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사> 두번째 강좌 후기

옹이
2013-03-30 17:08
689

'우리 미술을 역사와 함께 배운다면  재밌겠구나.'

이것이 오래 문탁앞을 서성이다가 드디어 발을 들인 나의 단순한 동기였다.

집 구석구석에 반절도 읽지 못한채 쌓여 있는 미술서적들을 보며 나름 한숨을 쉬고 있던 찰나에

반가운 강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복병은 나의 얕은 지식도, 틈만 나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곤 하는 공상도 아닌,,

좌식 의자 였다~~~~;;

평소 자세 불량으로 갖가지 지병을 안고 사는 내게 좌식 의자에서의 두시간은 실로 상위레벨의 요가 자세와 같았으니,

열공의 다짐으로 앞자리에 앉았으나 결국 열강하시는 말끔하시고  고우신 강사님 앞으로 두다리를 쭉 펴고 앉아 듣는

무례함을 범하고 말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고려청자의 비색을 내기 위해 수많은 도공들이 가마와 불 앞에서 수 천 수 만번의 작업을 하고

그 가운데 단일 갑발 안에서 탄생한 청자연판문발의 사진이 슬라이드 속에서 펼쳐졌을 때는 그  깊은 아름다움과

중국 여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빛깔에 탄성과 함께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들어 다리를 곱게 오므리게 되었다. ㅎㅎ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포트메리온이나,웨지우드라는 나에겐 생소하나 비싸게 주고 샀다는 그 그릇들에 가끔 음식을 담거나 커피를 따르며

'도대체 왜??' '이게 왜???'라며 의문을 갖던 나에게 고려청자의 자태는 해답을 주었다. 그 '격'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해주 오씨가 양반이거나 귀족이었을리는 없다는걸 분명 아는데도 귀족이나 보고 만졌을 문발을 보고

 나는 기가 막히게 그 '격'의 차이를 온 몸의 촉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지난 강좌때 현무도를 보고 모두가 동시에 탄성을 내던 바로 그것이었으라..

 

중국의 영향이 조금 스미긴 했으나 결코 똑같거나 모자르게 받지 않은,

더 섬세하고 더 깊고 더 다양한 예술로 승화시킨 선조들의 창의성이 놀랍다.

더불어 상감청자의 수려한 자태와 숙련된 기술 ,

비단에 그려진 불화속의 화려하고도 정밀한 묘사력,

거의 소실되어 남은것은 없지만 수려하고 소박했던 고려의 산수화..

학력고사를 위해 내가 보던 사회교과서에선 그 그림이 그 그림이고,그 그릇이 그 그릇이고,그 부처가 옷만 바꿔입은 그 부처였는데

불혹에 다시 보니 이렇게 깊은 자랑거리가 있고 자부심이 있는 아름다운 유산이었다는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또하나

예술에 너무 집착하여 실정을 하긴 했으나 동아시아 예술사에 큰 영향을 주었던 송휘종.

그의 스따~일이 아니라하여 곳곳에서 버려지고 방걸레로나 쓰였다는 곽희의 그림은 ..눈물없이 듣기 힘든 최고의 산수화의 역사였고,

슬라이드가 넘어갈 때 마다 침을 꼴깍 삼키게 했던 백미 중의 백미들은 대부분 현재 일본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역사였다.

 

우리 미술의 단면만 보고 얕은 감상만 하던 내게

지난주엔 '공간'과의 조화로움이 어떤것인지에 대해,

이번주엔 품격있는 자존심과 창의력이 우리 미술에 담겨 있음에 대해 가르쳐 주신

뜨거운 감자 노원병에 살고 계시는 유승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댓글 2
  • 2013-03-31 10:37

    하하...저희의 좌식의자가 처음에 엄청 불편하시죠?

    공간의 변이성을 높이려다 보니....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다리 쭉 뻗고 앉으셔도 됩니다.^^

  • 2013-03-31 12:08

    금요일 저녁 밤,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또 다른 방법!

    별 욕심없이 별 생각없이 편하게 듣다보니 힐링되는 느낌까지.

    막상 후기를 보니 강의시간에 뭘 들었지? 살짝 혼자 민망해지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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