㅎ

여하튼 어려운 주제이지만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또하나 중요한 이야기. <학설>의 문제의식이 딛고 서 있는 곳은 현재의 중국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한국은? 우리에게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담론이 과연 형성되어 있는가?

유학의 3기이든, 4기이든...이런 논쟁을 하고 있는 중국이 부러울 뿐이고..

우리도 우리만의 담론을 형성해야 하지 않을까? (흠...맞다, 맞아....그것이 지식인의 역할이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약용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 (by 자누리)

댓글 3
  • 2016-07-29 00:21

    문탁샘이 참고자료로 올린,

    리쩌허우 주체성 실천철학과 중국고대미학. 李澤厚의_哲學觀-을 오늘에야 읽어봤어요. 요근래 드물게 아주 재미있네요. 감사드립니다.일찍 읽었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겠지만 오늘 세미나를 하고 보니 아주 흥미진진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깨알샘이 왜 양명학과 연결하고 싶은지 느낌이 오기도 하고..

    <이택후의 철학관>을 읽다 보니 <易傳>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하네요.

      “천하가 돌아감은 같지만(만물은 같은 목적으로 나아가지만) 길이 다르며,

    이르는 곳은 하나이지만 생각은 수 백 가지로 다양하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헤아리겠는가?”

     이걸 읽으니 루쉰의 글이 생각나네요.

    "만일 다른 사람에게 길을 인도한다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조차도 어떻게 길을 가야 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하나의 종점, 그것이 바로 무덤이라는

     것만은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이므로 누가 안내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길에 달려 있다. 그 길은 물론 하나일 수 없는데, 비록 지금도 가끔 찾고

     있지만 나는 정말 어느 길이 좋은지 알지 못하고 있다." <무덤 뒤에 쓰다>

     

  • 2016-07-29 08:37

    하하...좋군요.

    빠른 후기! 빠른 댓글!!

    (씀이 "요 근래...아주 재미있네요"라고 해서, 아주 기쁘군요...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리쩌허우를 읽자고 이야기했던 것은 단지 그가 유명해서만은 아니예요.

    솔직히 왕필도,  주자도,  오규 소라이도,  정조도 다 자신의 시대와 대결한 사람들이죠. 그러기 위해 소위 '경전'들을 매번 새롭게 읽어나갔던 사람들이구요.

    문제는 우리는 공자의 시대와 왕필의 시대가 - 둘 다 실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 거의 구별하기 힘들죠.  한마디로 "다~~ 몰러~~" ㅋㅋㅋ

    그래서 리쩌허우를 읽고 싶었어요. 동 시대인이구, 루쉰의 강력한 옹호자이구, 매우 새롭구.... 그렇다면 그가 우리에게 혹은 우리가 그에게 더 많은 말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어쨌든 어제 우리 결론은? - 다시 읽자! 혹은 더 읽자! 였죠? ㅋㅋㅋ

    어짜피 우리가 <역사 속의 성리학>을 읽어야 하는데....그건 또 리쩌허우의 견해와 아주 다르기 때문에.... 피터 볼을 읽고 다시 리쩌허우를 읽으면 약간 다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차분차분 읽어나가요.

     

  • 2016-07-30 08:01

    리쩌허우를 통하니 고전에 대한 현대적 감각이 조금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읽어야 하나 머리가 더 복잡해지네요.

    유가와 법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보면 리쩌허우의 관점이자 기대가 일관되어 있는 것 같긴해요

    현대의 국가를 공격하는 사상들도 결국은 시스템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체주의가 되니까요.

    법가의 시스템에 유가의 정감을 입혔다는 리쩌허우의 관점에 다시 포커스를 맞추고 봐야겠어요

    똑같이 시대의 해체주의를 고민했던 주자에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없을리 없을텐데 

    과연 개인의 철저한 자각으로 해답을 찾았을까요? 

    또는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시스템이 해결된다고 보았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요?

    누가보아도 그런 관점은 자신이 비판하고 넘으려했던 불교와 다를바 없는데 말이예요.

    거기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흔히 말하듯 불교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고 평가하고 넘어가는 것도 아닌거 같고요

    당대에 대결하고 해결하려했던 사상과 후대에 작동시키는 사상은 같지 않잖아요? 

    아, 그러면 시대와 불교를 좀 알아야겠네요.

    그러다보니 결론은....요요쌤 강의를 들어야겠네요...(홍보아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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