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술사>4강 후기올립니다.

닻별
2013-04-15 02:49
742



 ‘그 길에서 묻다...’
 
자연과 공간의 조화를 강조했던
우리 조상들의 철학은 여전히 우리 미술사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이번 강의에서도 여전히 깨닫습니다.

 

제4강에서 배운 사찰과 서원, 종묘...그 속에 모셔 진 존상尊像, 존영尊影에서도
그 조화로운 해석이 숨어 있어,
그 길 찾아 들어가는 눈길이 숨은 그림 찾듯, 신비롭고 즐거웠고요.

 

그 길, 첫 관문으로 사찰을 둘러보기 위해
일주문을 시작으로 사천왕문, 불이문, 탑을 지나 법당에 이르게 되는 가람배치를 배웠는데, 세속의 번뇌를 씻고 부처의 세계로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의미한다지요.

 

왕과 같은 위상으로 부처님을 모신

위엄 갖춘 궁궐같은 사찰(화엄사)도,

빛을 제한 해

어둠 속 부처님을 신성하게 모신 사찰(봉정사)도,

파노라마처럼 첩첩 산의 호방한 아름다움이 한눈에 펼쳐지는 사찰(부석사)도 
 신에게 가는 길(종축선)을 어긋나지 않게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 ‘두려워하지말라, 네가 원하는 대로 될지니...’라는 뜻의 부처의 수인(手印)처럼,
부처님께서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내려다보고 계십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신에게 가는  길'을 그렇게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전당에 모신 그 분은 등의 광배가 인상싶은 금동불입상으로,
금동여래좌상으로, 또는 금동미륵입상으로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스타일을 보이는 가 하면,

자연스러우면서 입체적인 옷주름, 주물 임에도 기포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하고 정교한 주조기술에 그저 입 벌어지는 금동미륵반가사유상에 이르러,
신비감이 절정을 이룹니다.
그 평온하고 숭고한 미소에 바치던 감탄사는 백제의 서산 마애 삼존불상으로 넘어가면서  웃음으로 바뀌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통통한 볼살, 두툼한 코 누구라도 보고있으면 저절로 미소 지어지는
백제의 세 불상이 마음에 더 인상깊게 남습니다.

균형잡히고 환상적인 비율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보다가

고려 불상들의 외모는 당황스러울 만큼 웃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그 어색한 돌기둥머리와  과장된 신체 비율은 삼국시대 왕실과 귀족의 불교가 민중 속으로 비로소 스며들었다는 의미 아닐까 싶었습니다.

 엄숙하고 존귀한 대상을 조금 희화화 하면서 신의 존재가 더 친밀하고 소박하게 다가왔을 테지요.

 초특급 예술가들이 정성(때로는 인도나 서역의 수입장인의 힘까지 빌려 완성되기도 한) 으로 만든

 삼국시대 불교 예술품이,

고려의 투박한 지방 예술가들의 감수성으로 바뀌었을지라도,

그 석불입상들의 마을과 평야, 우리 산야를 굽어 내려보는  넉넉함과 편안함은
지금도 그 길 찾는 이들에게 여전히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인간이 신과 자연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은,
종묘와 서원...죽음과 예를 찾는 길로 이어집니다.

 

슬라이드로 본,

 종묘 정전의 사진 한 장!
세계 수 많은 건축가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위대하다고 꼽은 이유를 어떤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더군요.

 

'길의 건축'이라 할 만큼 단순한 보행로 의미를 넘어

의식이 집행되는 공간으로 유도하는

그 돌판길 밟고 왕이 조상을 만나러 갑니다.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사찰의 직선 길과 달리,

 돌고 돌아 천천히 그 곳을 향합니다.
그 길 안에는 모셔야 할 그림, 왕의 초상화 어진이 있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넘어 왕 그 자체였던 어진은,
후대 왕들에게 어떤 의미였을 지, 신을 만나는 그 순간과 어쩌면 비슷한 순간 아니었을까요.

 

모셔진 선생의 철학을 근간으로 건축된 서원 역시, 사찰 배치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강사님의 말씀대로 자신을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내면으로 깊은 침잠(沈潛)을 보여준다는 닫힌구조의 옥산서원,
개방적이고 자연의 조화가 아름다운 병상서원
 건축이 곧 철학이고, 모시는 분의 정신으로 가는 통로로 보입니다.

이것은 조상의 초상화를 모시는 영당에서, 사대부의 초상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렬한 눈빛,

 한올 한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수염까지 보는 이를 압도했던
조선시대 윤두서의 자화상.(와우~~)
 

神을 전하는 기법,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보인다는 초상화 기법이라죠,
‘전신(傳神)모사(寫照)’
 사진을 촬영한 듯 실물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모만이 아니라 대상 인물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조상들의 전신(傳神) 회화철학이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자아를 드러내는 매체로 초상화와 자화상이 있기에 그 영향이 미친 후대 미술작품들이
앞으로 더 기대 된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군사요충지의 중심에서,
중국이나 서역의 경제,문화교류의 다리로,
인간이 신을 맞는 신성한 통로로,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는 길,
참된 진리에 다가가는 길
비로소 내면을 맞이하는 길에....
그 귀한 건축물과 미술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그 안의 전당(殿堂),  존상(尊像), 존영(尊影)들이
묻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길에서,
 
너희는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느냐고...
어디를 향해 들어가고 있느냐고...
그 길.., 무엇을 찾고 싶냐고.

 

 

 

 

 

 

 

<주절주절 덧붙임...>

 천만년만의  후기라는 걸 올리려고 보니,(ㅜㅜ)

앞서 올려주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후기들에 기가 눌리고 보니,(ㅠㅠ)

또...아직 어리버리 모든게 낯선 준회원이다 보니,(@@)

일기같은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옹이님 처럼, 아직도 좌식의자가 어색한 또 한 명으로서,

그 좌식자리 익숙해 질 즈음,

후기도 더 편하게 올리지 않을 까 싶습니다..(ㅎㅎ)

읽기 불편하셨더라도, 부디 넓은  아량 베풀어주소서~~

댓글 3
  • 2013-04-15 06:04

    후기 쓰러 왔다가 기죽고 그냥 나가여^^ 농담~

    여기 후기들은 쉽고 짧게 복습을 하게 해주어 넘 좋아요. 고생하셨습니다.

    에고 난 언제 쓴다냐...

  • 2013-04-15 06:30

    하하...그것보세요.....천만년만에 글을 쓰시니까......여러 사람이 즐겁잖아요? ㅋㅋㅋㅋ...

    글쓰기 소질이 있으시네요.

    더 많은 문탁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뵙기를..................

    (옹이님과 세트하셔서... 네그리 강좌도 들으러 오세요^^)

    • 2013-04-15 16:59

      격려 감사드립니다.에고 민망...

      네, 옹이님 꼬셔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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