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창은.......

가마솥
2023-12-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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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핸펀 소리에 잠을 깹니다.  시간을 보니, 앵? 밤 11 시 35분.
"쌤!  집이 불난 것 같아요"  문탁샘의 목소리입니다. 어? 무슨 소리이지? 꿈인지 생시인지, 어떨떨 합니다. 
꿈인지 생시인지를 확인하러, 묻습니다. "어디서요?"
"지붕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  흠.....꿈이군요.  기와지붕인데, 어떻게 지붕에서 불이납니까?  "핸펀으로 찍어서 보여주세요"
핸펀 속에서 다급한 둥굴레 목소리도 들리고, 119에 전화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어? 정말 생시인가 보네......
일단 우리집 소화기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옆집들을 전화로 깨워서 각집 소화기를 동원시킵니다.

사실, 지붕에서 연기가 난다면 소화기로는 안되는 일입니다.
전선 누전일 가능성이 있으니, 산불 감시원 옆집 친구에게 전기 차단기부터 내리도록 합니다.
지붕의 화재는소방차에서는 지붕을 무식하게 걷어 낼텐데, 온돌방은 포기하고 본채로 번지지 않기를 바랩니다.

 

 

 

소방차가 7대나 왔다는 군요.  산 중턱이라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그랬을 것 입니다.
다행인 것은 바람이 불지 않고 있고, 불이 번지기 전에 인지해서 다친 사람이 없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경찰서와 소방서가 조사할 것입니다.  문탁님은 그날 밤, 화재 현장에서부터 경찰차안에서 심문을 받고 있습니다.  업무이긴 하지만 쫌 심한 듯 합니다.  다음 날 평창 가는 길에  평창 경찰서장을 연결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합니다. 덕분에 조사관에게 이제는 먹지 않는  막대 커피를 대접 받으며, 자기가 알아서 나의 진술내용도 고쳐주는 조서를 꾸밉니다. 이런 공정은 아니었는디...... 실로 오랫만에 지장을 찍습니다.  화재 감식반이 '구조적 문제'라고 결론을 냅니다. 화재 원인이  '구조적 문제'로 나오면, 모든 조사가 종결되고 보험처리에도 가장 유리해 집니다.  다행입니다. 

가만? 근데, 다행인가요?

 

 

 

 

 

 

 

 

 

 

 

 

화구 바로 위에 시커멓게 탄 큰 목재 바닥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경량 목구조 이니, 그 위에 4 * 10 목재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걸었습니다.  원칙은 이 바닥재와 화구는 80Cm 이상 떨어져야 하고, 'ㄷ' 를 엎어 놓은 모양으로 식은담을 돌, 시멘트, 흙 등으로 두껍게 세워 만든 다음에 그 위에  바닥재를 놓아야 하는데, 그냥 올렸습니다. ㅠ ㅠ 
구조적으로 화재위험이 항상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만한 피해로 그 원인을 알았고 제거할 수 있으니,  '다행' 맞습니다.

그것도 천만다행입니다 !

 

 

 

 

 

 

 

 

 

 

 

 

일단, 화재 흔적을 지우고요.  인디언이 좋아하는 지글지글 온돌 방식은 유지하되, 나무로 불을 피우는 방식을 피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원적외선이 90% 방출된다는 탄소섬유 전기난방을 열원으로 하여, 그 위에 황토를 덮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설치한 태양광으로 전기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니까요.

내친 김에 장작 화구쪽을 터서 온돌방을 좀 넓히고, 들어 가는 문도 대청 쪽으로 열리게 하여 내부 공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  공사는 진행되고는 있는데, 내 맘같지 않게도 쉬엄 쉬엄 하네요......  비용을 너무 빨리 지급(이미 80%지급)해서 그런가요? ㅠㅠ  어째들 그러시는 지......참나! 
일단, 성탄절에는 들어 가야 하니까, 그 때까지는 끝내라고 하였는데, 가봐야 알죠. ㅎㅎ

 

 

 

 

 

다시 세운 벽체와 천장의 내부 마감은 황토와 편백나무(히노끼)로 할 것입니다.  따끈 따끈한 바닥과 은은한 편백나무 향기를 즐기러 자주 놀러 오세요.  이제는 간단하게 - 문탁쌤들이 아주 익숙한 - 버튼 하나만 누르면 뜨끈 뜨끈해 진다니 까요

  
화재로 놀란 사람들~~~

2023년은 이것으로 모두 날려 버리시고,

2024년에는 좋은 일로 가득 가득 채웁시다!

좋 -----다!  얼 쑤 !

 

 

댓글 8
  • 2023-12-11 17:33

    정말 다행입니다.

  • 2023-12-11 17:45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네요.
    공사 때문에 평창 왔다갔다 하시느라 힘드실텐데, 이렇게 따끈따끈한 현장소식까지 전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빈이 사진을 보니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웃는 아이가 축복이군요!

  • 2023-12-11 20:43

    강원도에 비가 많이 왔다는데 지붕을 올려서 다행입니다.
    공사가 빨리 되어서 평창집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하시길 기원할게요.
    그나저나 하빈이 저 보조개 어쩔!!

  • 2023-12-11 21:32

    그날의 놀람이 사진을 보니 다시 떠오르네요 ㅠ 인디언샘과 가마솥샘도 놀라게 해드리고 일거리를 거듭 얹어드려 송구합니다 꾸벅
    그리고 이번 양생 에세이에 두 분 함께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꾸벅

  • 2023-12-12 10:28

    알음알음 전해들었습니다. 양생팀도, 인디언 가마솥님도 맘고생 많으셨겠네요. 새삼 집짓는 일에 발담그고 있다는 게 무서워집니다. 꼭 지켜야할 원칙을 소홀히 하면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 집도 목조인지라, 소방 쪽 다시 챙겨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3-12-12 10:58

    인명피해나 산불 없이 지나가 정말 다행이예요..! 아직 공사가 남아있지만 양생팀분들도, 가마솥샘과 가족분들도 다들 맘고생 많이 하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 2023-12-12 20:08

    정말.. 공동체에는 별 별 일이 다 있다..! 가마솥 쌤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요..(사실 가마솥 쌤 집인데..?!)

  • 2023-12-13 16:54

    모든 일엔 양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수고 끼쳐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빈이의 걱정없는 얼쑤 포오즈~! 복덩이 덕에 모두가 복 많은 2024년 되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