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11회차 후기 - [전경중완세가]의 시작

진달래
2023-03-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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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 21년 진(陳)나라 사람들이 태자 어구를 죽였다.

태자와 친했던 공자 완(完)과 전손이 제나라로 도망을 갔다.

제나라로 도망을 간 완은 경중(敬仲)이라는 시호를 받는다.

경중은 제나라로 도망을 가면서 성을 진(陳)에서 전(田)으로 바꾸었다. 

전경중의 후예들은 제나라의 재상으로 지내다가 전화(田和)에 이르러 강(姜)씨의 제나라를 물리치고 전씨의 제나라를 세웠다. 

경중이 제나라에 왔을 때 제 환공이 그에게 경(卿)의 자리에 올리려고 했다. 

이 때 그가 이를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나그네로 타국에 붙어 사는 신하가 다행히 용서를 받아 너그러운 정치를 하는 제나라에 살 수 있게 되었고, 교훈을 익히지 못한 신을 용서하시고, 죄를 사면하시어 제가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신 것이 바로 군주의 은혜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신이 얻은 것이 많은데 무엇 때문에 감히 높은 지위를 욕되게 하여관리들의 비난을 부르겠습니까? 죽음으로써 고합니다. 시(詩)에 '높은 수례를 타고 와서 활로 나를 부르는구나. 어찌 가고 싶지 않으랴만은 벗들의 비난이 두렵구나' 하였습니다." 

<사기세가>에도  이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데 사양하는 말에는 위 글의 앞부분만 있다. 

"떠돌이 객이 된 신이 요행히 경제적 부담을 면한 것도 왕의 은혜인데 감히 높은 직책을 맡을 수 없습니다."

이 문장에 "기려지신(羈旅之臣)"이라는 단어는  타국 출신의 신하로 진완을  말한다. 

이런 진완을 보고 대부 의중이 그에게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했다. 

의중의 처가 점을 쳤는데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봉(鳳)과 황(皇)이 서로 짝을 이어  날며  소리가 해맑다 .유규씨의 후예로 장차 강씨에게서 자라  5대 이후에는 창성하여 아울러 정경이 되고 8대 후에는 누구도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다"

제 경공 때에 이르러 전씨들은 쌀을 빌러 오는 백성들에게 빌려 줄 때는 대두(大斗)로, 갚을 때는 소두(小斗)로 받아 민심을 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제 간공 때 전성자가 반란을 일으키고 제나라의 정권을 잡는데 이 때가 전완으로 부터 5대이고 , 앞서 점괘에 나온 것처럼 8대 후에 전화가 제나라의 군주가 된다. 

한 가지, 대부 의씨(懿氏)를 <사기>에서는 제 나라의 대부 의중(懿仲)이라고 했는데 양백준은 주에서 진(陳)나라 대부라고 밝혔다. 

경중을 사위 삼고자 하는 글에 초(初)자를 달아 이 일이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경중이 제나라에 오기 전에 이미 결혼을 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도망 온 이웃나라의 공자를 뭘 보고 경(卿)으로 삼으려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사양하는 말을 보니, 아마도 이렇게 몸을 낮추는 데서 보이는 인품(?)이 있었을까?

 

댓글 1
  • 2023-03-06 10:37

    좌전이 편년체 서술이긴 한데 읽기 어려운 이유는 중간중간 '初'로 시작하면서 옛날 일을 꺼내어놓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사건의 인과관계를 서술하기 위한 좌전 저자의 의식적인 글쓰기 방법이겠지요.
    덕분에 사기 <세가>를 찾아보게 되는 장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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