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먹은 비건 음식들

고은
2023-12-0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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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유랑의 달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집을 자주 비웠기 때문이지요. 2023년 마지막 1234를 시작으로 한 달 중 12일을 지방에서 지냈습니다.

 

계속 돌아다니고 이동하면 끼니를 챙겨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비건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편의점에 파는 비건 음식이라고는 프링글스 오리지널과 쟈가비, 포테토칩, 고구마 말랭이 정도이니 이것으로 식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번 달에는 워낙 지방 스케줄이 많았던 터라, 잘 챙겨먹으려고 부단히 애썼답니다. 이동할 때도 시간을 길게 잡고 천천히 이동하려고 노력은 했지요. (성공했단 말은 아니지만..ㅎㅎ) 이번 문스탁그램에는 11월에 길 위에서 먹었던 비건 음식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편의점 김밥입니다. 편의점에 먹을 거 없다면서 웬 김밥이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용ㅎㅎ 최근에 씨유에 비건 라인 편의점 음식이 나왔습니다.  이건 비건 '카츠' 김밥이에요. 우연히 운 좋게 점심시간 이동 중에 발견하여 후딱 사봤습니다.

 

결론은 대 실망입니다^ㅜ^ 카츠 부분은 정말 괜찮은데요. 소스가 너무 안 어울리고, 양이 적어요. 텁텁해서 물 없이 먹으면 체하기 딱 좋습니다. 소스는 달짝찌근한 돈까스 소스를 기대했지만.. 느끼한 소스였답니다. 제 친구 비건은 좋아하던데, 저는 영... 그래도 뭐 없는 것보단 낫긴 합니다. 덕분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용

 

 

 

 

또 최근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비건 컵라면이 출시되었는데요. (외국에는 꽤 많답니다. 불닭도 외국에서 파는 건 비건이에요. 하지만 한국용에는 소스에 온갖 생물 첨가물이 들어갑니다.) 저 '맵탱'이라는 컵라면인데요.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먹고 배탈 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초콜레타도 비건 초코 과자인데요. 비건 초코과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지에스에서 고맙게 내주고 있습니다. 이건 진짜 진짜 맛있어서 비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과자입니다. 저도 종종 사먹고 있어요.

 

 

 

 

이건 '김고은 선정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반미집'에서 파는 야채 반미입니다. 강화에 있는 곳인데요. 사진이 비록 저러하나^^.. 소스가 진짜 너무 맛있습니다. 살짝 매콤한 간장 소스인데, 야채들과 조합이 최고예요. 바게트도 직접 만드시고요. 강화에 5박 6일 있으면서 저 반미만 5번 사먹었답니다. 강화에 가실 일 있으시면 '들'에 들려서 반미 꼭 드셔보세요 호호

 

 

 

 

돈을 아끼고 싶을 때는 집에서 비건 토마토 소스로 야채 스튜를 만들어 갑니다. 편의점에서는 햇반과 두유를 사서 같이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물론 눈치 보이니까 큰 편의점에 가서 알바 눈에는 안 띄어야 합니다. 이렇게 먹으면 그래도 길 위에서 혼자 먹었지만 든든하게 먹었다! 는 느낌이 듭니다.

 

 

 

사주에 식상이 없어 그런가, 원래 음식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뭐든 먹을 수 있는 것만 있으면 되지, 였으니까요. 비건이 된 뒤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어져서 강제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물론 다른 비건들에 비하면 여전히 관심도가 현저히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과거 시절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음식을 신경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떠돌며, 특히 지방을 다니면서 비건 식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비건 식사를 할 수 있지요. 사전 조사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비건이 되고 보니 왜 그렇게 비건들이 음식점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전히 비건 중에는 큰 불만 없이 적당히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편이랍니다. 먹는 게 귀찮게 느껴지니까, 이런 일도 귀찮게 느껴지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비건이나 되어야 음식에 관심을 좀 갖게 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살면서 음식에 대해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해 본 건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금 이 상황(비건 음식이 드문 한국 사회에서 비건으로 사는 상황)을 기회 삼아 (제 딴에) 열심히 먹어보려구요!

 

댓글 3
  • 2023-12-05 13:47

    누가 저한테 비건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저는 이렇게 답해요
    “저는 비건 기회주의자입니다.”
    적극적으로 비건이 되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비건식을 하는 거죠
    저한테 그런 기회를 제일 많이 주는게 고은이에요 ㅎㅎ 땡큐~

  • 2023-12-05 16:29

    비건으로 살기, 집밥이 아니라 밖에서 사먹으려면.. 매일 매일이 고난의 행군이겠군요.
    사전조사 안해도 어디서나 비건식으로 밥먹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컵라면 맵탱, 매운 것 못먹는 비건은 가까이 하기 힘들겠어요. 이름만으로도 배가 아픈 느낌이 듭니다.ㅎㅎ

  • 2023-12-07 11:56

    비건으로 외식하기가 쉽지 않네요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만들어갖고 다니면서 덮밥으로 먹을 수 있으면 좀 나으려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