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8회차 후기

토끼와용
2023-08-23 18:45
149

이번 주는 헤겔과 맑스 철학이었다.

근대 철학이 피날레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흄에 의해 주체가 해체되어 위기에 처한 근대 철학을 칸트가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일명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하는데 철학지식이 일천하여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나 분명 칸트의 철학은 매우 흥미로웠고 원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런데 뭐 이렇게 자꾸 스타가 탄생하는지 뒤이어 등장하는 헤겔은 근대 철학을 꼭대기에 올려놓은 것 같았다. 서양철학사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뿐 원전을 읽으면서 깊게 공부하지 않으니 한편으로는 가벼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답답하기도 하다. 명쾌하게 알지 못하고 뭔가 머릿속에 안개가 잔뜩 낀 기분이라고나 할까. 두껍고 어려운 책을 단기간에 읽을 수도 없는 것이고... 읽는다고 알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정신현상학』은 가장 읽기 어려운 책으로 손꼽힌다고 하니 인연 닿는 대로 천천히 읽을 기회가 오겠지 생각한다.

 

인식론에서 칸트와 헤겔의 차이는 물자체를 어떻게 보는가에 있다. 칸트는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고, 대상은 오직 우리의 선험적 형식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고 한다. 반면 헤겔은 물자체에 대해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이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선험적 전제 조건들은 역사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역사는 선험적 전제 조건들을 검증하면서 ‘부정성의 힘’으로 자신의 결함을 극복하면서 자기 발전을 이루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들은 역사적 자기 발전 과정의 결과이다. 인간과 세계 간의 상호 관계를 기반으로 현상과 물자체 간의 역동적 긴장은 헤겔의 변증법적 사유의 바탕이다. 이 변증법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결점들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양을 통해 종합의 길로 나아간다. 변증법적 지양은 부정적 폐기가 아니라 다른 입장 안에서 비판적이고 진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동안 단순히 정반합으로 오해했던 변증법이 실제로는 불완전한 결점들까지 포함해서 종합해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리는 모든 부분들이 상호 연관된 총체성에 존재한다.

 

헤겔 철학에서 변증법에 의해 도달하는 종착지는 절대정신이다. 역사는 절대정신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향해 발전해 가는 목적론적 과정이다. 절대정신은 이성이고 그 본질은 자유이며 정신의 발달과정은 변증법으로 설명된다.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는 말은 대상이 우리의 의식과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대상은 현실에서 인식되는 것을 의미한다.

 

헤겔의 역사철학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성의 간지(奸智)’였다. 간교한 지혜라니....헤겔이 예나시절 나폴레옹을 보고 절대정신(시대정신)이 지나간다고 말한 것은 이성이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선택한 것을 의미한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정복욕에 의해 유럽을 정복했지만, 이성은 그를 통해 구체제를 없애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생겨나게 했다. 이성이 개인을 이용하는 간지를 부려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헤겔은 절대정신이 실현되는 역사의 종착지로 자신 당대의 프로이센을 지지했다. 자신의 시대에 변증법적 운동은 종료되고, 자신의 철학 안에서 전부 종합을 이루어냈다고 하며 철학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후 독일 민족주의에 영향을 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헤겔의 변증법을 공부했더니 맑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 맑스도 써야하는데.... 그냥 여기서 끝내야겠다.

 

 

 

 

 

댓글 4
  • 2023-08-25 22:47

    일주일마다 철학계의 큰 산과 마주한다. 지난 주에는 칸트, 헤겔, 이번에는 니체..서로 다른 철학자들 중에서 그래도 내 맘에 드는 철학자 하나는 있겠지. 아니, 알면 사랑한다고, 좀 더 힘내서 사랑해보기로 할까, 다들 화이팅이에요. ~~~

  • 2023-08-25 23:02

    ‘아 맑스도 써야 하는데... 그냥 여기서 끝내야겠다’는 제가 지금껏 후기문학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명문장이옵니다 ㅋㅋㅋ

  • 2023-08-26 10:42

    명문장! 후기문학에서 명문장!!! 기억해둬야겠군요 ㅋ

    매주 소화하기 힘듦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쯔음에서 자작샘은 사랑을 얘기하시니 ㅋㅎㅎㅎ

  • 2023-08-26 12:12

    저는 개인적으로 헤겔에게서 이론적으로 잘 짜여진 교조주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잠깐 정신줄을 놓다가는 훅~ 빠져들 것 같은 사이비 종교 같달까요?
    맑스의 유물론이 왜 헤겔의 물구나무로 표현되는지도 확실히 알게 되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명문장~!!! 저도 히든카드로 꼭 한번 써먹어볼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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