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13회차 후기: 선물에도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정해져 있다

봄날
2023-03-19 07:56
101

B.C.670년 장공24, 환공의 사당 서까래에 조각을 했다. 이것은 전해에 환공의 사당기둥에 붉은 칠을 한 것의 연장인데, 모두 예가 아니라고 했다. 장공은 아마도 자신에게 시집온 애강 앞에서 위세를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환공이 누구인가, 제나라 땅에서 술에 취한 채 허리가 꺾여 죽은 아버지 아닌가! 그 아버지의 사당을 화려하게 꾸며서 자신의 자리를 뽐내고 이전의 치욕을 되갚으려 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제후는 과시하고 싶고, 신하는 그것을 뜯어말리며 간언하고....

 

장공의 애강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이것 말고도 또 있다. 가을에 제나라에서 애공이 도착하자 장공은 종실부인들에게 애강에게 인사할 때  예물을 바치게 했는데 어손은 이것은 예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자의 예물은 신분이 높은 사람은 옥과 비단을, 신분이 낮은 이는 꿩이나 기러기를 바칩니다. 여자는 그 예물의 수준이 개암이나 밤, 대추, 육포 등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남자의 예물로 인사를 드리는 것은 남녀구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남녀의 구별은 나라의 큰 법도인데 , 부인으로 인해 그것을 어지럽히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오늘날에야 이것을 읽으면서 코웃음을 치지만 당대에 이미 공고하게 만들어졌던 법도를 한 여인 때문에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다니, 어쨌든 강씨 여인들의 미모가 한 몫 했나보다...아니다, 이때의 결혼은 모두 정략적인 것이고 또한 위의 일도 모두 그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등등, 이야기가 분분했다.

 

장공25년, 진의 여숙이 노나라를 찾아와 우호관계를 맺었다.  그 일을 아름답게 여겨 춘추에 그 이름 대신 자(字)를 썼다.  이것이 춘추필법이겠지? 뭔가 그 일을 높일 때면 당사자들의 이름보다는 자나 관직을 쓰고, 그 일이 옳지 않거나 하찮은 일일 때는 이름을 써버린다. 무엇을 썼는가에 따라 벌써 그 일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진나라가 노나라를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장공으로서는 뿌듯했을 것이다.^^ 하지만 춘추나 좌전의 기록에 의하면 진나라의 예방은 이것이 유일한 기록이다.

 

여름에 있었던 일식과 홍수에 대해 제사를 올리면서 북을 두드리면서 패물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북을 두드리는 것은 천자의 제사에나 쓰는 것인데 장공이 썼으니 예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홍수에는 패물을 쓰고 희생을 쓰지 않는 법인데, 희생을 쓴 것 또한 예가 아니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북을 치는 것도 일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제사의 의식이 얼마나 세심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일화이다.

 

겨울에  경에 '공자우가 진으로 갔다'고 되어 있다. 바야흐로 진헌공의 권력강화 스토리가 전개된다. 전에 그 내막이 전해지고 있다. "진나라 대부 사위가 공자들을 사주하여 유씨일족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취땅에 성을 쌓고 공자들을 그곳에 거주하게 했다.  장공23년에 환숙, 장백가문의 뛰어난 사람인 부자를 죽이는 일이 나와있는데, 모두 진헌공의 권력을 잡는 일련의 사건이다.

 

장공26년 진나라 사위가 드디어 대사공이 됐다.  대사공이 된 사위는 도성을 증축해서 더욱 높고 크게 만들었다.  사기 연표에는 새로 성을 쌓은 것으로 되어있지만, 우리 양선생은 사기가 잘못 해석했다고 봤다.

 

 

 

댓글 1
  • 2023-03-20 17:40

    제나라와 노나라의 미묘한 힘 겨루기 혹은 장공의 허세? 뭐 그런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제 양공의 브라더와 시스터들이 만드는 버라이어티한 일들은 끝이 없네요. ^^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7
민공 3회차 후기 - 신생의 동산 정벌에 대한 여러 대신들의 대처 (1)
진달래 | 2023.05.09 | 조회 131
진달래 2023.05.09 131
56
민공2회차 후기_나이어린 민공의 죽음 (3)
봄날 | 2023.05.06 | 조회 123
봄날 2023.05.06 123
55
민공 1회차 후기 : 계우가 돌아왔다 (1)
토용 | 2023.05.01 | 조회 105
토용 2023.05.01 105
54
장공 17회차 후기 - 번외 / [관중론]읽기 (1)
진달래 | 2023.04.17 | 조회 104
진달래 2023.04.17 104
53
장공 16회차 후기_죽어야 쉰다 ㅎㅎ (2)
봄날 | 2023.04.11 | 조회 142
봄날 2023.04.11 142
52
장공 15회차 후기 : 때에 맞다/때에 맞지 않다 (1)
토용 | 2023.04.02 | 조회 98
토용 2023.04.02 98
51
장공14차 후기 : 어디로 돌아가나 (1)
진달래 | 2023.03.27 | 조회 87
진달래 2023.03.27 87
50
장공13회차 후기: 선물에도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정해져 있다 (1)
봄날 | 2023.03.19 | 조회 101
봄날 2023.03.19 101
49
장공 12회차 후기 : 군주의 거동 (2)
토용 | 2023.03.07 | 조회 86
토용 2023.03.07 86
48
장공 11회차 후기 - [전경중완세가]의 시작 (1)
진달래 | 2023.03.06 | 조회 184
진달래 2023.03.06 18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