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15회차 후기 : 때에 맞다/때에 맞지 않다

토용
2023-04-02 02:13
99

맹자가 양혜왕에게 왕도정치에 대해 말할 때 불위농시(不違農時)를 말하는 부분이 있다. 백성들이 농사철을 놓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농번기에는 부역이나 군역을 시키지 않음으로써 백성이 농사를 그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뭐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맹자가 굳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시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일터였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이미 춘추시대 때부터 있었다.

 

 

장공 29년 봄에 마구간을 새로 지었다. 전(傳)에서는 이 일을 경(經)에 기록한 이유가 ‘때에 맞지 않았기(不時)’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말은 춘분이 되면 목초지로 내보내고 추분에 우리로 몰아넣기 때문에 마구간을 짓는 것은 추분이 되어 말이 들어올 때 하는 것이 맞는데 지금은 봄 농사철이기 때문에 때에 맞지 않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는 아마도 농사철에 백성들을 부역에 동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같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때에 맞았기(時)’ 때문에 기록한 경우도 있다. 겨울 12월에 제와 방에 성을 쌓았다. 전에서는 이것을 기록한 것은 때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토목공사는 농사철이 아닌 겨울에 해야 한다. 농사일이 끝나는 것은 별자리를 보면 안다. 용성(龍星)이 보이면 농사일이 끝나니 공사 준비를 해야 한다. 화성(火星)이 보이면 공사에 필요한 도구들을 공사장에 갖다 둔다. 수성(水星)이 보이면 축조를 위해 판자를 세우고, 동지가 되면 공사를 끝마친다.

 

 

<춘추>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진다. 때에 맞아도 기록하고 맞지 않아도 기록한다. 예에 맞아도 기록하고 맞지 않아도 기록한다. 잘한 일은 권장하고 잘못한 일은 비판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장공 28년 흉년이 들었고, 장문중이 제나라에 쌀을 사러 갔다. 전에서는 장문중이 제나라에 쌀을 사러 간 것이 예에 맞는 행동이었다고 적고 있다.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예에 맞았다고 한 것이다.

 

 

장공 28년에는 흉년이 들었는데, 29년에는 벼에 해가 되는 곤충의 재해가 있었다. 경에서는 재해가 된 경우에만 기록하고 특별히 해를 입지 않았으면 기록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록을 하였으니 재해가 컸던 모양이다. 곤충에 의한 재해는 <춘추>에 종종 보인다.

 

 

댓글 1
  • 2023-04-03 13:48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전에 왜 저렇게 중국 드라마에서는 겨울에 전쟁하고 성을 쌓나 했네요.
    수염에 고드름 달고 손이 꽁꽁 얼어서....
    그런데 이번에 읽으니 동지가 되면 공사를 마친다고 하는 걸 보니
    너무 추운 겨울에는 일을 안 했나 봅니다. - 사람이 상하니까 그렇겠죠?
    갑자기 주 69시간 근무제에 대한 생각이 드네요. 지금이야 시절에 맞추지는 않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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