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주역> 3회 후기

고은
2023-03-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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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水와 天으로 구성되어있는 수천수괘와 천수송괘를 살펴보았습니다.

발제는 저와 경덕님이 각각 맡았습니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좀 재밌고 신기했던 게,  매일 주역괘 읽기를 연말연초에 했었잖아요?

그때 빠지기도 꽤 많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입에 살짝 달라 붙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수천수'와 '천수송'이 왠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일찌감치 발제를 맡은 이유는 지난 시간 세미나를 하며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주역 용어들이 오가고.. 그 와중에 저는 어디를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용어를 익히려면 내가 일단 발제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역량부족으로 인하여 제가 천수송괘까지 열심히 공부하지는 못하였다는 점,

후기에 수천수괘만 다룰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며.. 댓글에서 천수송괘 후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서괘전>은 수천수괘가 음식의 도라고 말합니다. 

바로 전에 있었던 괘가 몽괘였잖습니까. 몽괘는 어리니, 다음 단게에서는 어린 것을 길러야 합니다.

기르기 위해서는 음식이 필요하지요. 그러므로 수괘의 도는 음식이 됩니다.

 

괘의 형상으로 풀면 수천수괘는 아래에 양을 3개나 깔고 있는데요. 엄청 강한 힘입니다.

양 3개로 구성된 건괘는 뭔가를 해내고 앞서나가는 힘이 있는데, 아래에 눌려 있는 것이지요.

그 위로 물, 강가가 있으니 기다렸다가 큰 강을 건너면 이롭게 됩니다.

즉, 수괘는 기다림의 괘입니다.

 

음식의 도와 기다림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서괘전>과 괘사의 갭이라고 넘겨야 할까요?

자누리쌤은 잘 생각해보면, 나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기다린다는 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가만히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나 수천수괘의 기다림은 그런 기다림이 아닙니다.

기다리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각 효사마다 그 준비 방법이 다 다릅니다.

 

초구는 아직 험난함(함)이 멀리 있기 때문에, 먼 곳에서 떳떳하게 기다립니다.

이때 떳떳하다는 것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요. 단지 몸의 움직임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 또한 움직이면 안 됩니다. 즉 편하게! 스스로를 지켜서 평생 그걸 할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요.

 

이효는 물가에 약간 더 가까워져서 모래가 나타납니다.

말이 좀 나게 되는데요. 그래도 이 자리가 중의 자리기 때문에 그 말을 받을 수 있는 '포용력'(구름쌤의 표현)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 해로움이 없게 되는 것이지요.

 

삼효는 물에 아주 가까워져서 진흙을 만납니다.

이때는 분명 재앙을 만나는데요, 이 재앙이 밖에서부터 온 것이나, 자기가 그것을 가까이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불러들인 것이니 공경하고 삼가면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사효는 피에서 기다립니다..! 무섭지요. 분명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때는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피를 감내해야 하는 때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정희천과 주희의 해석이 약간 달라집니다. (저는 몰랐는데, 자누리쌤이 짚어주셨어요.)

정희천은 자기를 잃어버려도 싸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풀고,

주희는 기다리다보면 괜찮아질 수 있다, 벗어날 수 있다고 좀 더 희망적으로 풀고 있습니다.

 

오효는 대빵 길합니다. 너무 길해서 설명도 별로 없습니다.

중의 자리인데다가 정중이고, 아래에 깔려서 못 움직이던 3개의 양이 비로소 기를 피게 되는 모양이랄까요.

 

육효는 다시 어려워집니다. 여기서도 정희천과 주희의 해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정희천은 드디어 험의 끝이니, 아래서 올라오는 3개의 양효를 잘 받아주면 된다고 말하지만,

주희는 기다림은 끝났으나 또다시 험난함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후기가.. 이렇게.. 단순하고 참 뭐가 없죠..?^^..

근데 뭘 더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주역을 어떻게 응용해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저는 요즘 북드라망 블로그에 올라갈 공동체들 소식을 적기 위해 이런저런 공동체의 청년들을 만나고 다니는데요.

재밌게도 거기 있는 메인 멤버 청년들 중 한 명 이상은 주역을 메인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청년들이 주역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무척 궁금해져요.

저도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고요. 지금 생각으로는... 음양으로... 약간 발칙하게 페미니스트의 음양론 같은 걸 써보고 싶은데요.

여튼 연말에 다른 청년들과 서로의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주역도 좀 더 자세히 다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얼마 전에 들었답니다.

 

그럼 이만 후기를 마칩니다.

아 참, 발제도 후기도 참 보잘 것 없이 쓰고 있긴 하지만, 주역 진짜 재밌어요!

 

댓글 1
  • 2023-03-28 07:10

    후기만 잘 쓰는구만...고은이 겸손한 거야, 아님 욕심이 많은 거야...ㅎㅎ
    수천수괘의 기다림은 뭐랄까, 하릴없이 그 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지요?
    할 일이 분명히 정해져 있고, 정확하게 상황판단한 다음 자신이 일을 펼치도록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거지요.
    그렇게 기다릴 수 있어야 음식도 즐길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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