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6회차 후기

동화
2023-08-08 22:07
220

‘개념-뿌리들’에서 저자는 ‘철학은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범주’도 같은 맥락으로서 세계와 인간을 커다란 분류로 나누고 포섭하려는 ‘판단’과 관련된 개념이지요. 말하자면 범주론은 ‘철학적 분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주’라는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본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세상을 나누는 가장 근본적인 구별은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들(실체)’과  ‘타자에 붙어서 존재하는 것들(우유)’입니다. 여기서 ‘실체’란 필연성과 관계된 것들로 예를 들어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다’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우유’ 즉 ‘우연한 존재들’은 필연성의 계열과 다른 계열에 있는 범주를 말합니다. 존재론적으로 부차적이고 실체가 우연히 갖게 되는 성질이죠. ‘정군샘은 뚱뚱하다’에서 ‘뚱뚱함’이라는 우유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정군샘이라는 실체 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군샘은 뚱뚱할 수도, 날씬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실체가 바뀌지 않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는 위계적이며 완성된 세계를 그립니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범주의 구분은 현대에 와서 비판받게 됩니다. 현대 철학에 영향을 미친 현대 물리학이 빅뱅이라는 ‘생성’의 지반 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비슷한 이유로 ‘우유’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뚱뚱해진 정군샘’도 ‘새롭게 만들어진 실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론과 언어학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언어를 분석하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현샘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각이 있지 않냐는 거지요. 정군샘은 이 질문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으로서 ‘표상주의’와 ‘감각주의’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근대 철학은 세상을 ‘표상’으로서 인식하는 ‘합리적이고 의식적인 주체’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머릿속으로 수영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면 실제로 수영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반대로 현대 철학자인 들뢰즈는 ‘감각(반응)’이 일차적이고 그 반응들이 모여 비로소 ‘인식하는 주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수영하는 방법을 꿰고 있어도 처음 수영을 배운다면 잘할 수 없지요. 들뢰즈에 의하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흐르는 물결의 속도와 온도 등 온갖 다양한 물의 특이점을 내 신체의 특이점과 연동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는 주체가 된다는 거지요.
‘관계’라는 범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대 철학자들은 ‘관계’를 ‘내부적 성질’로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교실에서는 ‘얌전’한 아이가 콘서트장에서는 ‘명랑’해지는 이유는 여러 성질이 주체 안에 있다가 특정 장소에서 펼쳐진 것이라고 봅니다. 데이비드 흄은 이런 관계의 ‘내부성’을 거부하고 ‘외부성’으로 규정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얌전’이란 성질은 주체 안에 있었던 성질이 아니라 학교 안의 교실, 선생님, 학칙 등 여러 조건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외부성’이라는 것이지요. ‘명랑’은 콘서트장 안의 조명, 음악, 분위기 등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성질이고요. 들뢰즈는 ‘외부성’의 개념을 확장해 ‘배치’를 말합니다. 우리는 어떤 ‘배치’ 속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주체가 달라집니다. 배치에 의해 주체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또한 배치는 다른 배치의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체에 의해 무한 연결고리를 이루며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들뢰즈에게 주체의 의도, 의지 역시 배치의 결과일 뿐입니다. 어렵지만 왠지 설득력이 있지 않나요?^^ 이처럼 근대는 주체의 철학이지만 현대 철학은 주체를 해체하는 철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근대 ‘주체 철학’의 시대를 열어준 ‘칸트’에 대해서 배울 차례입니다.

모두 일요일에 봬요!

 

 

 

 

 

 

댓글 6
  • 2023-08-09 09:14

    와! 동화샘 복기의 대가셨군요!! ㅎㅎ
    흄의 외부성, 들뢰즈의 배치,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저의 경우를 한정해서 본다면 교실에서 '얌전'히 있다가 콘서트장에서 '명랑'해지지는 않던데요^^

    • 2023-08-12 11:49

      그건 들뢰즈에 의하면 토용샘이 콘서트장에 가서도 ‘명랑’해지지 않는 ‘어떤 다른 배치의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체’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무한 연결고리가 아닐까요?^^;;

  • 2023-08-09 12:13

    그럼에도 그 배치는 누가하나요? 들뢰즈라면 하는게 아니라 ‘되는거‘라고 했을거 같습니다.

    • 2023-08-09 13:53

      들뢰즈라면 ‘누군가’에 의해 ‘되는거’가 아니라, 언제나 ‘이미 있는
      거’라고 했겠죠? 그런 점에서 ‘누가 하는가?’라기 보다는 ‘누구라도’가 될테고요. 저는 이게 여전히 어려운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본나 독재자나 파시스트의 ‘악의’를 상정할 수 없으니까요.

  • 2023-08-10 00:07

    우리의 의식이나 언어, 내부적 성질은 뇌과학에선 기억때문이라 하네요 지난 강의 복기 할수 있었네요

  • 2023-08-12 11:35

    와우! 제가 결석한 사이 이렇게 열씨미들 공부하셨군요. 제 머리는 하얀 안개로 가득한데 이를 어쩌누 ㅠㅠㅠㅠㅠㅠ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5
[2023 철학입문] 9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26 | 조회 127
토용 2023.08.26 127
44
[2023 철학입문] 8회차 후기 (4)
토끼와용 | 2023.08.23 | 조회 152
토끼와용 2023.08.23 152
43
[2023 철학입문] 8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19 | 조회 172
토용 2023.08.19 172
42
7회차 후기 (5)
마음 | 2023.08.17 | 조회 156
마음 2023.08.17 156
41
제15장 질문과 요약 (6)
마음 | 2023.08.12 | 조회 151
마음 2023.08.12 151
40
[2023 철학입문] 6회차 후기 (6)
동화 | 2023.08.08 | 조회 220
동화 2023.08.08 220
39
[2023 철학입문] 6회차 <개념-뿌리들> 7강,15강 질문 (6)
토용 | 2023.08.05 | 조회 144
토용 2023.08.05 144
38
[2023 철학입문] 5회차 후기 (4)
우현 | 2023.08.03 | 조회 159
우현 2023.08.03 159
37
[2023 철학입문] 제5회차 질문 (7)
앙코르석공 | 2023.07.29 | 조회 176
앙코르석공 2023.07.29 176
36
[2023 철학입문]제4회차 후기 (3)
자작나무 | 2023.07.26 | 조회 169
자작나무 2023.07.26 169
35
[2023 철학입문] 시즌2 13장 질문 (7)
토용 | 2023.07.22 | 조회 130
토용 2023.07.22 130
34
[2023 철학입문] 서양철학사 제13장 요약
앙코르석공 | 2023.07.22 | 조회 111
앙코르석공 2023.07.22 11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