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제4회차 후기

자작나무
2023-07-26 23:21
170

영국에서 프랑스로 다시 독일로 가는 철학사의 흐름. 이번에 읽은 장에서는 '계몽주의 시대'라고 퉁쳐 말했지만, 그 시대가 조금은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홉스로부터 '자연상태'에서 시작해서 사회계약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의 뒤를 잇는 로크라거나 루소도 그 논증의 길을 걸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썰들을 풀어냈다. 아직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칸트나 헤겔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어쨌든 같은 단어를 쓰지만, 이들의 맥락에 따르면 다른 의미와 다른 태도 그리고 다른 비전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계몽주의 시대 위에서 놀다 간 자들, 공리주의자, 경제적 자유주의자는 물론이고 정치적 자유주의자 그리고 진보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까지도 이 시대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계몽주의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시대정신'으로 작동하여, "진보적 낙관주의와 새롭게 각성된 이성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특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중 누군가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처럼 인식론적 것에 관심을 강하게 가졌고, 또 누군가는 사회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크게 가졌다고 한다.

 

13장에서 본 많은 주의들은, 이전의 홉스와 로크를 비롯해서 '개인'을 중심으로 논의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 개인이 자기의 이익을 따르든 쾌락을 따르든 혹은 선하든 악하든 간에 '합리적인 행위자'로 자리매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인이 존재하기에 이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등의 공동체와는 다른 이른바 '사회'가 생겨나면서 국가와 법과 같은 것들이 수립된다고 하겠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서 볼 때, 그리고 자연상태니 국가니 문명이니 하는 연관검색어와 더불어 볼 때, 특이한 존재는 루소였다. 

 

한 곳에 있지 못하고 방랑했던 루소, 하층 민중에게 끌림을 느꼈던 루소,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으면서도 개인과 공동체 간의 연계를 감정과 태도로 보고 있는 루소를 보면서 이 인간은 도대체 뭘까? 라는 생각을 하는 한편, 흥미를 강하게 느꼈다. 홉스가 만인과의 투쟁으로 봤던 자연상태를 그는 "개인은 공동체와 뿌리 깊은 감정과 태도로 긴밀한 유기체적 발전을 이루고 있었던 양상"을 자연상태로 보고, 그러한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물론 이미 국가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외침은 흡사 공허해 들릴지 모르나, 그렇다고 그의 사상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순 없었다. 또한 근대 안의 반근대의 목소리는 이후 칸트나 헤겔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잘은 몰라도 칸트가 루소에게 폭 빠졌었다니, 어떤 면이 그랬을까? 루소의 삶?이라기보다는 루소가 가진 일관되지 않지만 왠지 야생적인 힘과 해석을 열어 놓고 있는 주장(가령 '일반 의사' 같은 것?!!)에, 칸트는 폭 빠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직 칸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런 이야기는 전부 정군쌤이 말해준 것이지만^^ 왠지 쌤의 설명에 루소의 원전을 봐도 좋겠다 뭐 이런 가당찮은 생각까지 드는 요즘이다. ㅎㅎ

 

헤겔리안 저자들은 '공동체'라는 말이 나오거나 조금이라도 그 말이 파시즘이나 나치즘과 연결될듯한 낌새가 보이면, 눈에 불을 키고 경고의 말을 쏟아낸다. 우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루소의 일반의사라는 개념은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말하며, 그들은 "일반의사는 개개인 모두의 특별한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인민의 진정한 의지이다. 그러나 공적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무엇이 일반의사인지 확인할 수 없고 또 누가 일반의사를 특정할 권한과 권력이 있는지"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이렇게 벽을 치고 서술하면 입문자들은 그저 그들이 정한 길을 따라서 걷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의사에 대해서 정군쌤이 '대의되지 않는 의사'라거나 '폭력' 등의 개념으로 다시 그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근데 인상은 인상이어서 내가 좀더 공부해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결론은 다음에 공부해서 잘 알고 싶다는 개인적 다짐.....ㅎㅎ

 

 

 

 

댓글 3
  • 2023-07-28 13:47

    저도 루소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원전을 살짝쿵 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ㅎ 공동체주의가 파시즘이나 나치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기도 하구요

  • 2023-07-29 01:17

    계몽주의 속 낭만주의의 향기! 저도 루소가 궁금하네요.

  • 2023-07-29 14:22

    공부할 것, 하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ㅎㅎㅎ 루소도 언젠가 전집을 차분하게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 다른 것들에 밀리고 밀려서 여전히 못 읽고 있어요 ㅠ 특히 루소처럼 ‘영감형 사상가’는 이렇게 저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이 많으니 조만간(몇 년 안에) 함께 읽는 프로잭트를 한번 추진해 봐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5
[2023 철학입문] 9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26 | 조회 127
토용 2023.08.26 127
44
[2023 철학입문] 8회차 후기 (4)
토끼와용 | 2023.08.23 | 조회 152
토끼와용 2023.08.23 152
43
[2023 철학입문] 8회차 질문 (6)
토용 | 2023.08.19 | 조회 172
토용 2023.08.19 172
42
7회차 후기 (5)
마음 | 2023.08.17 | 조회 156
마음 2023.08.17 156
41
제15장 질문과 요약 (6)
마음 | 2023.08.12 | 조회 153
마음 2023.08.12 153
40
[2023 철학입문] 6회차 후기 (6)
동화 | 2023.08.08 | 조회 220
동화 2023.08.08 220
39
[2023 철학입문] 6회차 <개념-뿌리들> 7강,15강 질문 (6)
토용 | 2023.08.05 | 조회 145
토용 2023.08.05 145
38
[2023 철학입문] 5회차 후기 (4)
우현 | 2023.08.03 | 조회 159
우현 2023.08.03 159
37
[2023 철학입문] 제5회차 질문 (7)
앙코르석공 | 2023.07.29 | 조회 176
앙코르석공 2023.07.29 176
36
[2023 철학입문]제4회차 후기 (3)
자작나무 | 2023.07.26 | 조회 170
자작나무 2023.07.26 170
35
[2023 철학입문] 시즌2 13장 질문 (7)
토용 | 2023.07.22 | 조회 130
토용 2023.07.22 130
34
[2023 철학입문] 서양철학사 제13장 요약
앙코르석공 | 2023.07.22 | 조회 111
앙코르석공 2023.07.22 11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