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술사> 臥遊

수강생
2013-04-08 17:17
1476

때는 남북조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던 난세^^

 

한편으론 왕희지의 글씨가 있었고,

또 한편으론 고개지의 그림이 있었던 그 시절.

그림에서 어떤 중대한 전환(인물→산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론화한 것은  '종병'이라는 인물입니다. 

이름하야, "臥遊"!!

그는 <화산수서>라는 글에서 산수를 내 옆에 갖다 놓고, 나는 그 그림 속에서 노닐겠다고 말합니다.

 

  "나는 여산과 형산에 마음 끌리고 형산과 무산에서 부지런히 수련에 전념하느라 늙는 것 조차 잊고 지냈다. 그러나 정기를 순수히 응집하여 몸을 유연하게 하는 신선의 도를 얻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고, 은자의 아류에 그리고 만 것을 못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전에 두루 노닐었던 명산들의 형상을 그리고 채색하며 구름 위에 솟은 산봉우리들로 구성을 하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에 단절된 진리가 하더라도 천년 후에 그 뜻을 알 수 있고, 언어와 형상을 초춸한 미묘한 말의 의미도 문헌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하물며 몸소 배회한 곳, 눈으로 똑똑히 본 산수의 모습을 도형으로 그리고 채색하는 산수화의 있어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화산수서> 중)

 

그러니 화폭안에 담겨진 산수는 실제의 산수가 아니라 관념으로서의 산수이고, 어떤 가치로서, 진리로서, 道로서의 산수이겠죠.

어쨌든 이제 사람들은 화폭에 산수를 담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노닐려고(遊) 합니다.

 

수,당 교제기의 전자건의  <遊春圖>는 그 전환을 확실히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8.jpg

 

 

 

 

無道한 세상, 亂世!

난세일수록 세상 밖에서 도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커져가는 모양입니다.

또 다른 난세인 5대10국 시기,  "앉아서 유목하기"- "와유"의 표현은 또 한번 질적인 비약을 합니다.

 

동원의 <寒林重汀圖> !

 

%B5%BF~1.JPG

 

 

공간의 압축과 더불어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는 방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서양 풍경화의 투시법과는 다른 三遠法이 만들어집니다.

한 화면에 여러 시점이 공존하는 것이죠.

아마, 그건 움직이기 때문에, 유목하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법인 거겠죠.

화면 안으로 들어가서 움직일 것, 노닐 것!

그 속에서 道를 발견할 것!

 

동양의 산수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답니다.

 

갑자기 도연명이 생각났습니다.

종병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도연명!

그는 <귀거래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策扶老以流憩     지팡이를 짚고서 가며 쉬며 하다가

     時矯首而游觀     때로는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雲無心以出岫     구름은 무심히 산골짝에서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새는 느릿느릿 날아 돌아올 줄 아는구나

     景峠峠以將入     해는 뉘엿뉘엿 장차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대도다

 

저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떠나도 떠나도  떠날 수 없는 "세속"에 대해 생각합니다.

(전 가끔  "流憩 "와 "盤桓" 사이,  그 언저리쯤 道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과연 출세간이란 무엇일까요?

그곳에 道가 있을까요?

옛사람들은 산수화 속에서 臥遊하면서 행복했을까요?

 

동양의 산수화를 보면서

도연명의 시를 새삼 떠올리면서

세간과 출세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  귀하고 아름답고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추신:  강사님의 강의는 이제 "날고 있습니다" 

         매 시간 전문적인 내용을 쉽고, 재밌게 그러나 통속적이지 않게 풀어내 주십니다.

         점점 더 강사님의 내공에 놀라고 있습니다. 새삼, 감사드립니다.

 

댓글 3
  • 2013-04-08 23:05

    우리 미술사의 감칠맛 나는 후기들 덕에

    눈과 맘이 즐겁습니다.^^

    마침내 '날고 있는'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은

    더더욱 지복의 시간을 누리고 계시겠지요?

  • 2013-04-09 08:26

    후기 맞아요? 후기가 아니라 또 다른 강의라는 ^^;; 잘 봤습니다

  • 2013-04-09 17:19

    지난주 다른 일정 때문에 강의를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렇게 심도 있는 후기를 올려주시니 그날의 강의가 귀에 들리는 듯 하네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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