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길위학교] 10/6일 일리치 수업후기

히말라야
2016-10-08 13:04
370

청송길위학교 세번째 시간. 

오늘은 아이들이 책을 읽어오거나 글을 쓰는 과제 없이 와서 듣는 특강 수업.

그런데 매 시간 꼬박꼬박 참여하던 산이가 오지 않는다. 

임은혜샘 의견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학교에서 보내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신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는 걸 부모들도 원한다고.

그래도 새로이 준경이가 합류해서 청송고등학생들은 또 세명이 되었다.

거기에 북카페 그물코 회원이라는 권남선님과 그 딸인 중학생 김선희가 함께 했다.

나무닭에서 왜 자꾸 이런 공부를 시키나 궁금한 윤미 아버님도 잠깐 오셨다 가셨다.

크기변환_청송수업.jpg

아이들은 지난시간까지 <다른 십대의 탄생>을 읽고 글을 썼다.

고등학교를 그만 둔 자기와 비슷한 10대가 쓴 책을 읽은 것이다.

오늘 강의는 그와 비슷한 맥락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이반 일리치의 <학교없는 사회>내용 중심으로 강의안을 썼다.(첨부 참조)

나름 쉽게 적어보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같이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몇 가지 개념들, 그리고 어휘력이 부족해서 쉽지 않아해서 

차근차근 같이 책을 읽어나가듯이 소주제별로 같이 한번 읽고 

주요한 개념을 설명하고, 질문을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짧은 시간동안 일리치의 무엇을 전달해주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는 강의안을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했었다.

우선 일리치가 말하는 "사회가 학교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1.학교는 어떻게 배움의 생기를 거세하는가?"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거세, 독점, 제도, 신화, 상품에 대해 개념설명이 필요했다.

아이들보다도 오히려 함께 참여한 학부모 권남선님이

학교없이 아이들이 무엇을 스스로 배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갸웃갸웃

"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선 다 접해주어야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 여기에 중학생 딸을 데려오신 거라고, 기회를 더 주려고)

"네, 그런데 그게 그냥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어야지,

 학교의 방식으로 의무적으로 펼쳐져 있으면 오히려 관심이 없어진단 말이죠.

 어머님이 그냥 막 좋아서 공부하는데 아이들이 따라와서 저기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뭐하나 쫑근거리게 되지만, 엄마가 의무적으로 아이를 여기 책상에 앉혀놓으면

오히려 아이는 저 밖에 뭐가 있나하고 귀를 밖으로 열게된다는 말입니다."

그랬더니 함께 온 중학생 딸의 표정이 마주 밝아지고 권남선님은 얼굴색이....

담부터 안오시면 어쩌나...그런 걱정이 말해놓고 나니까...들었다.. ㅠㅜ

다음은 학교화된 제도와 다른 공생적인 제도의 특성에 대해 비교해 보며 생각하기 위해

"2.착취를 위한 제도 Vs 공생을 위한 제도"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조작적, 필요, 소유욕, 공생, 다양성, 참여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다.

"조작적"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몇가기 예-

냉장고를 이용하는 상황과 교과서를 이용하는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교차설명하자

(우리는 냉장고의 원리가 어떤지 모르고 버튼만 눌러서 사용만하듯

교과서를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고 그냥 읽고 외우고 시험을 본다)

다들 다들 쉽게 이해하면서 동시에 좀 충격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생적 제도를 위해 필요한 평등한 개개인의 용기있는 '참여'를 이야기할 때는...

알긴 알겠는데 너무 어렵겠다는 절망적인 탄식을 내 뿜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학교화된 제도로부터 공생적 제도로 가는 시작점으로서의 

'말(새로운 말에 대한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어서

"3.교과서 대신 '시'를 읽자"고 소제목을 달아봤다.

이 부분에서는 근본적 독점을 유지하는 비용은 알겠는데, 

근본적 독점을 깨는 비용도 대중이 지불해야 한다는 건 뭐냐?가 질문이었다.

그건 바로 독점을 깨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고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자 

끄덕끄덕과 동시에 또 탄식 한번~

사실 이 부분에서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언어였다.

일리치는 모든 텍스트마다 언어를 문제삼는다.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예전과 달라졌는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일리치는 have에 대해 말하고, 근대화된 '가난'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이 '가난'에 대해 한번 같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일리치가 말하기를 '공생'과 요즘의 '가난'은 되게 헛갈린다고 말한 바 있고

이계삼은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근데...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그런가...

나만 말을 많이 하고 아이들은 별로 말이 없었다. ㅎㅎ

9시가 지나자 안절부절 하시던 권남선님이 결국 중학생 딸과(그 동생 초딩6과) 먼저 일어났다.

계속 눈을 반짝거리는 윤미와 달리 졸고 있는 것 같은 수민이에게...마지막 시에 첨부한

박노해의 <다 다르다>라는 시를 큰 소리로 읽게 했다.

시를 읽으면서 깔깔 거리던 녀석은...갑자기 잠이 확 깬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일리치가 엄청 많은 책을 써서 이렇게 어렵게 말하는 걸 

시인은 이렇게 단번에 표현하지 않니. 버뜨 그러나...

그래도, 시가 아닌 (다음시간에 읽을) 어려운 책도 읽어야 한다~ 왜냐...(사실 시도 어려운 것이지만)

어려운 책도 시와 같은 것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뜻을 음미해야 하고

혼자서 해석하기 보다는 어렵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읽을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말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말=새로운 말을 자꾸 접해야 한다.

어려운 책 앞에서 책을 덮어버리는 사람은,

자기 앞에 어려운 사람이 나타나면 덮어버릴 가능성이 높고

자기 앞에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도 그 상황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나의 방언은 막 터져나오는데

아이들은 하품을 쩌억쩍~ ㅠㅜ... 10시가 넘었던 것시닷!

결론은 담시간까지 읽어올 책, 열심히 읽고 모르면 모를수록 더 알려고 하라는 것으로 급 마무리.

끝나고 나서 임은혜샘과 바느질 작업을 함께 하는 '달팽이'공방의 미화샘과 함께

아이들에게 다 못한 이야기를 막 하면서...아이들에게 꼭 이야기 해주라고 신신당부! ㅎㅎ

담달 아침 일어나...자동적으로 은혜샘의 탈작업에 풀칠을 하다가 점심까지 먹고 올라왔다.

선생님께서 키우시는 닭들이 낳은 '청송유정란'과 '청소사과파이'까지 싸주셨는데...

일단 집으로 가져온 이상...월욜 문탁에 갈 때까지...남아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잘 다녀왔고요~ 9박 10일 다녀올 때 보다...1박 2일은 아주아주 많이 힘드네요.

고은이는 그래도 나처럼 9박 10일의 기억이 있는데, 

명식이는 어쩜 더 많이 힘들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청송에서 마음을 낸 아이들과 더불어 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아이들과 하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열심히 들으시는 임은혜샘과 미화샘

그 분들의 일상에 청송길위학교가 뭔가 새로운 균열이 되는 것 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날 후기는 누가 후기 쓸거니...라고 묻자마자 1초도 안되어 제가 쓸께요...라고 답한 윤미가

엄청 빠르게 써써 http://www.moontaknet.com/migrated?type=doc_link&doc=897678&board=mt_lifestory_board 에 올려놨다. 

다음 시간은 10월/20일 고은이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로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댓글 2
  • 2016-10-08 23:05

    사실 문제는 거리적 어려움이 아니지요.

    우리가 공부하면서 항상 이야기했던 것처럼 공부와 일상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일어나던 물음이 점점 사그라드니까요.

    어찌 되었던 고생하셨쎄요... ^^;

  • 2016-10-10 09:30

    경제성장...이 책 좀 모아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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