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겸괘에 대해 후기를 써야 하는 데 자꾸 지풍승괘(地風升卦)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는 ‘地中有山이므로 겸손하더라도 세상에 드높을 大人’이 아니니, 그분들을 존경할 수는 있어도 남의 이야기여서 그러나? 그건 당연한 거고 왜 지풍승괘가 자꾸 떠오르는 거냐구.

세상의 균형과 조화에 관심을 가질만한 나이가 돼서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다.

대인의 중요한 미덕을 이야기하는데 소인이 도를 찾아 오르고 나아가는 길에 대한 ‘역’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걸 보면 어쩌면 겸손은 미덕을 넘어서 대인이 도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말씀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산겸괘 六二 효사는 이렇다

六二 鳴謙 貞 吉

육이 명겸 정 길

육이는 겸손함을 울림이니, 바르고 길하다.

육이의 貞吉은 억지로 힘써 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이란다. 아무 노력도 안했는데 태어날 때부터 그냥 하늘이 손에 쥐여준 축복이라고? 절대 아닐 터이니 대인이 도를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수양하여 中心得也된 것이라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지풍승(地風升)괘의 九二 효사는 이렇다

九二 孚乃利用禴 无咎

구이 부내리용약 무구

구이는 진실한 믿음이 있으면 소박하게 제사지내는 것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으리라.

약(禴)은 제사 중에 간소하고 질박하게 지내는 봄이나 여름철의 제사를 가리키는데, 이천은 마땅히 진실함이 있어 밖으로 어떤 ‘꾸밈’도 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소인이 도를 찾아 오르는 길에 가장 큰 전제를 진실함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어떤 진실함인가는 ‘소박한 제사’를 끌어들여 그 뉘앙스를 알게 해 주었다.

지산겸괘의 六四 효사이다.

六四 无不利撝謙

육사 무불리휘겸

육사는 겸손함을 베품에 이롭지 않음이 없다.

<本義>에서 주자는 ‘유(柔)로서 정(正)을 얻고 위에 있으면서 능히 낮추니, 그 점(占)이 이롭지 않음이 없다. 그러나 구삼(九三)의 위에 거하였으므로 다시 그 겸손(謙巽)함을 발휘하라고 경계하여, 감히 스스로 편안히 여겨서는 안 되는 뜻을 보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편안히 여기지 말고 늘 경계하라 하였으니 높은 지위에 있으며 겸손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가 보다.

지풍승괘의 六四 효사는 이렇다

六四 王用亨于岐山 吉 无咎

육사 왕용향우기산 길 무구

육사는 왕이 기산에서 제향하면 길하고 허물이 없다.

이천은 육사의 왕이 문왕이며, 그가 폭군(주왕)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덕을 높였다고 말한다. 육사는 음으로 바른 자리에서 음의 덕을 길러 명성이나 덕이 높아져도 군주를 넘어서지 않고 자신의 분수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산겸괘의 六五 효사이다.

六五 不富以其鄰 利用侵伐 无不利

육오 불부이기린 이용침벌 무불리

육오는 부유하지 않으면서도 이웃을 얻으니 침벌을 씀이 이로우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따르는 자가 많으나 아직도 복종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정벌(征伐)함이 이롭다고 지나친 겸손을 경계한다. 힘을 써야하면 주저하지 말란다.

지풍승괘의 六五 효사는 이렇다.

六五 貞 吉 升階

육오 정 길 승계

육오는 올바름을 지켜야 길하니 계단을 오르듯 하리라.

승괘에서 오름을 주도하는 것은 음들이나 음의 재질은 유약하므로 혼자 오르는 것이 어렵다. 걸어 올라갈 때의 계단처럼 신하의 보필을 받으며 차근차근 잘 오르란다. 보필을 받으며 오르는 길은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가 중요할 것이다.

소인이 도를 찾아가는 길은 차근차근 계단 밟듯 오르고 진실함을 잊지 말라 한다. 이미 큰 산이어서 숙여도 빛나는 대인이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그 도를 찾아가는 길과는 조금 다른 듯 조화롭다.

집 앞의 작은 숲이 눈에 편안한 것은 대장나무와 작은 풀꽃들의 어울림이 평온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숲에서 나도 진실됨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자라나는 풀 한 포기로 있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