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술사> 無邊樓와 晩對樓

수강생
2013-04-18 16:36
617

난 다녀본 곳이 별로 없다.

당연히 미술품이든 건축물이든 별로 본 것도, 별로 아는 것도 없다. (한 마디로 교양부족^^)

그래서 금요일 저녁마다  어두운 강의실에 가만히 앉아서 만나보는

빛나는 스크린 속의 그림, 조각, 건축물은 늘 나를 황홀하게 한다.

지난 주도 그랬다.

그런데.................

 

첫번째 궁금증 :  無邊樓와 晩對樓 사이

 

조선시대 대표적인, 그러나 아주 대조적인 서원 두개를 보았다.

하나는 경주의 옥산서원, 또 하나는 안동의 병산서원

그런데 두개의 건축양식이 상이하단다.

옥산서원은 닫힌 구조이고, 병산서원은 열린구조이다.

 

옥산서원의 닫힌 구조는 "愼獨" 이라는 사대부들의 자기수양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20080915161559.jpg

 

 

병산서원의 열린 구조는 "자연과 일체"가 되려는 사대부들의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라고 강사님이 말씀해주셨다.

 

 만대루2.jpg 

 

덧붙여 두 서원의 차이는 두 곳에서 용맹정진하던 조선시대 사림 각 파의 학문적 경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학문적 경향의 차이가 건축물의 차이로 표현되었을까?

 

자료를 좀 찾아보았다.

그러다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서원 모두 1572년에 지어졌다는 것이다.

경주옥산서원은 회재 이언적을 기리기 위해 1572년에 경주부윤 이제민이 지역유림들과 함께 창건했다고 한다.

無邊樓라는 누각은 주돈이의 "風月無邊"에서 나왔다고 하니, 아마도 시작도 끝도 없는 태허의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겠다.

그런데 그 시작도 끝도 없는 태허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 누각은 외부와 차단된 형식을 가진 공간이다.

 

안동의 병산서원은 서애 유성룡이 고려때의 풍악서당을 1572년 병산으로 옮겨 다시 만든 것이다.

병산서원의 상징인 그 유명한  晩對樓는 두보의 시, <白帝城樓> 의 한 구절, 즉  "翠屏宜晚對 푸른 병풍 같은 산 늦도록 마주할만하고" 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재 이언적을 기리는 옥산의 유림들과  서애 유성룡을 기리는 안동의 사림들의 차이를, 난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유성룡은  퇴계 이황의 문하이자, 안동유림의 대표선수이고,  出仕한 사림의 전형이다.

이언적은 주희의 입장으로 조선유학을 세팅하여 그 학풍을 퇴계에게 물려준 조선성리학의 비조가 아닌가?

즉 옥산서원이든 병산서원이든 1572년 같은 해에 만들어진 그곳 서원들은 퇴계로 상징되는 조선 사림의 근거지였다.

그들은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은 아주 대조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은 그걸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두번째 궁금증 - 미술에서 형식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지난 주 본 다양한 불상들...

그러니까 아름다운 반가사유상, 부드러운 석불, 재미난 석불의 양식상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나?

 

  banga-b.jpg L1130372-500.jpg SAM_3710.jpg

    

 

 

역동적인 고구려, 우아한 백제,  위엄과 古拙의 신라.... 서민적인 고려?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난 이런 해석이 약간 뻔한 해석, 나아가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이 우아한 것은 그걸 만든 사람이, 혹은 그걸 만든 시대가 우아함의 미적취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면  그건 완전히 동어반복 아닌가?

 

 

세번째 궁금증 : ??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일단 난 옥산서원과 병산서원의 건축학적 차이를 가져오게 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강의도 거의 끝나가는 이 마당에............

우리 미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방법론?!).......................정말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ㅋㅋㅋ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미술사> 강의는 여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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