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9주차 후기

김재선
2023-07-09 23:49
492

 

 드디어 시즌2 마지막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3부 「정서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까지 읽었습니다. 저는 데카르트 『정념론』 마지막 후기를 썼었는데 이번에도 정서에 관한 후기를 쓰게 되었네요. 세미나에서도 두 철학자가 정서/정념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다뤘습니다. 데카르트는 인간 정념을 범주화하여 제시하고, 이를 ‘의지’로서 통치/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스피노자에게 정념이란 보다 입체적이며 3d 네트워크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요즘 ‘신경생리학/뇌과학’은 인간의 감정을 신체로 번역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데카르트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본인을 스피노자주의자로 표방하는 ‘안토니오 다마지오’같은 뇌과학자도 있습니다. 그의 저서 제목은 『데카르트의 오류』입니다. 현대과학에서도 철학의  주요 쟁점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세미나의 거의 절반가량이 ‘마음의 역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정서들에 예속되지 않을 수 있는 적합한 인식, 마음의 역량(형상적 역량/능력)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성을 통해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일까요? 앞으로 4, 5부를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뿌려놓았던 떡밥들이 잘 회수되면서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3부 끝에 있는 ‘정서에 대한 일반적 정의 부분’에서도 몇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우선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해서 정중동샘께서 질문해주셨는데요.  신체와 정신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은 너무 상식적이여서 저도 헷깔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스피노자는 실존의 힘이 더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을 말할 때, 현재와 이전의 신체 상태를 비교해가며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말합니다. 그보다는 정서라는 관념에 따른 신체의 변용 자체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즉 스피노자의 철학에 따르면 정신이 주체가 되어 신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와 신체에 대한 관념인 정신은 서로 평행하게 존재하는 별개의 속성입니다. 따라서 정신과 신체는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실체가 사유와 연장으로 각각 표현될 뿐입니다. 

 

 cf) 저는 오늘 점심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커피를 마시면 불면에 시달리는 신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마찬가지라 하더라구요. 커피를 마셨다는 생각 때문인지 잠이 안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스피노자식으로 표현하면, (비록 디카페인이지만) 커피를 마셨다는 부적합한 관념에 의한 신체변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으로 요요샘께서 꼼꼼한 독해를 바탕으로 한 예리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정서를 겪을 때(수동), 우리의 ‘현행적 사유역량’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정리 56 주석의 적합한 인식에 따른 ‘형상적 역량’과는 별개입니다. 이는 1종인식(상상)과 2종인식(이성)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2종인식은 1종인식 중에서 적합한 관념들을 토대로 구성됩니다. 스피노자는 적합한 인식, 이성을 말할 때 어떤 초월적 대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이 스피노자가 지닌 급진성, 정치성으로 보입니다.

 

- 이외에도 동물들의 정서는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스피노자 세계관에 따르면 동물들도 당연히 정서가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운데요. 물론 우리와는 다른 개체이자 복합체이기 때문에 정서에 관한 적합한 인식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는 ‘독특한’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이는 singular의 번역어로 ‘개별성을 지닌’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 스피노자는 유물론자인가 / 관념론자인가 에 대해서는 알튀세르나 네그리 등 현대의 맑스주의자들의 저서를 참고하면 됩니다.

 

 세미나 내용은 '다시 듣기'를 통해 이해가 가능하지만, 후기를 쓰기 위해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데는 역량 부족을 새삼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세미나 분위기가 어딘가 차분하다고 느꼈는데요. 아무래도 결석하신 분들(세션, 지음, 형은 샘)의 사운드,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꼭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8
  • 2023-07-10 09:55

    방학 중에 이렇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열심히 복습을 하신 재선샘이 눈에 그려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저도 결석하신 분들 때문에 세미나가 심히 쳐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튜터께서 장기 결석 샘들 가정 방문을 좀 하셔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23-07-10 12:30

    아, 우리 느끼는게 비슷하군요. 우리는 유사한 존재?^^ 저도 지난 세미나가 그전에 비해 좀 차분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저는 아버지 돌봄당번이어서 아버지 집에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날씨가 덥기도 했고 저 스스로도 조금 지쳐있기도 했어요.
    항상 세미나에 반전의 기운을 불어넣던 세션샘이 장기 결석이고, 새로운 기운을 보충해주신 분이 지음샘과 정중동샘이었는데..
    앙코르석공님도 말씀이 없으셨고, 이날 정중동샘이 셈나 중간에 멘붕이 오셔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ㅎㅎㅎ 정중동샘, 화이팅입니다!!
    우리의 정서가 서로와 얼마나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세븐샘도 사진을 올리시더니 재선샘도 사진을 올리셨네요. 이 사진은 어떤 정서의 표현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 2023-07-11 00:45

    아이고 방학인데, 후기를 맡게 되셔서 고생이 많아셨습니다. 제가 마음이 무거웠어요(가식) ㅋㅋㅋ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미나가 많이 차분해진 감이 있지요. 저는 이게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어쩐지 진행에 힘이 좀 덜 들고 있거든요 ㅎㅎㅎ.
    그렇지만 여러분 저 더 힘들어도 되니까, 제발 집으로 돌아오세요 ㅠㅠ (분열증)

  • 2023-07-11 10:27

    재선샘 올리신 사진보니 떠나고 싶은 설렘이 느껴지네요~~
    근데 비도 오고, 돌아서면 방학이 끝날것도 같고ᆢ
    무튼 푸릇상큼한 사진보며 3초간 행복^^

  • 2023-07-12 09:46

    재선샘,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방학이네요. 모두 즐거운 방학 되세요. ^ ^

  • 2023-07-12 11:18

    그 동안 셈나 기록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을때마다 느끼지만 질문, 대답, 그에 대한 해석 모두 너무 좋고 이해가 잘 가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차분히 기록을 듣는 것도 아주 좋더군요. 그건 그런데...ㅠ 시즌3는 당분간 목요일 저녁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라이프니츠는 시간이 조정된다면 당연히 참여하겠지만 어찌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의외의 변수로 셈나에 충실할 수 없었던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했던 셈나들은 늘 재밌고 좋았습니다. 모두들 더운 여름 잘 지내시고요, 뭐 곧 또 뵙게 되겠죠. 아, 참 재선샘 후기 재밌었습니다. 셈나가 막 떠오르더라구요^^

    • 2023-07-17 19:21

      저는 멀리 부산에 내려와 있습니다만, 세션샘께 답글을 안달 수가 없네요. 아니 진정한 친구라고 참칭하시더니 이리 떠나시는겁니까? ㅎㅎ 여유 회복하시고 연이 닿아 다시 같이 읽을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 2023-07-25 11:25

      세션샘, 라이프니츠에서는 꼭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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