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5회차 후기

우현
2023-08-03 13:51
158

돌아온 개념뿌리들.. 그래도 서양철학사에서 따라가던 맥락이 있는데 그 맥락이 살짝 끊긴 기분도 들고... 그래도 술술 읽히는 책이니까 좋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으로 읽게 되었습죠. 사실 이번 분량이었던 '인성'과 '정의'는 어렵기도 했고 아직 배우지 않은 칸트와 헤겔의 내용이 주를 이루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거기에 동양의 개념까지 섞이니까 동양파트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네요

 

 인성은 기본적으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능력 같은 것인데, 그 범주가 넓었죠. 감각, 지각, 기억, 상상 등 인식론의 범주로도 볼 수 있고 욕망, 감정, 용기, 의지 등 윤리학적인 범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하게 다뤄졌던 건 인식론으로써 인성은 이성과 감성으로 나뉜다는 것. 감성은 대상과의 접촉을 통해 '감각자료' 혹은 '인식질료'를 얻어내는 지각능력이고, 이성은 얻어낸 질료를 보고 판단하며 추론하는 능력이었어요. 칸트를 비롯한 근대철학은 이성을 도구로 사용하여 대상(자연 등)을 판단하는 구도가 정립되고, 일반화됩니다.

 반면 그 구도에 균열을 낸 사람도 있었죠. 저는 그런 힙합인 사람들이 좋아요ㅎ 본격적으로 이성과 감성의 구도를 비판하고, 차이의 철학을 내세운 건 역시 들뢰즈였습니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들뢰즈가 영향을 받은 철학자는 메를로-퐁티였죠. 그는 '인식'의 단계로 평가받지 못하는 지각능력을 강조했습니다. 대상과 접촉하고 나서(감성) - 이성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는 칸트의 입장과는 달리 대상과 신체는 이미 하나로 포개져있다는 거죠. 둘이 떨어져 있다가 접촉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름을 이루고 있는 현실을 두 개로 분석하면 대상과 주체가 성립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신체, 즉 감성, 지각 능력은 주체로서 활동하는 게 됩니다. 이를 '전-반성적 코기토'라고 부르지요. 어릴때 자전거를 배우고 한참을 안 타다가 40대가 돼서야 다시 타기 시작했는데, 몸이 알아서 페달을 밟고 있었다는 토용샘. 저는 중학교때 하던 고전 게임의 커맨드를 아직도 외웁니다. 말로 설명하려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이스틱을 잡으면 알아서 콤보가 나가요. 이렇게 신체-주체의 가능성을 발견한 게 메를로-퐁티입니다. 재밌어요!

 퐁티의 주저는 <지각의 현상학>이라는 제목인데요, 현상학이란 사물에 대한 다른 시각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관점이라고 하더라구요. 주요한 개념이 '판단 중지'인데, 예를 들어 컵에 대한 선험적 판단(물을 담는 용도, 손잡이 등)을 중지한 채로 바라보는 관점이예요. 감이 오실테지만 미학 쪽에서 주요하게 다룬 학문이고, 최근 진행한 미디어 세미나에서 읽은 <미디어의 이해>(맥루언 저)에서도 판단중지 개념이 나와서 아주 반가웠네요ㅎㅎ 현상학이라는 장르가 퐁티가 주장했던 신체-주체에 대한 맥락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뭔가 이야기가 많았는데 정리하고 보니 보이는 게 이정도 밖에 없네요ㅎㅎ... 퐁티 하나라도 기억했다며 자기 위로를 해봅니다..~..

댓글 4
  • 2023-08-03 19:36

    하나라도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게 어디예요 ㅎㅎ 개념뿌리는 질문 만들기도 어려워요. 설명 따라가다보면 아는게 없으니 그저 그런가보다 하면서 읽기바쁘니까요.
    현상학은 전혀 모르지만, 판단중지라는게 경험주의에서의 지각경험과 차이가 있을까요? 비슷하지 않나요?

  • 2023-08-04 14:44

    잘 읽히는듯 그렇지 않은 듯~^^ 메를로ㅡ퐁티 이름 하나 알고 갑니당~

  • 2023-08-04 14:46

    언젠가 현상학을 공부하기는 해야하는데...그래야 신실재론을 읽을 수 있는데... 더는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지난 시간에 했습니다. ㅎㅎㅎ

  • 2023-08-05 11:42

    조이스틱을 잡으면 콤보가 나간다는 글에서 빵터졌습니다 ㅎㅎㅎ 메를로 퐁티 사상을 이렇게 게임기 기술로 기억하겠군요~ 후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5
[2023 철학입문] 9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26 | 조회 125
토용 2023.08.26 125
44
[2023 철학입문] 8회차 후기 (4)
토끼와용 | 2023.08.23 | 조회 150
토끼와용 2023.08.23 150
43
[2023 철학입문] 8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19 | 조회 171
토용 2023.08.19 171
42
7회차 후기 (5)
마음 | 2023.08.17 | 조회 155
마음 2023.08.17 155
41
제15장 질문과 요약 (6)
마음 | 2023.08.12 | 조회 146
마음 2023.08.12 146
40
[2023 철학입문] 6회차 후기 (6)
동화 | 2023.08.08 | 조회 219
동화 2023.08.08 219
39
[2023 철학입문] 6회차 <개념-뿌리들> 7강,15강 질문 (6)
토용 | 2023.08.05 | 조회 144
토용 2023.08.05 144
38
[2023 철학입문] 5회차 후기 (4)
우현 | 2023.08.03 | 조회 158
우현 2023.08.03 158
37
[2023 철학입문] 제5회차 질문 (7)
앙코르석공 | 2023.07.29 | 조회 175
앙코르석공 2023.07.29 175
36
[2023 철학입문]제4회차 후기 (3)
자작나무 | 2023.07.26 | 조회 168
자작나무 2023.07.26 168
35
[2023 철학입문] 시즌2 13장 질문 (7)
토용 | 2023.07.22 | 조회 129
토용 2023.07.22 129
34
[2023 철학입문] 서양철학사 제13장 요약
앙코르석공 | 2023.07.22 | 조회 108
앙코르석공 2023.07.22 10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