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안석의 <讀孟嘗君傳> 후기

요요
2022-06-13 10:40
208

<맹상군전>은 사마천의 <사기>의 열전에 나온다. 나는 <사기>을 읽은 적은 없지만 맹상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들어서 익숙하다. 왕안석의 <독맹상군전>은 <사기> <맹상군전>에 대한 짧은 에세이다.

 

맹상군은 제나라 사람으로 부유하기도 하거니와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사람이었다. 그는 식객을 많이 거두기로 유명했는데 닭울음 소리를 내고 개흉내를 내는 도적도 있을 정도였다 . 식객으로 왜 그런 변변치 않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까지 거두냐고 하면 맹상군은 그런 재주조차 쓸모있지 않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맹상군이 진나라를 방문하여 위기에 처했을 때 변복을 하고 진나라를 빠져나가려 했다. 함곡관에 이르렀지만 아직 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진나라의 법에 따르면 닭울음소리가 나야 관문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맹상군을 따르던 식객이 닭울음소리를 내자 온 마을의 닭들이 따라 울어 관문을 열고 무사히 진나라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사자성어와 함께 전해진다.

 

 <독맹상군전>은 북송대의 개혁가인 왕안석(1021~1086)의 글이다. 짧은 글인지라 원문을 옮겨본다.

 

世皆稱孟嘗君은 能得士라. 士以故로 歸之하여 而卒賴其力하여 以脫於虎豹之秦이라. 嗟乎라. 孟嘗君은 特鷄鳴狗盜之雄耳라. : 豈足以言得士리오. 不然이면 擅齊之强하여 得一士焉이라도 宜可以南面而制秦이어니 尙取鷄鳴狗吠之力哉아. : 鷄鳴狗吠之出其門이니 : 此士之所以不至也니라.

 

왕안석은 몇 글자 안되는  <독맹상군전>을 통해 모름지기 지식인(선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선비를 얻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그는 세상사람들이 맹상군이 선비 얻기를 잘하는 사람이어서 그 덕에 진나라에서 처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감탄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맹상군은 선비를 얻은 사람이 아니라 겨우 닭 울음 소리나 내고 개 흉내나 내는 도적의 우두머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맹상군은 전국시대에 강대국이었던 제나라를 좌지우지하던  사람이었다. 만일 그가 제대로 된 선비를 한 사람이라도 얻었다면 마땅히 천하를 호령하여 진나라를 막았을 터인데, 겨우 계명구도의 우두머리 노릇이나 하는데 그쳤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가 얻은 선비란 천하를 얻어 하늘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돕는 자가 아니라, 고작 진나라에서 도망쳐서 개인의 안위를 지켜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 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안석은 북송의 개혁을 이끈 신법당의 대표주자이다. 왕안석은 구법당인 사마광등과 대립하였고, 남송대의 주자선생 역시 구법당 계열인지라, 성리학 계열에서 보는 왕안석에 대한 평가는 야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왕안석의 글을 통해 우리는 구법당, 신법당 할 것 없이 송대의 사대부들이 공유했던 새로운 지식인상을 읽어낼 수 있다. 모름지기 선비란, 천하를 근심하는 사람이지 한 두 가지 재능을 가진 전문가(재주꾼)가 아니어야 했던 것이다.

 

<고문진보>를 읽으면서 범중엄의 <악양루기>에서도 '천지가 근심하기 전에 근심하고, 천지가 즐거워한 후에야 즐거워하는' 사대부의 정신을, 사마광의 <독락원기> 역시 인의와 예악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요, 자신의 안에서 구한다는 문장을 만났다.  당시로서는 힙하고 핫했을 새로운 시대 정신이 송대 지식인들의 글에 흘러 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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