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1강 후기
오영
2018-03-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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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2018 <스피노자와 글쓰기>가 시작됐다.
겨울내 웅크리고 있던 만물이 깨어나듯 문탁에서도 새롭게 개강한 강좌와 세미나들 덕분에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니
정말 봄이 왔음이 실감난다.
이 봄 들뢰즈를 통해 다시 만나는 스피노자! 새롭다.
돌아보니 지난 1년 간 스피노자 공부한다고 하면서 좌충우돌, 이리저리 헤매기만 했던 것 같다.
진태원 샘의 강의 덕분에 이제 좀 알듯도 하다 여겼건만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헝, 너무 어렵다.
개강 하기 전 호기롭게 첫발제를 맡을 때만 해도 좀 여유가 있겠지 했으나, 왠걸~ 읽을 때마다 다르다.
꽂히는 것들, 이건 좀 알것 같다고 느끼는 것들이 제각각 따로 논다. 나름 도출한 특성들을 모아 어떤 완결된 꼴을 만들어
내야 하는 데 어렵다. 뭔가 빠졌다, 근데 뭐지? 결국 다시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수밖에.
각자 메모를 읽다보니 저마다의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각자의 역량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다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는 있다. 복잡한 퍼즐을 푸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각자 풀어낸 만큼 이야기도 풍성해진다.
우리끼리만 재미있으면 되는 것일까? 스피노자에 관한 지식이 쌓여도 그것이 저절로 지혜가 되지는 않는다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이다. 질문이 이어진다.
명색이 <스피노자와 글쓰기>인데 텍스트를 읽고 요약 발췌하는 데 급급해서야 어디 면이 서겠는가 하는 자기 반성도 있다.
늘 고민스럽지만 딱히 답은 없다. 암튼 우선은 각자의 방식으로 텍스트를 소화하는 데 집중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각자 상반기 에세이 주제를 잡는 것도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세미나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과연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때 지성의 역할은 무엇이냐 였다.
에티카 1 부는 신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다룬다. 스피노자는 실체 (즉 신)는 무한하게 많은 속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무한히 많은 속성들에 의해 '표현되는'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자라고 정의한다. 들뢰즈는 이때 스피노자가 사용한
'표현'이라는 말에 주목해서 스피노자의 신에 대해 풀어나간다. 신에 대한 인식이 사물에 대한 인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신을 직접 인식할 수 없다. 신은 그야말로 인간의 손에 닿지 않는 형이상학적 존재가 아닌가.
그렇다고해서 신을 불가지적인 영역에 두고 애초에 이성적 인식이 불가능하다고, 온전히 믿음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도 신 (그것이 유일신이든 다신이든, 혹은 우주나 물신, 그 무엇으로 규정하든)은 우리의 삶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치적이며 윤리적 삶이 다르지 않으며 그 토대가 신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보았다.
들뢰즈는 표현에는 두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펼치거나' 혹은 '전개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감싸거나 ' 혹은 '함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