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11회차 후기

우현
2023-09-11 14:37
150

 

벌써 마지막 회차라니..! 다음 시간은 에세이 발표라니..!

그 말은 저희가 서양철학사 책을 (거진) 다 읽었고, 현대 철학의 시점까지 보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최신의 철학자들까지 정리되어 있지는 않았죠. 비트겐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논리실증주의, 프랑크프루트 학파를 계승하는 하버마스, 등 짧게 다양한 철학자들이 나왔지만 이번에 회차에 기억에 남는 건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였습니다.

 

 하이데거의 기본 전제는 ‘세인’[世人], das Man 이었죠. 데카르트 이후 서양세계를 지배해오던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과 형이상학은 모두 환상이라고 비판받았고, 근대의 분화와 합리화 속에서 개인들은 ‘뿌리’를 상실했다는 겁니다. 다른 말로 ‘고향’을 상실했다고도 하지요. 토용샘의 갑작스런 야구이야기에 더불어 정군샘은 자신의 연고지였던 인천의 야구팀 이야기를 했었죠. 팀 이름은 기억이 안납니다ㅎ. 촌스러운 이름이었다는 것 밖에는.. 아무튼 고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거의 호소하며) 응원했지만, 그 팀이 연고지를 수원으로 바꾸는 바람에 정군샘은 다시는 야구를 보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ㅎ. 돌아갈 고향, 자신의 근본, 뿌리를 상실하게 된 것이지요. 근대인들의 배경이 딱 이렇다는 겁니다. 서구세계를 형성하던 근간이 무너진 상태에서, 특이성을 상실하고 평범함에 숨어버린, 세인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하이데거의 목표는 잃어버린 고향성을 회복하는 겁니다. 그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을 통해 존재의 ‘본질적인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언어를 통해 가능하며 한 존재의 존재 방식을 드러내는 겁니다. 하지만 과학적 언어나 직접적 의사소통의 언어는 한계가 있다고 보며, ‘시(詩)’를 통해 보다 본질적인 것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과 수학같은 검증 가능한 영역의 발전으로 사장되고 있던 ‘존재론’과 ‘형이상학’을 다시 한번 살려내는 거죠. 동시에 약간 낭만적인 느낌도 듭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맞게 시골을 참 좋아했다고 하죠. 오솔길의 철학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는 지역적이고 고유한 것에서 여전히 진정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골 풀밭에서 자라는 식물이 이야기하는 본질의 이야기를 듣고, 바람의 이야기를 듣고.. 뭐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견해에 대하여 통상적인 의미의 논증을 펼치지도 않고, 이와 이어지는 사회나 정치 쪽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나치를 엮일 수 밖에 없었어요. 뿌리를 잃어버린 독일인들에게 ‘위대한 게르만족’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한다는 맥락에서 맞닿은 지점이 있던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정군샘은 하이데거의 위대함과는 별개로 나치와 연결된다는 점에서는 실드를 칠 여지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고 계셨어요. 나름 독일 분위기를 알고 계신 토용샘은 나치라면 치를 떨며 관련자들을 모두 사장시키는 독일에서 하이데거의 위상이 아직 이렇게 남아있다는 게 놀랍다고 하셨고요.

 

 여러모로 재밌고 흥미로운 철학자같습니다. 그의 제자이자 밀회의 상대였던 한나 아렌트와의 이야기도 재밌고요.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아 정치사상을 펼쳤던 한나 아렌트 자체도 멋지고요. 확실히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프로이트가 그러했고요. 하지만 하이데거도 아렌트도 기본적으로 고대 그리스 사상을 끌고 온다는 점, 이들의 위대함은 전반적인 맥락을 잘 파악해야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역시 고대철학 공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댓글 6
  • 2023-09-11 15:25

    끝났군요! 일단 고생들 하셨고요 ㅎㅎㅎ. 에세이는 일단 가볍게 잘 쓰시고, 그토록 원하시던 원전 읽기를 시즌3에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말씀드린 것처럼 ‘찍먹’이므로, 큰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되요. 일단 읽을 원전은 <소크라테스 변론>, <크리톤>, <방법서설>, <순수이성비판> 서론 + 현대철학에서 짧은 글(아마 하이데거) 한편 요정도입니다. 두근두근 하죠잉? ㅋㅋㅋ

  • 2023-09-11 16:21

    서양철학사를 훑어봤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아요.
    얇게 봤더니 귀가 얇아졌어요. 이 분 말씀도 맞는 것 같고, 저 분도 옳으신 것 같고, 매력도 많으시고 ㅋㅋ
    숙제를 잔뜩 받은 기분이예요. 세상엔 공부할게 정말 많구나 하는 느낌?
    뭐 그렇다고 그걸 다 읽을 수도 없겠지만요. ㅎㅎ
    에세이 가볍게 잘 쓰라는 튜터님, 미워요^^

  • 2023-09-12 12:04

    우리가 언제 원전 읽기를 그토록 원했나요?^^;; 네~ 현대 철학의 논리실증주의를 읽으면서 차라리 다른 철학자들의 원전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분석철학은 또 하고 싶지 않았다는…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에세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죠~ 하하하

  • 2023-09-13 15:45

    아! 읽기는 읽은거겠죠 ㅎㅎㅎ
    저는 튜터님의 "에세이는 일단 가볍게" 까지만 볼랍니다. 그 뒤는 눈이 안 보이는 기능성 심적 작용이 ㅋㅋㅋ
    근데 우리 회식은 안 하나요? 분기 마지막날인데~^^

  • 2023-09-13 16:08

    모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라는걸 해 보는 계기였네요,,, 같이 공부 할수 있어 고맙습니다^^

  • 2023-09-13 18:22

    회식해야죠!! 회식힙니다 여러분! 저녁 먹고 가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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