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신학정치론』의 첫번째 발제를 했었는데, 

『신학정치론』을 다룬 『스피노자와 정치』1, 2장의 발제를 또 하게 되다니...

한 마디로 발리바르는 어려웠고 발리바르가 독해한 『신학정치론』을 읽은 후

내가 읽은 게 『신학정치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책감이 오더군요.

그는 너무 너무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발리바르는 『신학정치론』을 네그리보다는 무겁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스피노자가 이 글을 적고 있던 시대상이 훨씬 긴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요요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만큼 스피노자의 책이 위험하고도 전복적이었다는 것을요.

『신학정치론』의 서문에서도 그렇듯

스피노자는 대중들의 정념들 특히 그들의 공포에 대해 방점을 찍고 있었고,

 "바로 국가들의 운명을 규정하는" 것이 "대중들의 운동"이라는 점을 

성서의 분석에서 끌어내고 있다고 발리바르는 말합니다. 

그리고 스피노자가 '신정'에 대한 분석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교훈을 찾고 있다고 하는 발리바르의 해석은

『신학정치론』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할까요?

"법적 제도만으로 민주주의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고 

대중들의 정념적 삶을 조절할 수 있는 별도의 메커니즘 또는 장치가 필요하다"(부록에서 인용)

그렇다면 『신학정치론』에서는 '보편종교 또는 참다운 종교'로 제시된 이 장치가

『에티카』에서 '관용' '도의심' '신에 대한 지적 사랑'으로 연결되는 걸까요?

마트롱이 스피노자의 성서 분석을  '사회체의 정념들'에 관한 역사이론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저는 '민주주의와 대중들의 정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뭔가 더 생각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우연히 박래전 열사의 추모식에 다녀왔는데요

마석 모란공원의 민주열사 묘역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많은 분들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열사들의 희생들도 대중들의 정념에 큰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몸은 피곤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한 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