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버섯

요요
2023-11-20 21:36
394

9월말에 뒷산 산책을 갔다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 조심스레 내려온 적이 있다. 좀 놀랐다.

그 뒤로 혼자서 인적이 드문 산길을 산책하는 게 불안하여 산책코스를 사람이 많고 평탄한 탄천길로 바꾸었다.

덕분에 탄천의 가을을 실컷 누리긴 했지만 뒷산 산책길에 버섯 찾는 즐거움이 사라진 게 섭하고 아쉬웠다.

 

마음 속으로 다시 버섯을 볼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있었는데... 앗!!

며칠 전 비가 온 다음날, 동네 카페 앞에 놓인 썩은 나무에 '노란주걱혀버섯'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사실 그날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날이 따뜻하던 9월부터 오며가며 그 버섯을 쭉 지켜보았다.

없어진 듯하다가도 비가 오면 통통하게 살아나고, 날이 개면 꾸덕꾸덕 마르기를 반복한다는 것도 알았다.

생긴 게 주걱같기도 하고, 혀같기도 한 귀엽고 앙증맞은 노오란 버섯을 볼 때마다 좋아서 배실배실 웃음이 났다.

 

날이 추워지면서 이제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기대를 접었는데.. 그 날 비온 뒤 노랗게 빛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갑던지!!

올해 마지막 보는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 순간이 더 귀하고 소중했다.

 

여름에 통통하던 모습(아쉽게도 초점이 잘 안맞았네요.ㅠ)

 

며칠 전 겨울에 올라온 모습. 여름보다는 어째 힘이 좀 없어 보이긴 합니다.

 

비오면 이렇게 통통했다가..

 

건조해지면 이렇게 시들어 갑니다.

 

 

 

 

댓글 8
  • 2023-11-21 00:16

    버섯 이름 참... 딱 봐도 노란주걱혀버섯입니다!
    전 며칠 전에 지난 가을 남편이 산에서 해온 야생 싸리버섯을 먹고 탈 나서 이틀동안 설사를 엄청했어요.
    (워크숍 못 간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ㅎㅎ)
    장 청소엔 아주 그만이더라고요~~~

    찾아보니 노란주걱혀버섯도 식용이네요. ^^

    • 2023-11-21 06:33

      헉! 산에서 캔 버섯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비슷해도 같은 버섯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어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 2023-11-21 10:19

    목이버섯과 군요. 그러고 보니 노란 목이버섯같다는...

  • 2023-11-21 21:34

    요요샘은 눈이 밝으신걸까요? 저런 것을 발견하시는 것도, 척~척~이름을 말 하시는것도 부럽습니다.
    샘도 따숩게 입고 다니세요. 오늘 밤, 요요샘의 댓글을 읽고는 저도 평소엔 잘 하지 않는 목도리 두르고 산책 다녀왔습니다. 말 잘 듣죠?ㅎㅎㅎ
    (아...저는 주로 밤에 걸어요.)

    • 2023-11-22 15:54

      척~척~ 말하는 거 아니에요.ㅎㅎㅎ
      이름을 찾아봐도 자꾸 잊어버려서 다시 찾아보고 또 다시 찾아보는 웃픈 반복 과정에서 겨우 살아남은 기억이라고나 할까요?
      답글을 쓰다보니 뭔가 애잔한 느낌이 드는군요.ㅋㅋ

  • 2023-11-22 09:42

    어릴적에는 습습한 틈사이 오돌도돌 돗아난 저 버섯을 보노라면 좀 징그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름을 알고나니,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버섯으로 선정되고 나니 뭐랄까ᆢ귀엽고 좀 애틋합니다^^

  • 2023-11-24 07:03

    엥?
    책이 잘 안보이니다고, 공부방 요요님 자리 LED등을 상향조장 할려고 하는디.........
    요렇게 작은 버섯을 어캐 발견한다요......

    음.....
    책을 버섯 보듯이 하시는게...ㅎㅎ

  • 2023-11-25 16:55

    꼭 프리지아 잎 같기도 하네요. 계속 관찰하고 사진찍고 애정이 많으십니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